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북한 노동당 7차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과 경제발전'이란 소위 병진노선을 앞으로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이 핵개발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그토록 혹독한 제재를 당하고도 계속 핵개발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인데요. 과연 북한이 희망대로 핵개발도 하고 경제개발도 동시에 이룬다는 병진노선이 가능할까요?
란코프: 해외 전문가 대부분은 병진노선이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저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북한의 병진노선은 가능하지만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편으로 보면 병진노선은 별로 큰 문제가 아닙니다. 핵무기 개발은 매우 비싸지만 이미 개발된 핵무기를 유지하는 건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그 입장에서 보면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보다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북핵 때문에 북한이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지난 수십년 동안 너무 빠른 속도로 성장한 나라들의 경험을 보면 그들의 공통점은 해외투자를 많이 유치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1980-90년대 중국이든 90년대 베트남이든 1970년대 남한이든 모두 다 해외에서 유치한 자본으로 공장 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발전소 등을 많이 건설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 때문에 해외 은행이나 사업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투자를 하기가 위험한 나라입니다.
기자: 투자를 해도 정치, 군사적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란코프: 물론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해외투자를 많이 유치하지 못할 것입니다. 해외투자가 없으면 경제발전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북한의 경제성장 속도는 결코 빠를 수 없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병진노선이 가능하지만, 발전의 속도는 중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의 발전속도보다 많이 느릴 것입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병진노선을 고수하겠다고 함으로써 대외정책에도 별반 변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과거 김일성, 김정일의 대외노선과 비교했을 때 이제 취임 4년 밖에 안 된 김정은의 대외정책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란코프: 대체로 말하면 김정은의 국내정책은 김정일의 국내정책과 차이점이 많지만, 대외노선 부문에서는 차이점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가 보니까 제일 중요한 차이점은 중국에 대한 태도입니다. 원래 김정일도 중국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믿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김정일 시대 북한은 가능할 때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중국에서 적지 않은 지원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북한은 중국에 대해서 사실상 도발을 많이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을 공개적으로 욕하기도 했고, 특히 모란봉 악단 철수사건 등 사실상 중국에 대한 너무 심한 무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가 많습니다. 물론 요즘에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의 중국방문 이후에 어느 정도 바뀔 수도 있지만, 중국에 대한 이러한 적대 노선은 너무 비합리주의적인 정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그래도 리수용이 시진핑 주석을 만남으로써 향후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열렸다고 봅니까?
란코프: 별로 없습니다. 김정은의 중국방문은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중국은 지금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 얼마 후 조금 북한에 대한 태도를 완화할 수 있지만 김정은의 방중을 성사할 정도는 아닐 겁니다. 왜냐하면 김정을은 초정한다면 이는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방중이 성사되면 중국이 아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북한의 핵개발을 방조한다는 외교 제스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 앞으로도 몇 년 간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방중은 사실상 불가능하겠군요?
란코프: 물론입니다. 사실상 북한 지배계층의 사고방식을 감안하면 비핵화를 할 의지가 없습니다. 그때문에 김정은의 중국방문은 2~4년동안 거의 불가능합니다.
기자: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김정은 위원장은 7차 당대회 때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내놓았다는 건데요. 북한이 경제개발을 제대로 하려면 외국자본의 유입이 필수적이지만, 지금과 같은 병진노선을 계속한다면 외국자본의 유치도 불가능하겠죠?
란코프: 제가 벌써 말씀드린 바와 같이 병진노선이 야기한 문제점 가운데 외국 자본 유치 문제는 제일 심각합니다. 북한은 외국 자본을 유치할 수 없다면 고도경제성장을 사실상 이룰 수 없습니다. 물론 빠르지 않은 성장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북한의 어려운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기자: 북한은 핵 보유국 자격으로 미국과 협상을 해보려는 생각인 것 같은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기조를 유지하는 한 비핵화 의지부터 보이라는 미국과 대화는 앞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봅니까?
란코프: 제가 볼 때 사실상 미국 대선 이후까지 미국과의 협상은 불가능합니다. 이유는 미국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즘에 북한은 놀랍게도 미국 우파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서 희망이 많습니다. 그들의 희망은 공화당 후보자 트럼프가 한반도에서 미군철수가 가능할 수도 있고 북한과 회담 및 타협을 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북한측이 희망을 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러한 희망은 근거가 매우 희박합니다. 미국에서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금도, 수십년 후에도 인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공화당 후보자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짧은 기간 안에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고 지금보다 더 강력한 제재나 압력을 지지할 것 같습니다. 민주당 후보자는 당선된다면 처음부터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 때문에 미국 선거 이후에도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미국에서 양보를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핵화가 없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거의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