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의 음악으로 여는 세상] 화합의 음악 아카펠라

지난주, 남쪽 사회에서 큰 존경을 받는 지도자 한 분이 세상을 떴습니다. 바로 김수환 추기경입니다. 추기경은 천주교, 즉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 다음으로 권위가 있는 고위 성직자입니다.

0:00 / 0:00

김 추기경은 지난 1969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추기경에 서임됐는데요, 지난 16일, 향년 87세의 나이로 선종했습니다. 아마 청취자들께는 생소한 이름일 겁니다. 남쪽에서는 종교와 계층과 세대를 초월해서 한 사회의 어른으로, 원로로 존경받는 인물이었습니다.

항상 고통을 받는 이들의 편에서 사랑과 희생을 실천해 왔고 마지막 가는 길엔 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각막을 기증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놀라웠던 건, 이분의 업적이 아니라. 이 사람의 죽음을 대하는 남쪽 사회의 움직임이었습니다.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 앞은 3일 내내 조문을 하러 온 일반 시민으로 장사진이었습니다. 38만 명의 시민은 딱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몇 시간씩 줄을 서서 조문했습니다. 60-70대 노인들부터 명동에 놀러 나왔다는 젊은 친구들까지. 모두 진심으로 이분의 영면을 빌었습니다. 김 추기경이 사회에 베푼 사랑. 이제 사회가 이분께 돌려 드리는 것 같습니다. 진정한 존경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음악으로 여는 세상'에는 대중화된 가톨릭 종교 음악을 한번 소개해 보겠습니다. 바로 '아카펠라'라는 음악인데요, 북쪽에서는 이런 형식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없지만 김일성 주석의 생일 즈음에 치러진 축전에서 해외 아카펠라 공연단의 공연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가수들의 목소리에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노래 듣고 얘기 이어가죠. 킹즈 싱어즈(King's Singers)의 'It was almost like a song'.

-King’s Singers ‘It was almost like a song’

아카펠라를 우리 말로 풀어보자면 무반주 합창. 즉, 악기 없이 사람의 목소리로만 화음을 맞춰 부르는 노래입니다. 처음엔 예배당이나 성당에서 종교음악으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대중화돼서 교회 밖에서도 널리 응용되고 있습니다.

지금 노래하는 ‘킹즈 싱어즈’라는 가수는 영국의 6인조 남성 아카펠라 가수입니다. 1968년 결성돼서 지금까지 18명의 구성원이 교체를 거듭하면서 활동하는 관록 있는 가수입니다.

저도 지난 미국 방문길에 운이 좋게 이 사람들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이것이 사람의 목소리 인가, 과연 ‘아카펠라의 거장답다.’는 감탄도 했지만, 동시에 노래를 들으면 들을 수록 편안해 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한 곡 더 들어보겠습니다.

‘When she loved me, 그녀가 나를 사랑했을 때’ 입니다.

- King’s Singers ‘When she loved me’

높고 낮은 소리의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인간의 목소리. 눈을 감고 잘 듣고 있자면 이렇게 자유분방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자유분방함 속에서 이상하게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요, 이 아카펠라가 바로 인간에게서 나오는 목소리로만 만들어진 음악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카펠라라고 해서 이렇게 잔잔한 음색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중화되면서, 팝이나 힙합, 랩 같은 노래에 접목돼 빠르고 강한 리듬이 담긴 곡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최근 나온 아카펠라 가수들을 보면 킹즈 싱어즈 같이 무게가 있진 않은데요, 그래도 유쾌한 맛이 있습니다. 리얼 그룹(Real Group)의 ‘Walking Down the Street (길을 걸으며)’ 입니다.

- Real Group ‘Walking Down the Street’

남쪽에서 텔레비전 광고에 자주 나와서 친숙한 음악인데요, 1984년 결성된 스웨덴 출신 5인조 혼성 가수입니다.

남쪽에도 아직 역사가 깊지 않지만 젊은 아카펠라 가수들이 있습니다. 직업 가수의 수가 많지 않지만 동호회, 동아리 활동으로 아카펠라를 부르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은 큽니다. 남쪽의 아카펠라 가수, 아카시아의 ‘좋아’입니다.

- 아카시아 ‘좋아’

아카펠라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니, 남쪽의 아카펠라 가수 김민수 씨가 어느 신문과 회견을 한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김 씨는 ‘다른 음악과 달리 악기의 도움 없이 오직 뜻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수많은 연습을 통해 하나의 노래를 완성해가는 데서 오는 희열이 크다.’면서 아카펠라는 화합의 음악이라고 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춰 화음을 만들어야 이 아카펠라 곡은 완성됩니다. 화음이나 화합이 중요한 것이 어디 아카펠라 뿐일까요? 그래도 아카펠라가 우리 귀에 다른 노래보다도 쏙쏙 들어오는 이유는 바로 이런 화합의 소리가 가슴으로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_ Bobby McFerrin ‘Don’t worry, Be Happy’

‘걱정하지 마, 잘 될 거야’ 우리 모두 살다 보면 역경을 겪지 하지만, 걱정을 하는 건 역경을 두 배로 늘리는 거야. 걱정하지만. 잘 될 거야.

바비 맥퍼린(Bobby McFerrin)이라는 가수의 ‘Don’t worry, Be Happy’라는 곡입니다.

이 가수는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다 합니다. 악기도 되고, 화음도 넣고, 노래도 하고 아마 목소리만으로 오케스트라를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가수가 아닐까 싶은데요, 딱 아카펠라 가수라고 규정할 수 없지만 이 노래 가사를 여러분께 전해 드리고 싶어서 마지막 곡으로 골라봤습니다.

이 노래 들으면서 저는 이만 인사 드리지요. 다음 주 한 주도 걱정하지 마시고 행복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 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