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여는 세상] 영화 ‘국가대표’ - 날아 저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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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봅슬레이, 루지, 컬링...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하실 겁니다. 전혀 뜻을 알 수 없는 이것들은 모두 동계 올림픽에서 치러지는 운동 경기들입니다.

우리가 보통 올림픽이라고 하는 것은 하계, 여름철 올림픽이고 이와는 별도로 4년에 한번 씩 동계, 겨울철 올림픽이 열립니다.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이 경기 종목은 한 해의 절반은 눈이 오는 북유럽 나라에서 시작된 것들인데, 겨울철 운동하면 스케이트, 스키 정도 떠올리는 우리에겐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이 있는 남북도 이런 사정인데, 사철이 여름인 아프리카 나라들은 어떨까요? 스키나 스케이트 같은 겨울철 운동을 하거나,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아프리카 선수가 있을까요? 거짓말 같지만 실제로 존재한 답니다.

오늘 '음악으로 여는 세상'에서는 영화 두 편을 소개해드립니다. 자메이카 선수들의 동계 올림픽 출전을 다룬 '쿨러닝', 그리고 남쪽에서 크게 흥행하고 있는 '국가대표' 입니다. 첫 곡입니다. 영화 국가대표 중 샴페인을 위하여.

MUSIC1 - 샴페인을 위하여

영화 ‘국가 대표’는 스키 점프라는 낯선 종목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키 점프는 선수들이 스키를 타고 눈 비탈길을 전속력으로 내려오다가 도약대에서 뛰어 가능한 멀리 날아가 착지하는 운동 경기입니다.

"니들 국가 대표 한번 해볼 생각 없냐? 스키가 아니라 스키 점프 !” (영화 국가 대표 중)

영화의 배경은 1996년 전라북도 무주, 이 도시에 동계 올림픽 유치하기 위해, 올림픽 정식 종목 중 하나인 스키점프 국가대표단을 만들기로 합니다.

그러나 변변한 스키 점프대도 없는 남쪽에서 제대로 된 선수를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 우선 전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가 국가 대표 지도자로 임명되고 한 때 스키 좀 타봤다는 이유로 각양각색, 오합지졸의 5명의 선수가 뽑힙니다.


“전 미국으로 입양되었습니다...스키도 다 팔았는데 안 해!” (영화 국가 대표 중)

그러나 스키점프의 영어 철자도 모르는 지도자와 경험 전무한 선수의 훈련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연습방법도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웬만한 건물보다 높은 점프대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나무 꼭대기에 매달리려 있기, 빠른 속도를 느끼기 위해 시속 90km의 승합차 위에 스키 점프 자세로 고정되어 달려보기, 또 폐쇄된 놀이공원 놀이 기구를 점프대로 개조해 뛰어내리기 등 주로 목숨 걸고 하는 무대포식 훈련입니다.

어쨌거나 이런 훈련에도 이들은 점점 선수다운 모습을 갖춰 가고, 스키 하나에 의지해 하늘을 날아가는 순간이 행복해집니다.

드디어 선수들은 올림픽 선수 자격을 얻는 국제 경기에 참가하게 되지만, 외국 선수들의 비웃음 사고 무시당하고 패싸움까지 하게 됩니다. 그래도 소 뒷 걸음질 치다 개구리 잡은 격으로 엉겁결에 나가노 동계 올림픽 출전 자격은 얻게 됩니다.

이제 출전 자격을 얻었으니 올림픽에 나갈 일만 남았다고 선수들은 기뻐했지만, 그것도 잠시. 무주가 동계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 탈락되면서 이들의 올림픽 출전도 무산될 위기에 처합니다.


"나가노 올림픽 출장 장면” + Butterfly 전주 (영화 국가 대표 중)

그러나 바닥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온 선수들은 포기할 순 없습니다. 어떻게서든 올림픽에 가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써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나가노로 향합니다. 그렇지만 올림픽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고, 이들은 최선을 다 하지만 결국 메달을 따지 못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 온통 어두운 밤, 하얀 설원 위에선 아득한 스키 점프대 위, 스키를 타고 전속력으로 가로 질러 허공을 제트기처럼 나르는 남한 국기를 단 주인공. 그의 발 아래로 경기장의 환한 불빛이 별빛처럼 쏟아집니다.

요즘 국가대표가 800만명의 관객이 드는 대 성공을 거두면서 함께 비교되는 영화가 한편 있습니다. 바로 1993년작 ‘쿨러닝’- 차가운 질주 또는 멋진 질주라는 미국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북아메리카에 위치한 해양성 열대 기후의 무더운 나라, 자메이카에서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 참가했던 봅슬레이 선수단의 실화를 재밌게 그리고 있습니다.

봅슬레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실 텐데요, 일종의 썰매 경기입니다. 그러나 일직선으로 그냥 썰매를 타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눈과 얼음으로 만든 나선형 길을 강철제 썰매로 활주하는 경기입니다. 나선형 길을 타고 무거운 썰매가 달리기 때문에 그 속도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영화 ‘쿨러닝’의 주제곡, 나는 이제 분명하게 알 수 있어요 I can see clearly now 듣고 영화 얘기 이어가죠.

MUSIC2 - Jimmy Chiff - I can see clearly now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원래 100미터 단거리 육상 선수였는데, 대표 선발전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함께 탈락하게 되고 단거리 선수가 봅슬레이에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자메이카 최초의 봅슬레이 선수단을 만들게 됩니다.

뜨거운 자메이카에서 눈과 얼음이 있을 턱이 없고 이 선수들 연습 방법도 영화 ‘국가대표’에 나오는 선수들과 비슷하게 엉뚱합니다. 예를 들어 바퀴달린 수레 같은 것을 가지고 풀밭에서 연습을 하는 거죠.

영화의 끝이 어땠냐 하면 역시 이 선수들도 메달을 따지 못했습니다. 예선전에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고 좋은 성적을 거두지만, 결승전에서 썰매가 고장나 결국은 270키로 나 나가는 썰매를 어깨에 메고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그러나 주변의 선수들과 관중들은 이 특별한 봅슬레이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아마 금메달을 딴 선수도 이보다 큰 환호를 받지 못했을 겁니다.

Cool Running OST

영화 국가 대표의 스키 점프 선수들이나 쿨러닝의 봅슬레이 선수들은 분명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낙숫물로 바위 뚫는 것 같은 무모한 도전을 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도전이 금,은,동 메달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실패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들에게는 두려움을 안고 도전하고 험난한 길을 해쳐나가는 그 과정이 바로 승리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운동 경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인생과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보다 훨씬 월등한 사람이 있고 그래서 결과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일단 출발선에 서고 총이 당겨졌으면 뛰고 보는 겁니다. 결국 결승선에는 일등이 이등 같은 등수보다 내가 최선을 다 했느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을 얻었느냐, 것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실력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나 자신을 믿는 것.

인생이 힘들더라도 그렇게 뛰다보면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들, 대한민국 스키 점프 선수들처럼 언젠가는 우리도 뭔가를 성취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두려움을 안고 스키 점프대에서 허공을 나르는 씩씩한 주인공을 보면서 내 다리가 후들거렸던 그 마음. 그리고 그들의 실패와 성취를 보면서 벅차게 뿌듯했던 제 가슴.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꼭 한번 청취자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직접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오늘 시간을 통해 전해졌으면 합니다.

마지막 곡으로 Polyphonic Spree, 폴리포닉 스프리의 ‘빛과 낮’ 들으면서 이 시간 인사드립니다.


MUSIC 3: Polyphonic Spree - Light and day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 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