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다사다난한 2012년 한 해도 이제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김정은 체제 1년을 맞이해 북한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짚어보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김정은 시대의 첫 해, 북한에서 국내적으로 지난 1년 간 어떤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봅니까?
란코프: 결론부터 말한다면 크게 눈에 띠는 변화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1년 12월에 김정일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했을 때 북한 전문가 대부분은 후계자 김정은이 아버지의 정책을 얼마 동안 그대로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김정은에게는 권력기반도 별로 없고, 국정 경험도 별로 없는 젊은 지도자였기에 불가피하게도 아버지 시대의 원로들의 조언을 받아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그들이 예측한 대로 되었습니다. 중요한 변화도 좀 있었고,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도 없진 않지만 대체적으로 김정은 통치 1년은 김정일 시대와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변: 금방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이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무슨 사건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혹시 1년 전에 전문가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라도 있을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지난 1년 북한에서 벌어진 주목할 만한 중요한 사건은 2가지 입니다. 하나는 고위 군인들에 대한 숙청입니다. 그 숙청 때문에 장성택을 비롯한 노동당 간부들의 힘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또 하나의 소식은 지난 7,8월에 북한 지도부가 중국과 어느 정도 비슷한 개혁을 시도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시도는 단 몇 개월 만에 멈추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 시도 자체가 아주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변: 우선 고위 군인에 대한 숙청 부분부터 살펴보지요. 북한 김정은은 지난 7월 군부 실세였던 리영호 인민군 참모장을 전격 해임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맞아요. 올해 북한에선 인민군 고위장성들이 거의 40년만에 전례없이 대대적으로 숙청을 당하였습니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장례식 때 운구차 옆에는 8명의 실세가 따라갔습니다. 오른쪽은 김정은과 장성택을 비롯한 사복을 입은 당 일꾼들이었습니다. 왼쪽은 리영호 전 참모장을 비롯한 최고위 군인들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오른쪽 호위를 맡은 4명의 당 일꾼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왼쪽 군복을 입은 4명 중 숙청 당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뿐 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다른 군인들과 달리 숙청은 당하지 않지만 당 중앙에서 아주 낮은 직급으로 강등되었습니다. 이러한 인민군의 숙청을 통해 더 낮은 인민군 지도자들 또한 지난 1년 동안 많이 없어졌습니다. 그들을 대체한 사람들은 힘과 크게 관련이 없는 인물들로서 영향력과 정치 권력이 덜 합니다.
변: 말씀하셨듯이 김정은은 집권한지 1년도 안 돼서 군부의 실력자 인 리영호 참모장은 물론,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인민무력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을 모두 교체했는데요. 특히 리영호 참모장의 해임은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맞습니다. 리영호는 북한에서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북한 군부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던 군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 언론은 인민군 총사령관은 김정은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군대도 가본 적 없고 군복도 거의 입어 본적 없는 김정은은 상징적인 인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래서 지난 7월까지 인민군에서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리영호 전 참모장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전격적으로 해임된 것입니다.
변: 그렇다면 리영호를 비롯한 군부 실세 4인방에 대한 숙청은 북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란코프: 현 단계에서 인민군 고위 장성의 숙청이 어떤 정치적 결과를 초래할지는 잘 알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인민군 파가 개혁과 개방을 반대하는 세력이라고 분석합니다. 이것은 그럴 듯한 주장이지만 우리가 북한 정치 내막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설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인민군 파와 노동당 파는 중요한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대립은 순수한 권력투쟁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변: 그렇군요. 김정은이 이런 인민군 고위 장성에 대한 숙청과 함께 또 하나 주목을 받은 일은 소위 북한식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 ‘6.28 경제방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지난 6월 말부터 북한에서 나오는 소식을 보면 북한 지도부가 취한 개혁 작업이 1970년대 말 중국이 실시한 정책과 비슷한 점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은 농업개혁을 위한 6.28방침을 내렸습니다. 이 방침의 내용을 보면 농민들은 수확의 일부를 판매할 수 있게 되고 농업생산 자체도 농가를 중심으로 관리구조 변화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북한 농민들은 6.28 방침에 대한 교육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북한 측은 외교관들에게 이 정책 변화를 공개적으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6.28방침을 보면 1970년대 말,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 중국과 아주 비슷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 북한이 6.28조치를 통해 농업분야에서 개혁을 추구하고 있다면 다른 부분에서도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요?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지난8월쯤 북한에서 공업관리 구조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기업소 책임자들이 더 많은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침이었다고 추정됩니다. 게다가 사회, 문화 부분에서도 예측하지 못했던 변화가 생겼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자신의 부인과 함께 공개적으로 동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 이나 9월에 리설주씨의 미모는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언론에서 매주 몇 번이나 보도되었습니다.
변: 김일성이나 김정일도 공식 행사에 부인을 일절 동행하지 않았는데 김정은은 이런 전례를 깨고 리설주를 등장시켰죠?
란코프: 리설주가 김정은을 공개 수행하는 것은 북한 사회에서 전례가 없던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김정일 전 위원장은 부인이 몇 명 있었고 동거녀 또한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여성들을 한번도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변: 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김정은 체제 1년의 이모저모에 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