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김장을 하고 나면 어머니는 항상 마음이 놓인다 하셨는데요, 식구들의 반년 치 식량을 마련한 그런 마음이셨겠지요. 김장하는데 너무 고생하지 않도록 김장하는 날만은 날씨가 푸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은 겨울의 시작에서 힘 좀 내시라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노래, 힘이 나는 노래를 모아봤습니다. 첫 노래로 김장훈의 '사노라면'입니다.
- 김장훈 ‘사노라면’
지금 뒤에 흐르는 이 노래를 가사를 잘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참 가사만 들어도 기운이 나는 이 노래는 제가 처음 남한에 와서 정말 많이 불렀던 노래입니다. 피붙이 하나 없는 이 땅에서 뭐부터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던 나날.... 저는 이 노래를 부르며 남한생활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그 힘든 시기, 저를 지탱해준 것은 노래 가사처럼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뜰 것이라는 믿음 하나였습니다. 이 노래는 쟈니 리라는 가수가 60년대 말에 불러 크게 인기를 끌었고, 요즘은 젊은 가수들이 다시 편곡해서 부르고 있는데, 지금 들려드리는 이 곡은 김장훈이라는 가수가 불렀습니다. 이 가수는 이 곡을 부를 때마다 허공에 발차기를 날리며 시작합니다. “ 그래! 어려운 일이야 와라 내가 발차기로 날려주마...” 뭐 이런 식의 표현이라고 저 혼자 해석해 봤습니다.
이런 우직한 남자 목소리와 반대로,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도 좋습니다. 서영은 이 부릅니다. ‘웃는 거야’
- 서영은 ‘웃는 거야’
남쪽에 와서 처음 배운 영어 단어가 ‘스트레스’ 라는 말이었습니다. 사전적인 뜻은 ‘압력’ ‘긴장’..이런 것인데요, 일상에서 어떤 일을 통해 긴장을 하고 압력을 받거나 하면 몸도 마음도 상하는데..이런 상황을 여기서는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더군요.
빠르고 복잡한 이 남쪽에선 저 같이 북쪽에선 온 사람들뿐 아니라 남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찾기 마련인데, 많은 사람들이 노래로 그 스트레스와 나쁜 기분을 날려버립니다. 신나는 음악이나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놓고 심장을 쿵쿵 울리게 하기도 하고 노래방에 가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북쪽에서도 사람이 모이면 노래에 춤이 절로 나곤했습니다. 술이 있건 없건 부를 노래가 그렇지 많지 않았어도 항상 사람들이 노래에 어깨춤을 췄는데요, 남쪽에 와 나들이라도 나가보면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자주 보여서 씨익 웃음이 났습니다.
남쪽에서는 술을 한잔 하면 꼭 노래방을 가는데요, 제 친구 중 한 북한 출신 친구가 노래방에만 가면 마이크를 잡고 이 노래를 부릅니다. 조용필의 ‘허공’ 입니다.
조용필- ‘허공’
가사처럼 미움도 기쁨도 모두 허공 속에 묻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마음을 비우고 모든 감정을 허공에 날리면 그 때야 말로 사람이 가장 위대해 지는 때 일 텐데요, 저는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고향에 살 때는 함부로 말할 수 없고 함부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어서, 제 마음을 허공에 날려야만 할 때가 많았습니다. 또 남쪽에 와서는 제 욕심과 비뚤어진 생각들, 사람들에 대한 미움.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허공에 날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복잡한 심정, 이 노래와 함께 허공에 날려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들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리란 꿈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런 꿈이 없으면 인생이 점점 힘들어집니다. 그러나 언제나 희망은 현재의 뒤에 옵니다. 그 희망이 항상 밝을 줄 믿고 세상살이 하다보면 그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언제나 희망안고 그 기대감 때문에 오늘이 즐거운 여러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오늘 이런 노래들이 청취자 여러분의 세상살이를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마지막으로 권진원의 ‘살다보면’ 보내드리면서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 권진원 ‘살다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