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여는 세상] 발라드

‘사랑을 하면 장님이 된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사랑을 하면 눈에 콩깍지가 씐다’ 쯤 되겠습니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작품에 쓴 유명한 구절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0:00 / 0:00

아니 왜 이 사람이 시작부터 이렇게 사랑 타령인가 하실 텐데요, 오늘 시간에는 남쪽 대중가요 중 사랑 노래, ‘발라드’에 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노래 한 곡 듣고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좋아하시는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듣습니다.

<사랑을 위하여>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같이 잔잔하고 애잔한 선율로 사랑을 담은 노래들은 구분하여 발라드라고 부릅니다. 발라드는 12세기 프랑스의 떠돌이 시인들이 부르던 이야기를 담은 서사시에서 시작됐습니다. 그 시기의 이른바 대중가요였다고 볼 수 있는데, 16세기 들어서 이 발라드는 유럽뿐 아니라 영국 등지에 크게 유행했습니다. 이때의 발라드는 이야기 형식의 성악곡이었다고 할 수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대중가요 가운데서 감상적인 사랑을 노래한 곡들을 일컫는 말로 쓰입니다. 발라드의 핵심은 잔잔하고 애잔한 선율과 가수의 아름다운 목소리, 사랑에 대한 감상을 담은 시와 같은 가사입니다.

북쪽의 노래에서는 정말 ‘사랑’이라는 두 글자는 거의 찾기가 어려운데, 남쪽에서는 그야말로 이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으면 이야기도 연속극도 또 대중가요도 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남쪽 사람들은 대중가요 중 유독 이 발라드 노래를 편애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애잔한 노래가 우리 ‘한’의 정서와 통해 있어 그렇다고 분석도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냥 듣고 있으면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래 한 곡 더 듣겠습니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입니다.

<광화문 연가>

발라드 가요의 전성기는 1980년대 중반이었고, 당시 발표된 가수 이문세의 음반도 거의 발라드 가요로 채워졌습니다. 그러나 80년대 초반 발라드 가요가 건반 위주의 반주로 간결한 곡조였다면 80년대 중반부터 발표된 곡들은 이문세를 시작으로 외국 대중음악이나 재즈적인 요소가 첨가됐습니다. 당시 대중은 지금 듣고 계시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같은 새로운 발라드 음악에 열광했고 ‘팝 발라드’라는 새로운 구분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여성 가수의 노래도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나미의 ‘슬픈 인연’입니다.

<슬픈 인연>

80년대 중반, 한국 경제는 급성장했고 이 시기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과거와 달리 물건을 살 수 있는 소비력과 경제력이 생겼습니다. 용돈 한 푼 없이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던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르게, 좋은 노래가 나오면 상점에 가서 음반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 등장한 가수들은 이런 세대들의 입맛에 맞는 노래를 발표하게 됐는데, 바로 이런 팝 발라드가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또 좋아하는 음악이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노래 한 곡만 딱 인기를 얻고 대중의 눈에서 사라져간 반짝 가수들도 많이 등장했지만, 반면에 ‘발라드의 황제’라 불리며 지금까지 9장의 음반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신승훈이라는 가수가 등장했습니다. 신승훈의 첫 발표 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 입니다.

<미소 속에 비친 그대>

살다 보면 특히 이런 발라드의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고 모든 노래가 자기 얘기 같아질 때가 있습니다. 바로 연인과 헤어지거나 실연을 당했을 때인데요, 여자들이나 그렇지 사내들이 설마 그렇겠냐 하시겠지만, 실은 남자들이 실연에 더 약하고 그 때문인지 발라드는 남자들에게 더 인기가 좋습니다. 2000년대를 대표한 발라드 가수라면 성시경이 있습니다. 한 곡 듣겠습니다. 성시경의 <거리에서> 입니다.

<거리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회주의라고, 또 자본주의라고 다르겠습니까? 아마 어디를 가도 또 어느 체제에 사는 사람도 사랑이라는 열정적인 감정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쪽에서는 사랑 타령이라고 할 만큼 이 사랑에 대한 얘기와 노래, 감정이 넘쳐나고 북쪽에는 이런 감정은 은밀히 감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감춰져 있을 뿐 사랑이 없지는 않습니다. 당국은 사랑 따윈 놀음이며 ‘혁명’, ‘건설’에만 목소리를 높이지만, 사실 중요한 사실은 인민이 가진 이런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읽은 소설 제목 중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복잡하고 힘든 세상, ‘사랑’이야말로 사람들을 웃고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도 이런 사랑을 세상의 중심에서, 평양의 중심에서 크게 한번 외쳐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면서 오늘 시간 마칩니다. 마지막 곡으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띄어 드립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