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인 남한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숩니다. 안녕하세요. 1990년 소련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뒤 구소 연방이 해체되고 이름도 러시아로 국호가 바뀌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요. 특히 러시아가 공산주의 체제를 탈피해 자본주의 시장경제까지 도입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 궁핍을 겪었는데요. 당시 북한 언론은 러시아 사람들이 공산체제가 무너진 뒤 고생이 많고 사회주의를 지키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식의 보도를 일삼았지 않았습니까? 실제로 러시아 사람들이 그런 불평을 했나요?
란코프: 이것은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물론 지금 소련에서 과거 공산주의 체제로 돌아가자고 하는 정치세력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세력은 러시아 공산당입니다. 그러나 러시아 공산당의 지지율은 고작 10%~15%에 머물고 있습니다. 바꿔 말해서, 과거 사회주의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러시아 국민들이 10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시장 경제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사회계층의 출신들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극소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은 공산주의 체제를 버린 것에 대해서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변: 하지만 소련의 붕괴를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그것은 사실입니다. 러시아에서 소련 붕괴를 후회하는 사람들은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후회하는 게 아니라 한때 초강대국이던 소련을 후회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소련 붕괴를 후회하는 사람들조차도 대부분은 소련 식 경제, 계획경제로 돌아가는 것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공산주의 계획 경제하에 경제 성장이 어렵고 러시아를 강대국으로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구소련 사람들이 소련 붕괴를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사회주의 경제가 아니라 초강대국 소련의 매력입니다.
변: 사실 소련에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다음에 소련 경제가 어려워졌지요?
란코프: 맞아요. 1990년대 초 사회주의가 무너진 다음에 소련에서 살기가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세계역사가 잘 보여주듯 과도기는 항상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90년대 러시아가 가장 어려웠을 때에도 1970년대, 80년대의 북한보다는 훨씬 잘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것은 옛날 이야기 입니다. 90년대 말부터 러시아 경제가 많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와 러시아는 고도경제 성장시대에 들어왔습니다. 사실상 지금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공산주의 시대보다 2배나 높습니다.
변: 지금 지적하신대로 러시아는 올해 상반기에 4.4%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하고, 실업률도 크게 줄어드는 등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요. 이게 다 러시아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6~7%에 머물고 있지만 70년대 소련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3%정도 였습니다.
변: 그렇다면 오늘날 러시아 사람들은 구소련시대 때보다 더 잘 살고 있습니까?
란코프: 물론 러시아 사람들은 구소련시대 때보다 잘 살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에서 자가용을 가진 사람은 3천5백만명에 달합니다. 러시아 인구는 1억4천만명 입니다. 네명 1대꼴입니다. 요즘 세탁기나 고급 칼라 TV가 없는 집은 시골에서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니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해외여행의 대중화입니다. 구소련시대에 소련 국민들은 외국으로 여행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당시 소련 국민들은 출국허락을 받는 것이 어려워습니다. 출국허락을 받았다 하더라도 여행 경비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태국인든, 중국이든, 프랑스이든 유명한 관광지에 가보면 러시아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변: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 언론이 마치 러시아 사람들이 구소련 체제에 대해 향수를 품고 있다는 식으로 왜곡 보도하는 까닭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란코프: 이것은 북한에서 체제유지를 위한 거짓말입니다. 북한 정치 엘리트는 시대착오적인 국가사회주의 체제가 남아있어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들은 국가사회주의에 대한 의심과 반대를 가로막기 위해 이 체제를 고안한 소련 사람들이 후회한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변: 그렇지만 설령 북한 언론이 그런 식으로 왜곡 보도한다고 해도 과연 이걸 믿는 북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북한 사람들도 오늘날 러시아가 부유한 시장자본국으로 성장한 사실을 얼마나 알까요?
란코프: 어느 정도 북한 사람들도 러시아의 성장을 알 수밖에 없습니다. 벌목공들을 비롯한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에서 지금도 값싼 노동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상황에 대해 알려주고 러시아 사회현실을 가족과 친척들에게 알려줍니다. 그래서 러시아 경제 현실을 아는 사람이 북한에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는 사람들보다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변: 그렇군요. 문제를 북한으로 좀 돌려보지요. 북한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관리조치를 취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러시아처럼 시장경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순 없겠죠?
란코프: 물론 북한도 시장경제를 러시아나 중국처럼 도입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많이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는 자본주의를 도입했을 때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라고 불렀지만 중국은 자본주의를 도입했다 하더라도 과거 공산주의 간판을 그대로 내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론 러시아도, 중국도 자본주의 경제를 시행한 게 사실이다. 바로 그 때문에 중국도, 러시아도 경제생활도 좋아졌습니다. 북한이 비슷한 조치를 취한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 확실합니다.
변: 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이 시간에서는 러시아가 공산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를 채택하면서 오늘날 많은 경제성장을 이루고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말씀을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