“김정은 세습정당화 위해 우상화 골몰”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04.11
rfeference_book_b 북한이 지난해 김정은 우상화 교육을 위해 배포한 초급중학교(중학교, 사진 왼쪽)와 고급중학교(고등학교)용 참고서의 표지.< 자유북한방송 제공 >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자신의 우상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를테면 고급중학교용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 혁명활동 교수참고서’는 25시간 학습 내용으로 8개 절, 151페이지로 구성됐다고 하는데요. 또 근래 조선혁명박물관 개축을 김정은이 현지 지도했다면서 이곳을 우상화 거점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였습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자기 우상화 작업을 벌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김정은 정권이 우상화 작업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우상화를 늦게 시작한 게 오히려 문제라는 느낌까지 있습니다. 북한 체제를 보면, 최고지도자의 우상화는 정권 유지, 현상 유지의 필요조건중에 하나입니다. 오늘날 북한은 사실상 절대군주제 국가, 즉 왕국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화국으로 위장한 왕국입니다. 그 때문에 최고 지도자는 일반 사람이 아니라 위인중의 위인, 천재중의 천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북한 관영언론은 나라의 지도자가 사람보다 하나님인 것처럼 선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북한 세습 권력 체제를 정당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지도자가 된 까닭은 김정일의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김정은은 보통 사람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능력이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에 지도자가 되었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기자: 사실 단지 김정일의 아들이란 이유로 북한 지도자가 됐다면 민주주의 나라에선 이해하기 힘든 일 아닙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민주국가에서 벌어지는 정치를 보면 매우 당혹스러워 할 수밖에 있습니다. 민주주의 나라에선 언론이 대통령이나 수상을 날카롭게 비난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런 비난을 믿기 어려울 만큼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얼마 전에 이웃의 민주국가인 남한에서는 대통령이 비리혐의로 탄핵을 당했습니다. 북한에서 로동신문이나 민주조선 같은 관영언론이 김정은의 정책을 조금이라도 비난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북한에서 지도자는 완벽한 사람이라고 주장해야 합니다. 좋은 정책이든 실패한 정책이든 관계없이 오직 극찬만 가능합니다.

기자: 북한에서 우상화는 김일성 시대부터 시작됐을텐데요. 김일성은 어떤 식으로 우상화 작업을 벌였습니까?

란코프:김일성은 원래 소련군 대위 출신이었습니다. 그는 1940년대 소련군에서 정치교육을 받았을 때 당시 소련에서 매우 심했던 스탈린 개인 숭배, 즉 스탈린 우상화를 많이 보았습니다. 당시 사회주의 국가이면 지도자들은 하나님과 같은 절대적 존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김일성의 상식이었습니다. 사실상 지금 북한에서 많이 쓰는 수령이라는 말은 원래 김일성이 아니라 소련 지도자인 스탈린에 대해서만 쓰였습니다. 1945년에 소련 군대가 북한에 김일성 정권을 지도자로 옹립했을 때, 김일성과 북조선 지도자들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953년까지, 소련 영향권에 있었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자기 나라 지도자를 극찬했지만 그대로 우상화의 기본 대상은 김일성과 같은 현지 지도자보다는 위대한 소련에서 세계인민의 해방을 위해 열렬히 투쟁 중이신 스탈린 이었습니다. 당시 스탈린 우상화 현상은 북한이든 뽈스카이든 웽그리아이든 매우 비슷한 모습을 당시에 볼 수 있었습니다. 1940년대 찍은 사진을 보면 북한에서 어떤 행사가 있었을 때 김일성의 초상화 뿐만 아니라 스탈린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지금 북한에서 그 옛날 사진을 발표할 때 많이 수정합니다. 스탈린 초상화를 지워 버립니다.

기자: 하지만 스탈린이 사라진 뒤 소련에서 우상화 작업이 줄어들고 오히려 비판을 받았죠?

란코프: 맞습니다. 스탈린 사망 이후 소련에서 개인숭배, 즉 스탈린 우상화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 때부터 소련은 민주국가가 아니었지만, 최고 지도자를 하나님처럼 묘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도자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은 소련에서 60-70년대에도 불가능했지만, 그에 대한 극찬도 별로 없었습니다. 원래 소련은 북한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 국가들도 비슷하게 스탈린 시대 심각했던 현지지도자에 대한 우상화를 완화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은 이와 같은 정책을 수정주의라고 부르고, 50년대 말 소련 영향권에서 벗어나자마자 스탈린 시대 소련에서도 보지 못했던 극심한 김일성 우상화를 시작했습니다. 아마 당시 김일성 수상이 믿던 것은 그에 대한 우상화가 국가와 로동당 안의 반대파를 고립시킬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노동당 권력을 많이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1970년대 말 들어와 김일성 우상화는 극에 달했습니다. 집집마다 김일성 초상화가 걸리게 되고 일반 북한 사람들은 가슴에 김일성 휘장을 달지 않고는 집 밖으로 못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전례가 없는 우상화였습니다. 그 때부터 김일성의 이름도 신문이나 책에서 굵은 글씨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특히 김일성의 항일운동에 대해서 과장된 이야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기자: 김정은의 우상화 작업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제가 보니까 김정은 우상화 작업은 김일성 우상화 작업보다는 김정일 우상화 작업과 더 비슷합니다. 1950년대 말 소련 방식의 정책을 포기하고 극심한 우상화를 선택한 김일성은 다른 무엇보다 노동당의 단결과 민족 단결을 우선시했습니다. 김정일의 경우에는 우상화 작업을 한 기본 이유는 세습 권력의 정당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김정일도 김정은도 그들의 아버지 때문에 최고지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북한 관영언론은 그들의 탁월한 능력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일도 김정은도 둘 다 항일운동을 한 적도 없고, 매우 좋은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선전 일꾼들은 그들은 김정일, 김정은을 김일성과 같은 혁명 투사로 묘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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