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여는 세상] 원곡과 달리 가수 개성 돋보여 - 남한 신세대 가수가 부른 북한 노래 ②

안녕하세요. 음악으로 여는 세상, 김철웅입니다. 남쪽과 북쪽, 같은 피가 흐르는 하나의 민족이지만, 우리가 다른 체제를 가지고 있듯이 사회의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다릅니다. 음악 분야에서도 말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는데요, 남쪽의 노래는 북쪽보다 개인의 감정 표현이 강하고 가수의 성향, 남쪽에서 흔히 말하는 개성을 잘 표현해 노래를 부릅니다. 그에 비해 북쪽의 노래는 개인의 감정보다는 국가나 체제를 위한 것이 많고 노래를 부르는 방법도 비슷비슷합니다.

0:00 / 0:00

물론, 어느 쪽이 실력이 더 좋다, 또는 어떤 것이 맞다는 흑백논리로 말할 수 없는 것이 음악이지만 북쪽 사람들도 남쪽 노래를 즐겨 부르는 것을 보면 남쪽의 음악이 그렇게 낯설고 멀게 느껴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음악으로 여는 세상에선 지난 시간에 이어 남쪽 젊은 가수들이 부른 북쪽 노래를 엮어 발표한 '동인'이라는 음반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첫 곡은 '김치 깍두기' , 남한의 '토미 키타'의 노래로 들어봅니다.

김치 깍두기 / 토미 키타

이렇게 서양풍으로 편곡해놓으니 완전히 다른 노래 같습니다. 이 노래는 90년대 들어 해외 동포들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많이 불렸지만, 사실 노래처럼 맛좋은 김치 깍두기를 넉넉하게 담가 먹을 수 있는 시절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노래도 이렇게 다르게 편곡됐지만, 진짜 김치 깍두기의 맛도 남북이 차이가 있습니다. 남쪽은 아무래도 재료가 풍족해서 고춧가루 색깔 곱게 젓갈도 넉넉하게 넣지만, 왠지 제 입맛에는 고춧가루도 아껴 넣고 속도 넉넉하지 넣지 않은 시원한 고향의 김치가 더 좋습니다. 노래를 듣고 있자니 노래보다는 고향 김치 생각에 입에 군침이 돕니다. 노래 편곡은 어쨌든 남쪽 사람들이 이 노래 가사를 꼭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 나중에 북쪽 김치를 먹어보고 노래 가사처럼 ‘김치 깍두기, 맛 참 좋시다!’ 이렇게 사투리를 섞어 얘기해준다면 우리도 기분이 좋게 김치 한 사발 더 내놓을 수 있겠죠?

다음 곡은 북한의 리학범 작사, 작곡 ‘자장가’를 들어봅니다. 남한의 남성 4인조 그룹 4MEN(포맨)의 노래로 듣습니다.

자장가 / 4MEN

노래풍은 전혜영이 부른 원곡과 사뭇 다르지만, 아기를 사랑스럽게 내려다보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엄마의 마음이야 남북이 따로 없겠습니다. 위에 소개한 두 곡은 남쪽의 편곡이 북쪽의 원곡과 분위기가 크게 다른데요, 다음에 들으실 곡은 원곡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습니다. 남쪽의 젊은 여성 5인조 가수 ‘베이비복스 리브’가 부른 ‘여성은 꽃이라네’ 입니다.

여성은 꽃이라네 / 베이비복스 리브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혁명사상을 주제로 한 가요 일색이던 북한도 전후세대의 등장으로 혁명사상을 주제로 한 혁명가요만으로는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사회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방법으로 전자음악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다룬 가요의 비중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북한 가수 전혜영이 부른 ‘휘파람’이 대표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휘파람’은 2000년 남한에서 처음 소개됐는데, 이 노래를 불렀던 ‘길정화’ 라는 가수는 ‘통일 소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길정화 씨를 탈북자로 착각해서 북한에서 왔느냐, 평양 출신이냐 하는 질문을 수없이 했다고 하는데, 길정화 씨는 남쪽 출신입니다. 동인 음반에도 이 노래가 실려 있는데요, 길정화가 아니라 엔젤이라는 젊은 여성 가수의 목소리입니다. 엔젤의 ‘휘파람’, 함께 들어보시죠.

휘파람 / 엔젤

길정화의 휘파람이 남쪽에서 유행했던 2000년은 남북 화해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던 시기였고 이런 화해 분위기를 타고 이 노래는 남쪽에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이후 북쪽 노래가 남쪽에 소개돼 이런 큰 인기를 얻는 일은 거의 없었고 지금 소개하는 ‘동인’ 음반 역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남쪽에서 북쪽 가요가 인기를 끌던 그렇지 않던 북쪽의 노래를 남쪽 가요계에서 소개한다는 의미는 큽니다. 또 한편으로 지금 청취자 여러분이 이 방송을 통해 남쪽 가수들의 목소리로 우리 노래를 들어본다는 의미 또한 무시할 수 없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두 차례에 거쳐 들려 드린 남쪽 가수들의 북쪽 노래,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참신함, 새로움에 한 표를 던지는 분도 있고 원곡이 더 낫다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제 이 음반에 소개된 노래들은 적어도 남북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됐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북쪽 가수들이 부르는 남쪽 노래도 들을 날, 기대해 보겠습니다.

끝 곡으로 마로니에 걸즈의 ‘아직은 말 못해’ 들으면서 저는 이만 인사 드립니다.

아직은 말 못해 / 마로니에 걸즈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장균,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울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