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기념일이 북쪽과 다르지만 이름만 들어도 뭐 하는 날인지는 아시겠죠? 그래서 부모님, 아이들, 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까지 챙겨야 하는 5월은 분주합니다.
방송을 녹음하는 날도 마침 어버이날이라 길거리 상점마다 부모님 가슴에 달아 드리는 카네이션이라는 꽃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풍경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서울 시내 공원마다 유희장마다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또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평소와는 좀 달랐습니다.
아직 결혼도 안 했고 또 남쪽에는 조카도 없는 저는 사실 아이들을 위한 음악, 동요를 접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청취자 여러분도 남쪽의 동요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을 겁니다.
오늘 음악으로 여는 세상, 이 시간엔 남쪽의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를 한번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음악 한 곡 듣고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아기 염소’
남쪽에서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좋은 동요를 발굴하고 공급하자는 의미에서 창작동요제를 열고 있습니다. 지금 들으시는 곡은 ‘아기염소.’ 이 노래는 1991년의 MBC 창작 동요제에서 금상을 받은 곡입니다.
창작동요제는 매년 어린이날 열리는데 남쪽 친구들에게 물으니 저와 비슷한 또래는 이 창작 동요제에서 상을 받은 노래를 어른들이 좋아하는 유행가처럼 많이 불렀다고 하더군요. 한 곡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창작동요제 1회 수상곡 ‘우리는 새싹들이다.’ 이수지 어린이의 노래로 듣습니다.
‘우리는 새싹들이다’
또 남쪽은 인터넷과 컴퓨터가 잘 보급돼 있다 보니, 아이들도 컴퓨터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고 화면에서 나오는 율동을 따라 하기도 하는데 몇 년 전 크게 유행했던 노래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다니는 딸을 가진 제 친구는 당시 유치원 다니던 딸의 성화에 이 율동을 배우느라 아주 애먹었다고 하는데, 노랫말도 재밌습니다. 올챙이와 개구리 노랩니다.
‘올챙이와 개구리 송’
요즘 남쪽에는 아쉽게도 동요가 별 인기가 없습니다. 많은 초등학교 학생들, 북쪽 식으로 하면 인민학교 학생들은 대중가요를 좋아하고 어른들과 같이 유행가를 부릅니다. 이런 세태는 좀 안타깝지만, 그래서 대중 가요계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동요를 친숙한 대중 가수들이 부르기도 하고, 직접 동요를 만들기도 합니다. 저희도 한 곡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실만한 가수 혜은이가 부른 ‘파란 나라’ 듣겠습니다.
‘파란 나라’
아무리 남쪽 대중가요가 신나고 좋아도 아이는 동요를 불러야 아이다와 보인다는 생각입니다. 또 동요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 중엔 만화 주제곡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북쪽에도 ‘소년장수’ 가 유행했듯이 남쪽 어린이들도 똑같습니다.
요즘, 남쪽에서 아이들에게 특히 3세부터 7세까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만화가 ‘뽀롱 뽀롱 뽀로로’라는 작품입니다. 뽀로로는 남한의 회사가 북쪽에 만화 원화를 그리는 작업을 맡겨 남북의 공동의 힘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교육적인 내용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쉽고 재밌게 풀어놓은 뽀로로는 남쪽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좋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만화의 소재가 된 북쪽 어린이들은 볼 수 없는 현실입니다. 뽀롱 뽀롱 뽀로로 주제곡입니다.
‘뽀로로 주제곡’
북쪽에도 아이들을 위한 동요가 많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불렀던 ‘만경대는 꽃동산’이며 ‘꼬마 탕크 나간다’ 같은 노래가 기억납니다. 남쪽에도 잘 알려진 북쪽 동요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아빠 제일 좋아’
남쪽 친구들과 동요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 봤는데, 남쪽 사람들은 북쪽의 동요에 김정일 위원장이나 김일성 수령에 대한 내용을 넣고 있고 미제를 쳐부순다든지 하는 공격적인 노래가 있다는 데 놀랍니다.
남쪽에서는 동요에 폭력성이라든가 정치적 색깔이 들어가는 예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남북도 함께 부르는 동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부르는 전래 동요, 옛날부터 내려온 동요가 바로 그런 노래들인데, 이제는 양쪽이 갈라져 지낸 시간이 길어, 노래 풍이나 가사들이 조금씩 달라졌지만 들으면 서로 어떤 노랜지 딱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일제 시제에 만들어지고 불렸던 노래들은 많이 남아 있는데요, 홍난파의 ‘고향의 봄’, 박태준의 ‘가을밤’, 윤극영의 ‘반달’과 ‘고드름’, 정순철의 ‘형제별’ 등은 해방 전에 만들어진, 남북이 함께 기억하고 부르는 노래입니다. 남쪽에서 부르는 ‘반달’ 한번 들어보시죠. 북쪽과는 느낌이 또 다를 겁니다.
‘반달’
요즘 만들어진 노래 중 남북이 함께 부르는 동요는 사실 없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사회주의라고 또는 자본주의라고 차이가 있겠습니까?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일 뿐인데 이 아이들을 갈라 놓는 당사자가 우리 어른들이라는 생각이 미치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 몇몇 동요를 잊지 않고 함께 부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같은 피와 역사를 가진 민족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런 것들이 조금 더 넓혀져 적어도 동요만이라도 남북이 함께 부를 수 있으면 통일된 세대를 위해 좋은 선물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적어도 우리의 아이들은 다음에 만나 함께 기억하고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해 창작 동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곡, ‘어느 봄날’ 들으면서 오늘 시간 마칩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