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훌쩍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계절입니다.. 여러분께 죄송하지만, 제는 먼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을 떠나 10월 첫 2 주를 미국에서 보내면서, 미국 국무부 청사와 맨하튼, 보스톤 음대에서 연주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오늘 '음악으로 여는 세상', 이 시간엔 저의 이 경험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14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앞뒤 막힌 비행기 안에서 지루하기도 하고, 좁은 좌석이 불편하기도 하고… 도착해서는 시차에 적응하느랴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서울에서는 곤히 자고 있을 시간에 일어나서 그 유명한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제 첫 일정은 뉴욕에 있는 맨하탄 음대 연주였습니다.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앞에서의 연주를 하는 것이라 어떤 때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그것 보다 더 저를 긴장 시킨 것은 연주 장소에 모여든 많은 취재진이었습니다. 예상도 못했던 여러 언론 기관에서 인터뷰를 요청하고 연주하는 저를 촬영을 해가고….괜히 쑥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 대한 열기가 북한과 저와 같은 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그 관심에 부응하고자 연주 중간에 질의와 응답시간도 갖고, 북한 곡도 여러 곡 연주했습니다. 연주곡 중에서 '조선은 하나다' 입니다.
INS- 조선은 하나다.
미국에서 두 번째 일정은 미 국무부 청사 연주였습니다. 국무부의 민주주의와 국제관계 담당 폴라 도브리언스키 차관과 인권,노동담당 데이비드 크라머 차관보의 주선으로 이뤄진 이 연주회로.. 저는, 미국의 심장..국무부에서 연주를 하는 첫 북한 출신 예술인이 됐습니다.
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북한의 음악을 진지하게 듣는 청중들과 현지의 열기 때문에 저도 한껏 고무됐습니다. 첫 곡이 쇼팽의 야상곡이었는데요, 유대계 피아니스트로 세계 2차 대전을 겪으면서 많은 고초를 겪었던 리처드 스필먼을 소재로 한 영화 '피아니스트'의 도입부에 나오는 곡으로 저에게도 또 여러분에게도 '여러움을 넘어서라'는 메세지를 줄 수 있는 곡입니다.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INS – 쇼팽의 야상곡
이 연주가 끝난 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과 면담하는 기회도 있었는데, 저는 … 라이스 장관에게 시간이 나면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라이스 장관도 흔쾌히 그러마 하고 답을 했습니다.. 미국 출신이든 한반도 출신이든 국무부 장관도 아니면 그냥 일반 시민들도.. 역시 음악 앞에선 모두 동등한 것 같습니다. 영어를 못해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만들어 버리는 음악은 역시 만국 공용어고 음악인으로서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 크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세 번째 연주는 보스톤 음대에서 있었습니다. 400여명이 넘는 보스톤 음대 학생들로 꽉 찬 공연장은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호기심과 기대에 찬 그들의 눈동자를 보니 저도 같이 떨렸습니다. 그래도 막상 연주를 시작하니 모든 긴장이 풀어지고, 청중들의 기대 때문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게 연주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죠? '환희의 노래' 함께 하시겠습니다.
INS- 환희의 노래
언론에선 이번 연주를 북미 문화교류에 있어 의미 있는 사건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반향과 평가는 미국 연주 여행을 떠나면서 제 자신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그저 저의 또 다른 연주회로만 생각했던 시작과는 달리, 연주를 마치고 나니 남과 북이 둘로 나뉘어져 있는 지금, 저의 연주는 단순히 음악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연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대변인이 되고, 저의 음악이 남과 북이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려드리고 싶은 곡은 남과 북이 하루 빨리 하나가 되서 제가 고향으로 떳떳하게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래며 편곡한 '아리랑 소나타' 입니다.
INS – 아리랑 소나타
고향을 떠나와 아리랑을 편곡할 때 저의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조금은 무겁고, 쓸쓸함이 느껴지는 아리랑입니다. 이젠 홀로 부르는 쓸쓸한 아리랑이 아니라 함께 부르는 흥겨운 아리랑을 써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날이 오면 꼭 여러분께 먼저 소개해 드리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진행에 피아니스트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 지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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