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군숙청 일단 중단 후 계속할 듯”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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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전승절'(조국해방전쟁승리의 날) 64주년을 앞두고 북한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 결의대회가 열렸다.
지난 25일 '전승절'(조국해방전쟁승리의 날) 64주년을 앞두고 북한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앞서 북한은 김일성 시대엔 주체사상, 김정일 시대엔 선군정치가 개발됐다고 하셨는데요. 당중심이 아닌 군대가 우선하는 선군정치는 북한의 정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란코프: 솔직히 말해서 선군정치가 북한 정치에 끼친 영향은 별로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 북한 정치를 보면 김정일이 로동당보다 인민군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노선 변화를 정당화하는 선군 사상이 설령 없었다고 해도 북한 정치는 별 차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당시에 인민군을 노동당보다 더 믿을 만한 통제 수단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인민군 위상이나 당 위상에 변화가 많이 있었을까요?

란코프: 물론입니다. 김정은 시대에는 36년 만에 노동당 대회를 다시 소집하였습니다. 당중앙과 내각은 인민군 사령부보다 힘이 많아졌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비어있었던 자리들도 다시 채워졌고, 기능이 정지된 기구들도 다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 북한 정치는 사실상 많이 정상화되었습니다. 지금 북한 정치는 김일성시대 북한이나 1970-80년대 사회주의 진영 국가와 비슷해졌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군보다 당 중심으로 통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 시대 들어서 인민군은 김정일시대보다 힘이 약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까?

란코프: 순수한 정치적 입장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의 세계관을 감안하면 그들은 당연히 군대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핵개발 및 미사일 개발은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그들은 핵개발이 성공해야 체제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 아닙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여전히 군사발전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고, 군대가 여전히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입장에서 변화가 없습니다.

기자: 김정은 정권이 인민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셨는데요, 그럼 김정은이 왜 그토록 많은 인민군 지도부를 숙청했을까요?

란코프: 김정은 시대는 바로 고급간부, 특히 인민군 고급 간부들의 숙청이 유달리 매우 많은 시대입니다. 2012년 7월 리영호 차수의 숙청은 사실상 인민군 고급 간부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확실한 통계가 없지만 그 때부터 수백 명의 장령급 군인들은 숙청을 당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숙청정치가 인민군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이루고 싶은 것은 북한 집권계층 안에 그의 권력을 무시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인물들을 없애 버리는 것입니다. 김정은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별을 달고 있는 사람들은 제일 위험합니다. 그들은 총, 탱크, 대포등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정권을 무력으로 타도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김정은은 조금이라도 위험하게 보이는 장령급 군인이라면, 숙청합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의 빈번한 인민군 숙청은 결코 인민군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면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사상을 제기하거나, 그가 썼다고 주장하는 로작을 발표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를테면 김일성은 주체사상을,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주창했는데요. 김정은은 이렇게 한 적이 있을까요?

란코프: 아직은 별로 없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김정은이라는 사람은 꽤나 실용적인 부분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행사 등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무시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상을 약간 간과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은 젊었을 때 세습준비를 시작했을 때부터 사상 활동에 대한 통제를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김정은의 사상을 보면 내부 모순도 많고, 혼란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김정은은 믿을만한 기자나 교수, 아니면 당 일꾼을 부르고 새로운 사상을 만들라고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김정은이 내놓을 새로운 사상은 주체사상을 직접적으로 대체할 것이 아닙니다. 그 사상은 주체사상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사상으로 주장될 것입니다. 현 단계에서 그 사상의 이름조차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행동을 보면 조만간 생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식 사상은 김정일처럼 군대와 가까운 관계가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맑스-레닌주의에 대한 언급조차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맑스-레닌주의는 공산주의 멸망과 함께 이미 사라진 유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김정은은 인민군 숙청을 앞으로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란코프: 알기 어렵지만 이런 식의 숙청은 장기적으로 계속하기는 쉬운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공산권 역사에서 살인적인 숙청을 제일 잘 했던 사람은 스탈린입니다. 그러나 스딸린도 3-4년동안 대규모 숙청을 하다고 중단하고, 숙청을 집행한 정치경찰 책임자를 숙청하고, 국가 체제를 정상화하려 노력하였습니다. 북한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정은은 지금 숙청을 멈췄다가, 나중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숙청 자체에 논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숙청의 기본 목적은 북한체제에 김씨 일가 정권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사전에 없애버리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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