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 남북교류재개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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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남한에 문재인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지난 몇 년 동안 중단됐던 남북교류가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 남한 통일부는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신청한 대북접촉을 승인했고, 앞서 남북접경 지역에서 말라리아 방역을 위한 접촉 신청도 승인했는데요. 우선 남북교류 재개의 의미부터 평가해주시죠.

란코프: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재와 압력만 강조하던 전임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책 때문에 동북아 국제정세가 많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남북교류를 많이 하겠다는 공약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 북한과의 교류를 시작하는 조짐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공약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제일 어려운 걸림돌은 최근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제재입니다. 몇 년 전까지 있었던 남북교류는 원래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지만, 최근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정을 감안하면, 국제법 위반 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남한측이 남북교류 재개를 위해서 지금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자:사실 남북교류가 중단된 직접적 원인은 북한이 제공하지 않았습니까? 2010년 당시 남한 정부는 천안함이 그해 3월 북한 측에 의해 공격을 받자 두 달 뒤 5월24일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류 전면 중단조치를 취했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북한은 남북한이 분단된 이후부터 계속 남한에 대한 도발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1996년에 북한 잠수함은 공비들을 남한 강릉에 침투시켰습니다. 이들은 북한으로 도망치면서 중간에 만난 남한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이것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니까, 천안함 폭침보다 훨씬 더 심한 만행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으로부터 약 1년 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교류를 많이 활발화시켰습니다. 그는 햇볕정책, 즉 대북 대규모 원조를 제공하는 정책까지 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보니까, 한국이든 미국이든 남북한 교류가 북한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은 뿌리가 깊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남북한 교류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기자: 북한은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해 여전히 북한 측 소행을 인정하지도, 사과도 않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남한 새 정부가 남북교류 재개 쪽으로 먼저 움직이는 건 사실상 북한에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닐까요?

란코프: 그런 부분이 확실히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측은 사과를 할 생각도 의지도 전혀 없습니다. 사실상 북한은 과거에 암살, 테러를 했을 때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언제나 '미제와 남조선의 모략'이라고 주장했을 뿐입니다. 예를 들면 북한 교과서는 지금까지 1950년 6월에 남한이 북한을 침략했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구소련 자료뿐만 아니라 중국 자료까지 공개화되었기 때문에, 김일성과 북한 지도부가 당시에 남침을 준비하는 과정이 매우 자세하게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이 사실을 인정할 수조차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1968년 1월에 북한 특수부대는 청와대를 공격하기 위해 서울시내까지 침투에서 교전을 벌였습니다. 당시에도 무고한 남한 인민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은 이 도발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김일성은 비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했지만, 이것은 공개적인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사실상 북한측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일본사람 납치 사건에 대해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일까요? 극히 이례적으로 북한은 솔직한 인정과 사과를 했지만, 일본과의 관계는 좋아지지 않았고 완전히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 사실을 잘 기억하는 북한 정권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생각조차 없습니다. 그들이 인정한다면, 남한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더욱 강하게 고조될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책임 인정과 사과에 대한 남측 희망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북한이게문제지요지만,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매우 유감스럽지만 북한은 언제나 그래왔습니다.

기자: 남북교류를 따져보면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도 있겠지만 비료나 쌀 지원 등 비교적 규모가 큰 대북 지원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지금처럼 북한이 핵, 미사일 도발을 계속할 경우 과연 이런 지원을 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대북지원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 핵, 미사일 개발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쌀이나 비료 지원을 인도주의적인 지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와 특히 미국의 태도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까지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국제사회는 지금 대북제재를 매우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남한은 대북 쌀, 비료 원조를 대규모로 한다면 국제사회와의 관계가 많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