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57] 김정은, 원로의 압력과 중국의 비협조로 개혁 연기한 듯

워싱턴-변창섭, 란코프 pyonc@rfa.org
20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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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제1위원장이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창립 60돌을 맞아 이 학교에서 열린 김일성·김정일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모습.
Photo: RFA

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전문가이자 남한 국민대 교수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농업분야에서 뭔가 개혁을 하려는 듯한 조짐이 보였는데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란코프: 지난 7, 8월에 북한에서 나온 소식을 살펴보면 김정은 정권이 나라를 바꾸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편으로 김정은은 ‘6.28 방침’을 내려서 농업, 관리 개혁을 시작하겠다고 했습니다. ‘6.28방침’의 기본내용은 1970년대 협동농장을 해산하기 시작했던 중국과 비슷한 내용입니다. 생산 부문에서 협동농장보다 개인 농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하고, 농민들은 수확 일부를 국가에 바치는 것보다 스스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공업 부분의 경우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지만 북한 기업소가 종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재량권을 넘겨받았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이것 또한19 70년대 말의 개혁과 개방의 길에 접어든 중국과 비슷한 정치 양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변: 그렇군요. 바로 이런 변화 때문에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기대감이 많았는데요.  지금은 어떨까요?

란코프: 글쎄요. 지난 한 달간의 소식을 보면 조금 이상한 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에서 변화에 대한 소식은 갑자기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공업관리 변화가 10월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점은 6.28방침에 대한 새로운 소식입니다. 많은 지역에서 농민들이 ‘6.28 방침’에 대해 학습을 했다고 보도합니다. 그 학습의 내용은 올해 흉년 때문에 식량 사정이 어려워서 ‘6.28방침’을 식량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미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바꿔 말하면 공업, 농업 등의 부분에서 시작됐던 변화가 제대로 실시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변: 이처럼 의욕적으로 시작한 농업, 공업 분야의 변화가 미뤄졌는데요. 무슨 사정이 있을까요?

란코프: 현 단계에서 확실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개혁과 개방의 이념을 포기하고 아버지처럼 현상유지를 위해서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정치적인 이유로 김정은 정권이 중국식 개혁을 필요로 한다고 판단하지만, 현단계에서 실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변: 그렇다면 북한이 개혁을 포기하고 구체제를 유지하기를 결정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란코프: 만약,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진정으로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이것은 고 김정일 위원장 정치 노선으로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북한은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변화를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정일 정권이 개혁을 피했던 이유는 국내 정치 안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의 경우, 중국식 정치 노선은 국내에서 외국생활에 대한 소식의 확산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해외 생활에 대한 정보만큼 체제유지를 위협하는 정보는 없습니다.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식 개혁으로 나라의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로 인한 정보의 확산 때문에 이와 같은 정치가 심각한 위기 및 체제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김정은 또한 처음엔 개혁을 시도했지만 현재 원로들의 영향 때문에 아버지 김정일의 사고 방식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습니다.

변: 북한 정권이 영구히 개혁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임시로 연기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물론, 그럴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가능성 또한 매우 높습니다. 북한이 지난 7, 8월 시도했던 개혁 조치가 연기되도록 한 이유는제가 볼 때 두가지 정도 있다고 고려됩니다.

첫째로, 북한 원로의 압력을 무시하면 안됩니다. 북한 원로 대부분은 고 김정일 위원장처럼 중국식 개혁이 위험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그들의 압력에 굴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 개혁의 시작은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로들은 다 늙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몇 년 이내 사망하거나 공직에서 물러날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영향을 많이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때가 되면 그들은 자신들이 싫어하는 반대 정치노선을 가로막을 힘도 많이 없어질 것입니다. 그 경우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금 당장 개혁을 실행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2, 3년 후에는 개혁 정책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볼 때 두 번째 이유는 중국입장입니다. 북한은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경영 구조를 바꿔야 할 뿐만 아니라 많은 투자를 얻어내야 합니다.  북한이 아무런 투자 없이 개혁을 한다면 성공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처한 국제 정치를 감안하면 북한이 대규모 투자를 얻을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 입니다. 바꿔 말하면, 중국 지원 없이, 중국 돈 없이 북한에서 성공적인 개혁 및 경제 복구가 어려울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지난 8월, 북한에서 김정은 다음으로 실세로 여겨지는 장성택 비서가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중국측은 많은 투자를 제공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중국은 그대로 소규모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 같지만, 북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지원하는 것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북한입장에서 보았을 때, 실망스러운 소식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북한 정부는 투자를 얻을 기회를 얻을 때까지 변화속도를 줄이기를 결정했습니다.

변: 앞서 북한이 당장 개혁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럴 경우 북한이 개혁을 시작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증거로는 무엇을 예상할 수 있습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농민입니다. 농업은 북한 경제 구조에서 제일 중요한 약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 계층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시대 착오적인 무능력한 사회의 경제제도를 바꾸기 시작한다면 농업에서부터 개혁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북한 지도 계층은 농민들에게 땅을 나눠줄 뿐만 아니라 많은 경제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북한 농업에서 이러한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북한 정부가 개혁의 길에서 첫 걸음을 뗀 것이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소식은 내년 봄에 들릴 수도 있고 앞으로 10년 동안 들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