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북중관계, 북 새로운 선택 고민하나?

워싱턴-한영진 jungy@rfa.org
2017.05.10
nk_china_fog_b 북중관계의 앞날을 예고하듯 압록강대교가 안개에 뒤덮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한영진입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대북제재 공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붉은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월 3일 “조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라는 김철이라는 개인 필명의 글에서 “조중(북중)관계의 《붉은 선》을 우리가 넘어선것이 아니라 중국이 란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북한 매체는 작심한 듯 중국을 거명하면서 “이미 핵보유국이 된 우리에게 있어서 선택의 길은 여러 갈래다”고 언급해 다른 외교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의향도 내비쳤습니다. 그래서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는 “흔들리는 북중관계-북 새로운 선택 고민하나?”를 보내드립니다.

<사운드 바이트>

이 녹음은 북한과 중국 양국이 서로 ‘레드라인’, 즉 붉은 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언론 보도내용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5월 3일 김철이란 개인필명의 글에서 “우리에게 있어서 핵은 존엄과 힘의 절대적상징이며 최고리익”이라며 그 핵보유를 반대하는 중국을 가리켜 레드 라인을 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중국의 신의 없고 배신적인 행동으로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거듭 침해당했다”며 그동안 품었던 섭섭한 감정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실례로, 1992년에 맺어진 한국과 중국간의 국교수립 때에 북한이 받았던 좋지 않았던 감정, 그리고 2015년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승절 열병식에 초청했던 사실들을 일일이 열거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참아왔지만, 최근 미국의 대북제재에 공조하고 있는 중국과 최근 중국관영 매체들의 논조에 참을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최근 중국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원유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경고를 중국 매체를 통해 흘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줄곧 한반도의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관련 국가들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해왔습니다.

북한 핵문제에 관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화춘잉 대변인: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여러 당사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입니다. 반도의 이웃이자, 책임감있는 대국으로서 중국은 이 방면에서 꾸준히 노력해왔고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처럼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요구를 ‘레드라인, 즉 붉은 선’을 넘는 내정간섭으로 북한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북중 상호원조조약을 마땅히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조약의 취지는 양국의 우호협력과 지역 평화,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북한의 핵개발은 이런 취지에 어긋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을 비판할 때 ‘주변 나라’ ‘대국이라고 하는 나라’ 등으로 우회적으로 비판했고, 더욱이 일반 주민들이 접할 수 없는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표출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이라는 이름을 직접 거론한데다, 전체 노동당원들을 대상으로 배포하는 노동신문 6면에 전면 실었습니다.

이런 북한의 모습을 보고 북중 동맹관계가 파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은1961년 7월 북한 김일성 주석과 중국의 주은래 총리에 의해 체결됐습니다. 조약에 따르면 조약 체약 일방이 무력 침공을 당하거나 개전상태에 놓이게 되면 상대방도 지체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이 자동적으로 참전하는 강제성을 띠고 있습니다.

중국은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에 근 100만명의 중국인민지원군을 파견해 피를 흘렸습니다. 때문에 중국인들은 한반도를 가리켜 ‘자신들이 피흘려 지킨땅’이라고 지나간 추억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매체의 논평에는 피해의식만 강조되었을 뿐 특별한 내용은 없다고 김연호 미국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분석했습니다.

김연호 연구위원: 붉은선, 영어로 레다라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걸 중국이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는 말은 정말 마지막에 하는 이야기이거든요. 레드라인을 넘어선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었기 때문에 그때는 아주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레드라인이라는 표현을 쓸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표현이 아주 애매합니다. 이미 넘어섰다는 것이 아니라 넘어서고 있다고 애매하게 표현했습니다. 또 하나는 그러면 넘어섰다면 어떻게 할건지, 그런 이야기 정확히 없습니다. 그래서 말만 굉장히 호전적으로 강하게 하지만, 사실 실상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강력한 이야기 같지는 않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에 대해 호전적인 수사를 사용했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연호 연구위원: 오히려 북한이 피해자다, 중국이 불리한 행동을 해서 북한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이런 피해의식을 강조하고 있어요. 한중관계가 경제를 넘어서 정치 군사관계까지 발전하고 있고, 중국 전역이 반공화국 전초기지로 전락됐다고 하는 것도 자기의 피해의식을 반영하고 좀 과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한중관계를 보면 굉장히 어려워지지 않았습니까, 사드 문제때문에요. 그런데 그걸 보고 정치군사관계까지 발전했다고 표현한 것은 사실과 맞지 않는데, 중국이 뭔가 태도를 바꾸기 때문에 북한이 상당히 아프다, 불안감 피해의식 같은 신호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한편, 최근 북한과 중국간 핵문제를 둘러싼 마찰이 지속되자, 중국내에서는 ‘북중동맹 파기’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홍콩 시사 월간지 동향 5월호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 박명호 공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만약 핵실험을 할 경우 5가지 징벌 조치를 취하겠다는 최후통첩성 비망록을 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 지지를 표시하고, 석유공급을 중단하고, 모든 경제협력을 중지하며, 평양 주재중국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등 5가지 조항을 내세웠다는 겁니다.

혈맹으로 대표되던 양국관계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시대 들어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5년이 넘었지만, 아직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고, 시진핑 국가주석도 비핵화 이전에는 김 위원장과 만날 의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 친중파로 알려졌던 고모부 장성택 처형과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하면서 양국관계는 극도로 악화되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나타났습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2015년 9월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를 계기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들에게 역사와 오늘이 다르다는 것을 똑바로 알게 해주겠다”고 발언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중국은 천년 숙적, 일본은 백년 숙적”이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외교적 선택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논평에도 “이미 최강의 핵보유국이 된 우리에게 있어서 선택의 길은 여러 갈래라는것을 이 시각 구태여 재론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춘근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공산국가인 베트남이 한때 전쟁을 치렀던 미국과 동맹을 맺었듯이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베트남은 1964년부터 근 10년간 미국과 전쟁을 한 적국이었지만, 정전 후 남부 베트남을 통일한 다음 미국과 국교를 수립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중국과 영해문제를 둘러싼 분쟁 해결을 위해 미국과 급격히 가까워지는 전략적 선택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로 볼 때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미국에 손을 내밀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 시간에는 “흔들리는 북중관계, 북, 북중관계 새로운 선택 고민하나?”를 보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영진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