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의 음악으로 여는 세상] 인디 음악

2009-02-13

가난은 축복이다 절망은 희망의 출발이다 이별은 사랑보다 아름다운 기적이다. 안녕하세요. ‘음악으로 여는 세상’, 김철웅 입니다. 지난 주말, 요즘 남쪽에서 화제가 되는 영화, ‘워낭소리’를 봤는데요, 이 영화의 음악을 담은 CD에 쓰여 있는 글귀가 기억에 남아 소개해 드립니다.

듣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가난, 절망, 이별. 이것들이 축복과 희망과 기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단지 말장난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주저앉지 않고 가능성을 찾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가능한 일일 겁니다.

비 오는 금요일, 음악으로 여는 세상 미선이의 ‘치질’로 시작해봅니다.

미선이- 치질


노래는 들을만한데, 아니 무슨 노래 제목을 이렇게 지었나? 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엔 제목을 듣고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게다가 세련된 이름 다 놓아두고 악단 이름이 미선이.

또 이런 이름도 있습니다.

‘언니네 이발소’

‘뜨거운 감자’

‘눈뜨고 코베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내 귀에 도청장치’

황당하고, 말도 안 되고 좀 웃기는 이 이름의 주인공은 바로 남쪽에 활동하는 밴드, 북한식으로 하면 악단입니다. 밴드 중에서도 주류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소규모로 적은 자본을 가지고 비주류에서 활동하는 인디 밴드들의 이름입니다. 오늘 시간엔 바로 이 인디 밴드에 대해 청취자 여러분께 소개해 볼까 하는데요, 좀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워도 이 밴드들의 음악에서 남쪽 젊은이들의 생각과 대중음악의 미래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재밌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노래 한 곡 더 듣고 얘기 이어가죠.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 듣겠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 싸구려 커피

영어로 인디펜던트 밴드(Independent band)를 줄여서 인디 밴드라고 부르는데요, 우리말로 풀어보면 독립형, 자립형 악단이라는 뜻입니다.

남쪽의 대중 가요계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큰 시장입니다. 이렇다 보니, 가요계도 산업화돼서 가수들을 조직적으로 키우는 회사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보통 이런 회사를 ‘소속사’, ‘기획사’ 이렇게 부르는데요, 요즘 남쪽에서 유행하는 ‘소녀시대’니 ‘원더걸스’, ‘빅뱅’ 같은 가수들은 모두 이런 대형 기획사 출신입니다.

반면에, 이런 인디 밴드들은 이런 큰 소속사에 속하지 않고 소규모 독립 자본으로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기획사에 속한 가수보다는 덜 유명하고 돈도 적게 벌지만, 반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기획사의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바로 인디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이자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노래 한 곡 더 듣고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절룩거리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는 이진원이라는 가수가 혼자 하는 1인 밴드입니다. 자칭, 세계 최초 가내 수공업 1인 악단. 녹음, 제작, 작곡, 판매, 유통을 혼자가 다 한다는 말입니다. 사실 이 친구가 좀 몸집이 있는데, 어느 날 노래하는 것을 보니 야구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을 입고 다니더군요.

좀 웃었습니다. 노래 곡조는 그렇게 슬프지 않지만, 가사는 직설적이고 냉소적이고 비판적입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했는데 일할 곳 마땅히 없는 대학 졸업생이라든가 친구들은 취직해서 열심히 일하는데 별로 유행하지도 않는 노래만 부르는 자기 자신이거나... 이런 현실을 직설적으로 꼬집지만, 격양되지 않게 차라리 약간 웃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그렇지만 대세는 가사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곡조를 중시하고, 노래가 전달하는 감정에 중점을 두는 것입니다.

여성 가수 노래도 한 곡 듣겠습니다. ‘요조’의 에구구구.

요조- 에구구구

사실, 이런 인디 밴드는 한국뿐 아니라 대중음악 시장이 만들어진 어느 나라에든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인디 밴드 즉, 비주류 음악의 폭이 두터운 나라일수록 그 나라의 음악계는 발전합니다. 단지, 대중성에 비켜난 진보적인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행과 대중성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는 인디 음악이 그 나라 음악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중음악이라고 불릴만한 것이 거의 없는 북한의 음악계에서 주류와 비주류가 있을 순 없겠죠.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공식석상에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주류이겠고 주민들이 몰래몰래 숨어서 듣는 음악들이 비주류이겠죠?

좀 얼토당토않지만 얼마 전에 북한의 지하에서 활동하는 록 밴드 사진이 한 장 보도됐는데요, 여기서는 진짜지 가짠지 말도 많았습니다. 내심 진짜로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북한에서 만들어진 인디 음악을 상상해봅니다. 오랫동안 눌려온 사람들의 잠재력이 생각하면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독창적이고 좋은 음악이 나오리라 짐작됩니다.

그런 음악들은 제가 ‘음악으로 여는 세상’, 이 시간에 소개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접겠습니다. 마지막 곡으로 ‘마이 앤트 메리’의 ‘공항가는 길’ 함께 들으면서 인사드립니다.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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