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 대북제재 한 목소리”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6.12.13
un_pass_hr-620.jpg 사진은 안보리 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핵실험을 응징하기 위해 유엔안정보장이사회가 결국 11월30일 강력한 제재결의 2321호를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번 제재결의는 북한이 지난 9월9일 5차 핵실험을 한 뒤 석달이 다 되어서야 나온 것입니다. 유엔 제재결의가 신속하게 채택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물론 공식적인 설명은 나올 수 없겠지만 이렇게 지연된 된 까닭을 짐작하기는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때 거의 유일한 이유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때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측은 이번 대북제재와 관련해 올해 3월 초순에 채택한 결의안 2270호보다 훨씬 더 엄격한 제재를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반대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1월 8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자가 당선되었습니다. 그는 선거 때 중국에 대한 비판도 많이 했고, 나토 즉 북대서양조약기구 철수위협, 한미, 한일 동맹 관계의 재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기존 국제관계 질서를 바꾸겠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런 요인도 대북제재 결의안을 준비하고 채택하는 기간이 늦어지는 데 일조했다고 봅니다.

기자: 이번 제재결의의 골자는 북한의 향후 석탄 수출한도를 2015년 기존의 38% 선까지 줄이도록 한 것입니다. 결국 제재의 실효성이 있으려면 중국의 완전한 동참이 필수라는 건데요. 어떻게 봅니까?

란코프: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태도를 보면 극복하기 어려운 두 가지 상충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중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것을 결코 환영할 수 없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국내 안전은 국제질서, 특히 한반도 주변의 안정과 직결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핵개발은 국제질서를 흔들리게 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핵보유 국가로 공식 인정된 중국은 범세계적인 핵확산을 결코 환영할 수 없습니다. 다른 한편 중국 입장에서 북핵에 대한 우려보다 더 큰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은 한반도의 위기를 절대 원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지도부는 공개적으론 통일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내부적으론 남북통일을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일 대북제재가 너무 엄격하다면 북한 국내에서 심한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고, 북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북한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판단하지만, 너무 강한 압력에 반대할 이유가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핵공업이나 군수공업이 무너진다면 큰일이 아니지만, 일반 경제가 심한 위기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대북제재를 해도 민생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기자: 사실 중국은 이번 유엔제재 결의를 채택하기 앞서 새로운 제재가 북한 민생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하지 않습니까?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유엔의 추가대북 제재가 북한 정권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방법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러기 위해선 북한 군수공업만 대상으로 하는 제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이런 주장이 아무 근거가 없습니다. 대체로 말하면 저는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 대해서 별 기대가 없습니다. 그래도 제재를 해야 한다고 한다면 분명 북한경제를 대상으로 하는 제재만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 원하는 대로 북한의 민생을 해치지 않는 경제 제재가 있을 수는 없습니다.

기자: 최근 보도를 보면 중국과 북한의 교역은 지난 8월 증가세로 들어선 뒤 10월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할 정도로 급속히 회복 중입니다. 이걸 보면 유엔의 대북제재, 특히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가 100% 확실하지 않다고 봐야죠?

란코프: 이것은 중국의 새로운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지금 북한에 대한 불만도 있고, 남한에 대한 불만도 많습니다. 기본 이유는 남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즉 사드 배치를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사드가 남한에 배치 되면 미국이 중국의 전략적 군사상황과 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해 많이 반대합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해서 북한을 지지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해 불만과 짜증이 매우 많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은 중국에서 많은 원조를 받지만, 이 런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감사를 표시하지 않는 점을 중국은 마땅치 않게 생각합니다. 중국측은 사드 배치를 결정한 남한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 유엔차원의 대북 제재를 다소 완화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러시아도 유엔의 새 대북경제제재가 미칠 자국내 영향 때문에 부처 간 조율의 필요성이 있다며 제재채택에 시간을 끌었는데요. 러시아의 입장은 뭡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까 러시아의 대북 정책은 중국의 정책과 매우 비슷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중국처럼 중요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중국에는 한반도가 너무 중요하지만 러시아에게는 그 만큼 중요하지 않습니다. 북한 청취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지만, 러시아와 북한 간의 무역은 1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이는 중국과 북한간의 무역보다 60분의 1 수준입니다. 북한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관심도는 이 만큼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대체로 말하면 중국의 태도를 지지합니다. 러시아는 중국처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문제로 보는 동시에, 북한이 위기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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