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에 북한 동맥이 막힌 듯”

워싱턴-한영진 jungy@rfa.org
2017.10.04
dandong_truck_loading-620.jpg 북·중 접경지대인 단둥 시내에서 북한 무역차량 트럭 짐칸에 물품 싣는 무역상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한영진입니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채택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로 북한의 전체 수출물량의 약 70%가 막혔습니다.

중국 세관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무역차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중국당국은 군견까지 동원해 국경지방에서 밀수를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 무역을 하던 중국 상인들도 더 이상 북한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러시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한때 북한과 거래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던 중국 상인들은 “북한의 동맥이 막혔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북한은 어디로>시간에는 북중 무역 현장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사운드 바이트> 최근 북중국경지역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의 무더기 귀국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방금 들으신 내용은 중국의 대북제재가 어느때보다 강화됐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입니다. 먼저 북중 교역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국 단동 세관이 썰렁해졌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자동차의 대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진행한 이후 채택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5호는 북한의 의류수출을 전면 중단 시켰고, 원유 수입을 제한하고, 석유제품 수입의 30%를 차단시켰습니다. 그보다 한달 먼저 채택된 유엔안보리결의2371호는 북한의 석탄과 수산물 수출을 전면 중단시켰습니다.

만일 이 결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북한은 전체 수출규모의 약 70%가 막힐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는데요, 현재 미국 등 국제사회는 유엔안보리결의가 성실히 이행되는지 중국을 주의깊게 주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과의 교역의 90%를 담당하기 때문인데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에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하면서, 만일 중국의 관행이 계속된다면,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의 철강 등 주요 수입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대미수출액의 약 39%인 1천500억달러의 손실을 보게 됩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돕는 중국 은행과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하겠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의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중국이 유엔안보리 결의를 성실히 이행할 경우, 북한의 한해 수출규모 30억 달러 가운데 약 20억 달러가 막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 노동당 39호실에 근무하다 미국으로 망명한 리정호 씨는 북한의 전체 수출규모 30억달러에서 석탄 수출금지로 약 10억 달러가 감소되고, 수산물에서 약 3억달러, 의류수출에서 수천만 달러 손해를 보게 된다고 최근 미국 언론에 밝혔습니다.

중국 해관통계에 따르면 2015-2016년 북한의 대중 수출 규모는 약 30억 달러였습니다. 이중 석탄의 경우, 북한의 한해 수출계획 한도인 2천만톤으로 치면, 약 10억~12억 달러에 달합니다.

유엔안보리결의 2371호는 북한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중국 해관통계에 따르면 2016년 북한의 수산물 수출은 약 1억 6천 만달러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세관을 통해 중국으로 수출한 금액이고, 공해상에서 중국어선에 직접 넘기거나 어장을 팔아 취득하는 금액까지 다 하면 연간 3억 달러 가량 된다고 익명을 요청한 북한 경제 전문가는 추산했습니다.

또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북한의 섬유수출을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현재 북한의 의류 수출액은 한해 8억~1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의류산업은 원단을 중국에서 들여다 가공해 다시 파는 임가공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경제 전문가는 “북한 경제는 2000년 중반 이후부터 수출과 수입 구조로 고착됐다”면서 “중국에서 원단이 들어가야 임가공이 이루어지는데, 원단이 들어가지 못하면 의류 수출품도 나오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중국에서 원단은 물론 자크, 단추, 재봉실까지 일체 다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에서 자재를 사오는데 지불하는 돈을 빼면, 의류수출을 통해 북한이 순수 벌어들이는 돈은 수천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실례로 북한 은하무역총국은 중국에서 원단을 들여다 임가공해서 약 3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무역총국이 멎게 되면 산하에 종사하던 수만명의 노동자들이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게 됩니다.

북한의 전력 생산 능력도 250만 키로와트로, 몇 개 도시밖에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북한은 37년전 노동당 6차 대회에서 ‘10대전망목표’를 제시하고 전력 1천억 키로와트시 생산목표를 세웠지만, 아직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석탄과 철광 등 수출이 막히면서 탄광, 광산 노동자들의 식량 배급에도 빨간 불이 켜지게 됩니다.

탄광 광산들에서는 광물을 수출하고 식량 살 돈을 장만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배급이 줄어들고, 노동자들에게 식량을 주지 못하면 통제가 어렵게 됩니다. 또 각종 범죄와 꽃제비들이 늘어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석탄과 수산물, 의류 수출 등 3대 기둥수출 상품이 모두 막히면서 북한의 동맥이 막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나진 선봉시를 통해 북한과 무역을 하던 한 중국의 무역 소식통은 “중국 상인들은 대북제재 영향으로 수출물량을 받을 수 없게 되어, 러시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역 상1: 북한산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모두 러시아로 다 가려고 하더구만요. 내 친구도 올해부터 가려고 하는데 이제는 북한과 하던 일을 다 접었으니까.

이 소식통은 “경제적 제재는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겠지만, 서서히 북한 주민들은 높아가는 물가와 생필품 부족으로부터 겨울쯤에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세계적으로 북한의 경제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세계적으로 경제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미국으로, 미국의 GDP(국민총생산)은 2016년 기준으로 18조 5천600억 달러로 나타났습니다. 그 뒤를 이은 중국은 11조 3천 900억달러로 두번째 자리를 차지했고, 한국은 1조4천억 달러로 세계 11번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연간 수출액 30억달러 가운데 70%가 줄어들 상황에 놓였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외화로 2천 500만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갈 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이와 때를 같이해 중국은 국경일대에서 간간히 이어지던 밀무역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 혜산시와 마주한 중국 장백현에 사는 한 무역상의 설명입니다.

무역상2: 밀수랑 완전 힘들어졌대요. 옛날과는 완전 다르다고 하던데요. 혜산쪽에는 가만히 조금 조금씩 한대요. 우리 때에는 완전 많이 했는데 이젠 다 없어졌대요.

이 상인은 과거에는 “금속과 약초 등 밀수가 혜산시 일대에서 빈번히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국경단속이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료녕성 단동시에서도 북한으로 들어가는 자동차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었다고 중국 현지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단동의 소식통은 “중국 세관이 북한 트럭 운전수들의 운전칸을 샅샅이 뒤진다”면서 “이전에는 맥주나 땅콩 사탕 등 개인짐들이 실었지만, 규정된 교역 품목 외에는 어떠한 장사짐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중국 단동시 북중 접경 지역에서 중국 변방대가 군견을 동원해 밀수 검문을 진행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길림성 훈춘시와 룡정시 사정에 밝은 한 상인은 중국 훈춘 세관에서도 수산물을 단속을 강화했다고 말했습니다.

훈춘 무역상인: 제재를 하지요. 중국에서 엄연하게 하지요. 수산물도 힘이 좀 있는 사람들이 세관에 힘있는 사람들을 끼고 조금씩 들여오는 것이고, 중국 연길 시장에도 북한산 수산물이 없다잖아요.

한편 북한은 현재 전체 주민들을 동원해 ‘악의 제국 미국을 이 지구상에서 영영 없애버리자’는 등의 구호를 내세우면서 반미대결전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유엔대북제재 결의 이후 자력갱생을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불굴의 정신력과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전력과 석탄, 비료, 시멘트를 비롯한 중요 공업부문에서 전례없는 생산적 앙양을 일으키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얼마전 북한군 산하 협동농장을 방문하고 “농업전선은 사회주의수호전의 전초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까지 대북제재에 나선 상황에서 올해 겨울을 버티자면 먹을 거리가 풍부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 시간에는 중국의 유엔제재 동참으로 북중 국경통제가 강화되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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