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사망에 미국인들 ‘북한관광’ 거부
2017.06.28
<북한은 어디로>진행에 한영진입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지 엿새만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이후 미국인 들 속에서 북한관광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때 신비로운 나라, 한번쯤 경험하고 싶어했던 북한은 미국인 들 속에 ‘공포의 나라’로 변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웜비어 사건의 불똥이 자칫 자기들에게 튈까봐 책임을 전가하고, 평화공세를 펴는 등 대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 사망이후 북한을 ‘잔혹한 정권’이라고 비난했고, 매일 북한동향을 문의하는 등 북한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미국 정보 당국자가 밝혔습니다.
그래서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는 웜비어 사망이후 북한관광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분위기를 전해드립니다.
<사운드 바이트>
요즘에는 북한에 가는게 위험한 것 같아요. 저는 지금 같은 컨디션 때는 북한에 안가요.
이 말은 북한을 두번이나 방문했던 한 미국인 남성의 말입니다. 2000년 말과 2013년에 북한을 방문했던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가명)씨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북한을 방문했던 때와는 상황이 아주 나빠졌다면서 지금으로서는 북한에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제임스씨: 저는 북한에 두번 갔던 사람인데, 그때는 지금보다 더 컨디션이 괜찮았지요. 하지만, 요즘에는 북한에 가는 게 위험한 것 같아요. 2017년에 누가 북한에 가겠다고 하면 지금은 가는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돌아온지 엿새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은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면서 지금도 자신은 북한에 갈 마음이 없지만, 혹시 가려는 사람들은 위험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임스씨: 요즘에는 북한이 돈이 완전히 떨어졌는지, 그 안에 무슨일이 생겼는지 갑자기 2~3년전부터 미국 사람들이 잡히는 그런 사건이 많이 발생했어요. 이 학생이 왜 죽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는 미국인들을 억류해놓고 노동교화형 10~15년을 구형했다가도 2~3년 뒤에 미국 정부 관리들을 불러들이고 석방하는 것도 북한의 인질전술이라면서 그 배경을 밝혔습니다.
미국은 자국민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나라입니다. 비록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이지만, 국민들이 굳이 북한에 가겠다는 것을 정부가 막을 수 없었던 상황도 웜비어 사건을 초래한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웜비어 사망으로 미국인들 속에서는 북한에 대한 혐오감이 생겼고, 북한 관광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후속 조치도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지난 5월 미국 하원에서 발의된 북한여행금지 법안은 웜비어의 죽음으로 상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여행금지법을 통과시키면 90일후부터 미국인의 북한 여행이 전면 금지되고, 방북한 미국인은 최고 25만 달러의 벌금과 가중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 미국인들은 왜 위험한 북한에 가려고 할까요?
이와 관련해 사망한 웜비어씨의 모교인 버지니아 종합대학을 다닌 한국계 미국인 케빈 박(가명) 씨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 같이 밝혔습니다.
케빈: 저도 버지니아 대학 출신이지않아요. 웜비어도 버지니아 대학을 나왔지 않습니까, 저도 버지니아 대학에 있을 때 웜비어와 같은 친구들은 그런 신기한 모험, 신기한 경험을 하려고 가려는 친구들이 되게 많았죠. 백인 학생들 중에는 주로 북한이 특이한 나라이니까, 신기한 경험을 하려고 가려고 합니다. 아마 웜비어도 그렇게 간 것 같은데요.
케빈 씨는 북한은 미국을 증오하지만, 미국인들은 북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서, 미국인 청년들의 호기심과 모험심이 북한을 방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케빈: 북한에 대해서 많이 알고는 있는데, 피상적으로 아는거죠. 이상한 나라이고 독재국가이고, 핵무기 개발하고 그런 식으로 아는 거지요. 북한에 대해서 당연히 잘 알지 못하지요.북한을 신기한 나라, 이상한 나라 뭐 이런 식으로 안 것이지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 정글 탐험하는 것과 같은것으로 생각하는거지요.
현재 북한은 방문하는 서방 여행객은 연간 5000명 수준인데, 그 중 미국인은 약 1천여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미국인들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초부터입니다. 북한이 대집단체조 ‘아리랑’을 관광상품으로 판매하고, 이를 통해 체제선전을 목적으로 서양 관광객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2~3년전부터 북한은 사소한 잘못을 빌미로 미국인들을 억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이를 계기로 대미협상용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도 미국인 3명과 한국계 캐나다 목사 1명을 구속하고 돌려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인 인질작전으로 소기의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우선 미국인을 억류하고 내부 결속에 이용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50대 탈북민은 “푸에블로호 사건때도 북한은 미국이 조선인민앞에 무릎을 끓고 항복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선전했다”면서 “북한에 있을 때는 그게 사실인줄 알았지만, 외부에 나와보니 단순히 미국관리가 문서에 사인을 하는 사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1968년 동해상에서 나포된 미군 푸에블로호의 승무원들을 11개월이나 억류하고, 후에 이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돌아가는 모습을 찍어 텔레비전으로 방영하면서 대대적으로 선전해 내부 결속에 이용했습니다.
북한에 관광을 갔다가 외부인이 사망한 사례는 이번에 두번째입니다.
첫번째 사례는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을 갔던 남한 국민 박왕자씨가 북한군 초병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입니다.
당시 박씨는 새벽에 해안가를 산책하다 북한 병사가 쏜 총탄에 맞아 숨졌고, 이후 북한은 남한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시킨 결과를 낳았습니다. 결국 연간 약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던 금강산 관광이 막히게 됐습니다.
북한이 ‘관광위험국가’로 지목되어 여행금지 조치가 취해지면 그동안 그나마 미국인을 대상으로 벌어들이던 관광수입도 막히게 됩니다.
그보다는 앞으로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의 변화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 사망 직후 북한을 ‘잔혹한 정권’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북한 동향을 문의하는 등 북한의 핵문제를 푸는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한미 군당국에서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참수 작전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북한 문제를 풀어보려던 미국 정부에 오토 웜비어 사건은 하나의 변수로 등장한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인 케빈씨는 개인 소견임을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협상 전술대로 북한을 다룰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케빈: 제 생각에는 트럼프가 진짜 북한을 친다면, 대놓고 큰소리 내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비밀스럽게 하다가 허를 찌르는 식으로 할 것 같아요. 왜냐면 트럼프의 자서전 ‘Art of the Deal’을 읽어보면 트럼프가 그걸 좋아합니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그걸 자기의 자랑으로 여겨요. 오히려 북한과 협상한다면 군사적으로 칠 것처럼 하면서 협상을 할거고, 만약 전쟁을 한다면 오히려 아무도 모르게 조용하다가 갑자기 허를 찌르는 식으로 트럼프 개인 스타일로는 그렇게 할 것 같아요.
북한도 오토 웜비어 사망으로 인한 불똥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웜비어 사망 직후 나흘만에 성명을 발표하고, “왐비어가 생명지표가 정상인 상태에서 미국으로 돌아가 1주일도 못되여 급사한 것은 우리에게도 수수께끼”라고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웜비어 사망과 때를 같이해 느닷없이 인도 주재 북한대사가 인도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하여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우리도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고 평화공세를 펴기도 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헤어나기 어려운 극도의 위기에 몰린 트럼프가 모험적인 대북선제공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심상치 않은 여론이 나돌고 있다”며 극도의 경계감을 드러냈습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 시간에는 웜비어 사망이후 북한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분위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영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