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개발의 최대 피해자는 일반 주민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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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노동자들이 지난 13일 핵실험 성공 소식을 접한 뒤 환희에 넘쳐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북한이 결국 우방인 중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북한이 전례 없이 강력한 추가 제재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를 뭐라고 봅니까?

란코프: 북한의 행동은 새삼스런 일이 아닙니다. 북한은 이미 1950년대부터 핵개발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에 들어 핵개발에 더욱 가속도를 냈습니다. 북한은 핵개발을 하는 이유가 억제력을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부 사실은 아닙니다. 첫째로 북한이 주장하는 억제력은 북한 국민들을 지키는 것보다 북한 지배계층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둘째로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핵무기는 억제력 수단보다는 협박, 외교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핵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대외전략을 추구함으로써 외국에서 조건 없는 지원을 받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가 이러한 조건 없는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국민의 복지보다 지배계층의 권력과 특권의 유지 때문입니다.

변: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란코프: 그럼 협박문제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지난 15여년 동안 북한은 외국에서 많은 식량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평균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매년마다 70~80만 톤씩 무료 식량지원을 받아왔습니다. 식량을 무상으로 제공한 나라들은 미국, 일본, 중국, 남한입니다. 북한 사람들의 상식과 달리 중국은 2007년, 2008년 까지 북한에 식량지원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북한에 가장 많은 지원을 했던 나라는 미국과 남한뿐 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난 15년 동안 미국, 일본, 남한이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면 북한에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아사했을 것입니다.

변: 그렇군요. 그런데 당시 북한을 이처럼 식량지원을 받으면서 이런 나라들로부터 아무런 조건이 없었나요?

란코프: 맞아요. 북한 측은 외국에서 식량지원을 받으면서 아무 조건이 없는 지원을 받으려 노력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식량지원을 제공한 국가들은 분배된 식량을 잘 감시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자들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쌀을 일반 주민들보다는 당 간부들, 보안원들, 보위원들에게 그리고 인민군들에게 줄 수 있었습니다. 북한 지배계층 입장에서 보면 해외에서 오는 지원은 조건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러한 지원을 체제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조건 없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핵을 중심으로 한 협박외교뿐입니다. 물론 북한이 핵 개발을 하지 않았더라도 식량난 때문에 외국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또 식량 지원국가들은 북한에 대한 식량분배 상황을 잘 감시했을 것입니다.

변: 결과적으로 보면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덕에 북한에선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것은 지배계층뿐만 아니라 일반 북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것이 아닐까요?

란코프: 물론 국제사회의 식량지원 덕분에 평범한 북한 주민들도 혜택을 받은 것이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조건이 있는 식량지원이 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분배에 대한 감시만 잘 되었더라면 일반 북한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식량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보다 더 중요한 점은 식량난이 생긴 이유가 뭐냐 하는 것입니다. 식량난이 생긴 이유는 한마디로 말해서 북한의 정치 체제와 직결된 것입니다. 사실상 북한이 1990년대 대기근을 체험한 이유는 북한 세습 지배 계층이 체제 유지를 위한 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변: 앞서 억제수단으로서 핵무기는 어떨까요? 북한에게 핵무기는 협박 수단뿐만 아니라 억제 수단이라고 앞서 말씀하셨는데요. 외국 침략과 공습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하지 않을까?

란코프: 이것은 조금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 한편으로 보면 북한 핵은 정말 외국 공습이나 침략을 막아내는 억제수단입니다. 이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자들은 외국 공습에 대한 우려가 없진 않지만 보다 더 큰 우려는 북한 내부의 문제입니다. 그들은 동유럽 경험 및 아랍국가들의 경험 때문에 내부적으로 민중혁명에 대한 공포가 없지 않습니다. 이러한 공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자들은 북한에서 이러한 반란이 발생할 경우에도 핵무기를 보유하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들의 희망은 북한에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할 때도 다른 나라들이 북한 정권의 전복을 위한 외부세력을 지지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들은 핵을 보유함으로써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력을 더 쉽게 막아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북한 핵은 나라를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로 북한 특권계층이 권력과 특권을 지키는 방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은 핵을 개발하려 북한 주민들이 많이 희생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희생의 결과는 북한 주민의 삶이 나아진 게 아니라 시대착오적이며 비민주적인 정치 사회체제입니다. 바꿔 말해서 그런 희생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받은 고생은 오히려 더 많은 고생을 유발하였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 당국이 핵을 개발하면서 그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북한 주민이라는 점을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