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병진노선은 미국과 충돌의 길”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3.07.16
scott snyder 305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RFA PHOTO-장명화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과 함께 현재 미국과 북한 관계개선의 최대 걸림돌인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현안에 관해 얘기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최근 난데없이 미국에 대해 핵 문제를 풀기 위해 고위급 대화를 제의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실천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화 제의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이 갑자기 이런 회담을 제의한 의도를 뭐라고 봅니까?

스나이더: 제가 보기에 북한은 아마도 위성 부문과 핵 부문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보고 미국과의 접촉에서 나름의 행동조건을 정하려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2009년 이미 골대를 넘어섰습니다. 북한은 이미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공동합의를 통해 정치, 경제적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핵을 포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시 합의는 ‘행동 대 행동’을 전제로 한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비핵화는 관계정상화와 맞바꾸도록 돼 있었고 2007년과 2008년 이를 실행에 옮기도록 돼 있었죠. 하지만 2009년에 들어서 북한은 미국에 대해 비핵화를 뒤로 미루고 관계 정상화와 적대노선 철회를 우선 해결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태도는 맞교환 방식을 포기하는 것으로 미국에 대해 모든 걸 먼저 하라는 요구였죠. 또한 미국에 대해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2006년 이후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지도 않을뿐더러 관계정상화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건 행동 대 행동이 미국의 기본 노선임을 말해줍니다. 그것만이 미국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비핵화에 관한 진정성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뜻인가요?

스나이더: 북한은 ‘행동 대 행동’ 방식을 포기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논의하길 거부한다는 점이 바로 이런 방식을 포기했다는 증거입니다.

기자: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 한 미국은 앞으로도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스나이더: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가져왔습니다. 다만, 핵 문제와 관련해 협상에 복귀하려면 뭐가 필요한지를 북한에 알린 겁니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는 하겠지만 협상은 안 할 겁니다. 미국은 과거에도 북한과 직접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를테면 지난해 2월 29일 북미 합의가 있기 일주일 전 양측은 2~3 차례 만났고, 합의가 실패로 돌아간 뒤에도 2 차례 정도 평양에서 만났습니다. 우리가 모든 걸 다 알 순 없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그럴 때마다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따라서 북한도 미국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외교적 접촉의 재개를 위해선 뭐가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전달한 메시지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스나이더: 비핵화 협상에 나와 진정성을 보이라는 겁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 사항을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봅니다. 그냥 무조건적인 회담을 원한다는 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비핵화가 아닌 북한이 원하는 식의 회담은 안 된다는 것이죠. 미국이 원하는 것은 협상이 열리면 이건 비핵화에 관한 것임을 북한이 인정하고, 핵을 포기할 것임을 확약하며 이를 위해 행동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겁니다.

기자: 2005년 9월 19일 공동성명을 보면 이미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대신 정치, 경제적 혜택을 누리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북한과 핵 협상을 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스나이더: 기본적으론 9.19 공동성명에 대해 북한이 다시 한번 공약하고, 실천의지를 보이라는 겁니다.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한 조치입니다. 그 중 하나는 북한이 공동성명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겁니다. 그럼 미국도 행동 대 행동원칙에 따라 할 일을 하는 겁니다. 공동성명을 보면 비핵화뿐 아니라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도 기술돼 있고,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북한이 분명 바라고 있는 평화협정 문제도 나옵니다. 또한 북한의 경제발전 부분도 있죠. 그래서 이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기본적으로 국제사회의 환대와 함께 지원을 받도록 틀이 짜여 있습니다.

기자: 결국 미국이 북한을 못 믿는 것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결여이군요?

스나이더:  북한은 9.19 공동성명을 포기한 뒤 공동성명에서 오히려 더 후퇴하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2006년 첫 핵실험이 그것이죠. 따라서 북한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채 협상에 복귀한다면 핵실험에 따른 이득을 그대로 간직하는 겁니다. 북한이 핵 협정을 인정하지도 않는 데 미국이 북한 식 조건에 따라 협상을 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론 상상조차 불가능한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겠다고 공약한 뒤 오히려 그 반대로 가는 행동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기 위해선 북한은 옳은 방향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기자: 그럼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요?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 동결조치가 될 수 있을까요?

스나이더: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 가운데는 농축우라늄 활동을 검증할 용의를 보여주는 겁니다. 북한도 미국이 이 같은 행동을 취하길 원한다는 점을 잘 압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원들을 다시 복귀시키는 겁니다. 지난해 2월 북미 합의가 나왔을 때 실은 그런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봅니다.

기자: 최근 최룡해 인민군 총참모국장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중국을 방문해 6자회담 재개 의사를 밝혔는데요. 여기서도 진정성을 엿볼 수 없다는 말이죠?

스나이더: 북한이 그런 의사를 제기한 방식이나 내용을 보면 오히려 진정상과는 반대 방향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목표, 나아가 9.19 공동성명과는 직접적으로 반대되는 자체적인 전략 목표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북한의 대화제의를 보면 아무런 조건 없이 미국보고 대화에 응하라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장황한 자기들 조건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체에 대한 비핵화와 정전협정 문제 등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미국이 들어주면 결국 북한이 원하는 모든 걸 들어주고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는 꼴이 됩니다. 본질적으로 이는 미국이 백기를 들고 북한의 승리를 인정하는 셈이지요. 제가 볼 때 미국은 지금 지고 있는 형편에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취약한 입장에 있다고 봅니다.

기자: 그간의 북미 협상과정을 보면 북한은 미국과 어떤 협정을 체결했다간 나중에 실천하지 않는 등 신뢰성 문제가 큰 문제로 떠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봅니까?

스나이더: 바로 그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라는 겁니다. 북한의 약속위반 전력 때문에 단순히 회담에 나갈 수 없는 것이죠. 더구나 북한이 회담에 조건을 붙여놓고 미국에 무조건 회담에 나오라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럴 수 없습니다. 과거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당시 미국의 힐 수석대표는 김계관 부상과 베이징에서 만나 6자회담 재개를 발표했죠. 바로 이 같은 경험에서 북한은 잘못된 교훈을 얻었을 수도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핵 실험을 통해 미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2006년 부시 행정부의 전철을 다시 밟는다면 아마도 6자회담은 즉각 재개될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자: 끝으로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하고 싶은 충고가 있습니까?

스나이더: 김 위원장은 핵이 아닌 경제개발에 전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표명한 경제개발과 핵개발 병진노선을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을 걸로 봅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해 노선을 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병진노선은 미국과 충돌로 가는 길입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는 적대 노선이 아닌 무관심 정책이지만 북한이 미국에 적대적인 행동을 취하면 취할수록 무관심에서 적대정책으로 변할 가능성이 큽니다. 만일 미국이 한국과 공조해 북한에 적대적 행동을 취하기로 한다면 그건 북한으로서도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기자: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으로부터 북미 관계진전의 근본적 걸림돌인 북한 핵문제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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