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대북인권압박 성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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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서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내용과 관련해 터프츠대 국제대학원 이성윤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유엔은 2003년 이후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고, 2014년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권고한 내용이 들어 있어 눈길을 끌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반대해서 실효성은 떨어진 게 사실인데요. 유엔 5개 상임이사국의 하나인 중국이 이처럼 인권문제가 심각한 북한을 무조건 두둔하는 건 문제죠?

이성윤: 중국은 이번뿐 아니라 앞으로도 또 다시 제소할 시 거부권을 행사할 겁니다. 반복적으로 말이죠. 하지만 이런 중국의 북한 두둔 입장, 정책이 장기적으로 이를 테면 5년, 10년, 20년 유지되기도 어렵다고 봅니다. 국제사회가 계속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할 때 북한을 보호하겠다는 중국의 결의는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가 단기간에 실적이 없더라도 북한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이번에 북한인권결의안을 주도한 측은 유럽연합과 일본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유럽에선 대북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북한에 사치품 등을 수출하는 기업들이 있다고 하죠?

이성윤: 맞아요. 유럽의 일부 회사들이 아직까지도 북한과 무역을 하고 있죠. 유엔의 대북 제제를 5개나 위반하면서 북한에 사치품을 파는 유럽 기업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자신들의 대북 수출행위가 제재를 위반한 것인지 아는지 모르겠지만 국제사회가 계속 관련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런 기업들에게 심적인 억압을 가할 때만이 대북 거래를 끊을 것으로 봅니다.

기자: 흔히 유엔의 대북제재에 찬성하면서도 막상 제재 결의내용을 실천하지 않는 나라로 중국을 꼽습니다. 그런데 유럽도 예외가 아니군요?

이성윤: 물론 중국의 대북지원 비중을 유럽과 비교해보면 약소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약소한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작년에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할 때 스키 리프트 관련 부품 8백만 달러를 스위스에서 구입하려다 스위스 정부가 이를 차단했죠. 그땐 스위스 정부 차원에서 차단했지만 방치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비단 스위스뿐 아니라 북한에 이런 사치품을 판매하는 나라들이 꽤 있습니다. 반면 중국의 대북한 지원금액은 어마어마합니다. 정확한 금액은 모르지만 북한의 식량 및 에너지 필요량의 80% 이상을 중국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정은도 중국에 대한 이처럼 지나친 의존도에서 벗어나 다변화할 필요를 느낄 겁니다. 지난달 최룡해를 특사로 러시아에 파견하고, 일본과도 올 초부터 대화를 하고 미국, 한국과 대화, 핵 공갈로 인한 보상을 얻어내기 위한 노력을 다시 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올해의 경우 이번에 한 가지 눈에 띄는 게 북한이 외무상까지 뉴욕을 방문하는 등 전례 없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 아닙니까?

이성윤: 물론 북한도 국제사회의 대북인권 압력에 부담을 느낀다고 봐야죠. 실제로 어느 나라도 국제사회가 단합해서 어느 한 국가가 주민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유린하는 것을 규탄한다고 할 때 기분이 좋은 나라는 없죠. 지난 두 달 간 유엔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결의안 저지를 위해 노력하고, 유엔북한인권보관을 북한에 초대하겠다는 메시지를 흘리는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즉 입장을 바꿔 이런 노력을 한국이나 일본, 정상적인 국가의 외교관들이 했다고 상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죠. 그냥 자기들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죠. 다시 말해 북한 정권이 그다지 신경은 안 쓰면서 일종의 쇼를 하고 있다고 보는 거죠.

기자: 혹시 이번 결의안 내용에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최고 지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조항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이성윤: 그렇죠. 이런 내용이 들어간 결의문이 나왔다는 자체가 굉장히 기분이 나쁠 뿐 아니라 부담이 되죠. 유엔에 파견된 북한 외교관들은 목줄이 날아갈 까봐 겁이 안 날수가 없죠. 물론 김정은을 실제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우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런 현실을 놓고 볼 때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북한이 앞으로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감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측은 정확히 할 순 없지만 필연적으로 할 겁니다. 이유는 우선 기술적 차원에서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 나라치고 핵실험을 세 번만 하고 멈춘 나라는 없습니다. 북한은 2006년, 2009년, 2013년 세 번 핵실험을 했죠. 만일 북한이 다음 번 핵 실험을 할 때 “이 핵실험은 미국의 대공화국 인권공세에 대한 억제력이었다”는 억지 주장을 펼칠 것으로 봅니다.

기자: 실제로 유엔의 대북 인권압박이 심해지자 북한은 핵실험 위협을 하지 않았습니까?

이성윤: 만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해서 국제사회의 심각한 안보 사안으로 떠오른다면 북한은 이를 인권공세로 치부하고 나면 북한인권 문제는 한 동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북한 입장에선 이번 결의안에 대해 저지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반면 정말 김정은이 헤이그에서 재판을 받을 까봐 그랬다기 보다는 다음 번 심각한 무력도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그랬다고 봅니다.

기자: 사실 2003년 이래 유엔에서 대북인권결의안이 통과됐을 때 실효성이 없는 하나의 통과의례로 보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조사 발표, 그리고 마침내 10년만에 북한 최고 지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권고내용까지 포함된 결의안이 나온 것을 보면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고 평해야죠?

이성윤: 네, 이런 결의안이 나오기까지 10년이상 걸렸다는 것, 그렇다고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요.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인권의식이나 시각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것은 하나의 업적이라고 봅니다. 물론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요. 물론 이런 결의안을 통과시켜봐야 뭘 하겠느냐? 단기간에 북한이 달라지겠냐? 하는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관점은 저도 충분히 이해 합니다. 반면 먼 훗날 북한 인권이 정말 개선됐다고 볼 시점, 아니면 북한 정권이 몰락해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후대의 역사가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2014년이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당시엔 힘도 없이 그냥 정의, 가치를 가지고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한 국제사회, 특히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서가 당시엔 북한을 변화시킬 현실적 힘은 없었지만 많은 작업과 노력을 해서 발표되고 유엔에서 이를 바탕으로 결의안이 나왔다는 것은 하나의 큰 전환점이었다,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하나의 시발점이었다’는 평가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