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10] 남북통일에 대한 남한 젊은이들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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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안녕하세요. 북한의 문제점을 이모저모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북한 전문가이신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님 나와 계십니다. 교수님, 오늘은 어떤 주제를 살펴볼까요?

란코프: 네, 오늘 순서에서는 남북통일에 대한 남한 젊은이들의 생각에 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변: 사실 통일은 남북한 사람들 모두의 염원일 텐데요. 특히 1990년 10월 동서독이 통일된 뒤 남한에서도 통일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했던 게 사실인데요. 요즘은 통일에 대한 열기가 예전만 못한 게 사실 아닙니까?

란코프: 맞아요. 북한 사람들이 볼 때 제일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남한 사람, 특히 젊은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태도입니다. 물론 남한의 언론이나 온갖 정치 세력은 입을 모아 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남한 방송이나 여러 가지 행사에서는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즐겨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 사람 대부분이 통일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유감스러운 사실입니다.

변: 그런데 북한 TV 매체를 보면 남한 학생들의 시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학생들이 통일을 주창하고 있고, 남한 국민들도 통일을 염원한다고 떠들고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맞아요. 그런데 그런 모습은 1980년대 말에나 90년대초에나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남한에서는 1990년대 까지도 통일에 대한 관심이 진짜 많았습니다. 보수 우익세력은 김일성, 김정일 정권을 전복하고 남한 정치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통일을 꿈꾸었습니다. 쉽게 말해 흡수통일을 꿈꾸었습니다. 반년 좌익세력은 김일성, 김정일 정권과 손잡고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였습니다. 우익과 좌익 세력은 서로 비판했어도 다 같이 통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통일을 해야 남과 북이 어려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잘사는 강대국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부터 사정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남한의 정치 세력은 지금도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북한에 대한남한 사람들의 무관심은 세월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변: 사실 1990년대까지도 통일에 대한 남한 국민들의 열망이 강했는데요. 왜 이렇게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고 봅니까?

란코프: 제가 볼 때 적어도 세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은 알 수 없는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교류도 없고 인간 관계도 없는 상태에서 남한 사람들은 북한을 알 방법이 없습니다. 북한과 남한의 역사 운명이 아주 다릅니다. 남과 북의 주민들이 경험하는 현실도 아주 다릅니다. 둘째 이유는 통일 독일의 씁쓸한 경험입니다. 통일된 독일은 애초 심한 경제 위기에 빠졌습니다. 제일 성공적인 시장경제 국가인 서독하고 제일 성공적인 사회주의 국가인 동독이 통일한 다음에 문제점과 경제난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동독은 서독의 입장에서 보면 크나큰 경제부담이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본 남한 주민들은 통일이 곧 경제 성공과 국력의 강화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셋째로는 독일 통일경험에 비추어 우려와 걱정을 더 심하게 만든 건 열악한 북한 경제에 대한 의식이 퍼졌다는 점입니다. 1990년대 초까지 남한 사람들은 북한이 어렵게 산다는 것을 알았지만 얼마나 어렵게 사는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말 고난이 행군 때 수많은 북한 사람들은 중국이나 동남아, 남한까지 피난으로 갔기 때문에 북한 피난민 이야기를 듣는 남한 사람들은 북한 경제가 조금 뒤 처지는 게 아니라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한 수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변: 과거 동서독의 경우는 어떠했습니까? 서독 사람들도 처음엔 동독과의 통일에 부정적이었나요?

란코프: 사실 1970년 대 서독 사회를 보면 현재 남한과 아주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970~80년대 서독 사람들은 통일이 멀고먼 장래에 좋다고 하면서 사실상 통일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독 사람들이 막상 시대착오적인 국가사회주의 체제를 전복한 뒤 서독과의 통일을 요구하기 시작했을 때 서독 주민들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서독 주민들은 통일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통일을 큰 소리로 요구하는 동독 대중의 압력에 굴복 하였습니다. 남한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남한 주민들은 통일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급박한 위기가 다가올 때 통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통일 운동을 주도할 세력은 다름아닌 북한 민중입니다.

변: 사실 남한 주민들이 통일에 부정적인 까닭은 통일 비용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충북대 안성효 교수의 최근 연구 발표에 따르면 통일 후 10년간 최대 480조원, 미화로 약 4천7백억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일 비용이 정말 문제인가요?

란코프: 제가 볼 때 유감스럽지만 이와 같은 우려는 근거가 있습니다. 이미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남북 경제수준 차이가 너무 심합니다. 1인당 소득 격차는 최소 1:15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전 세계에서 1인당 소득 격차가 이만큼 심한 이웃나라는 없습니다. 통일이 되면 남한이 대규모 대북 지원을 해야 합니다. 물론 남한은 해외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대북 지원은 불가피하게 남한 주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독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통일 후에 얼마 동안 남한 경제 성장이 어려워 질것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 무너진 북한 경제를 다시 가동하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현대 경제를 건설하는 과제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듭니다. 말씀하신 대로 통일 비용은 적어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돈입니다.

변: 통일비용이 이처럼 천문학적으로 크다고 해도 결국 통일은 필요한 것 아닙니까?

란코프: 사실 통일은 필요합니다. 사실 남한과 같이 풍요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북한 사람들 입니다. 통일이 되면 나중에 그들의 희망대로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그들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현대세계를 잘 모르고 현대 기술을 잘 모르니까 통일 이후 에도 얼마 동안 남한의 수준을 따라 잡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통일에 대한 공포는 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포는 너무 미시적인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일 이후에 얼마 동안 남북 격차는 상존할 것입니다. 또 얼마 동안 남한 사람들이 큰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할 것입니다. 이 기간은 10년, 많으면 15년입니다. 수 천년 한국 역사를 고려하면 10년이나 15년은 한 순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다음에 남북한 사람들은 진짜 잘사는 아름다운 통일한국을 건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 순서에서 남북통일에 대한 남한 주민의 태도에 관해서 란코프 교수님과 함께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