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 이현주의 음악산책] 새 아리랑

서울-김철웅, 이현주 xallsl@rfa.org
2011.09.09
new_arirang_305 젊은 소리꾼 김용우가 각 지역의 아리랑을 다양한 음악 장르로 변용해 담아낸 새 음반 '아리랑'을 발매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음악산책> 김철웅입니다.

안녕하세요. 이현줍니다.

내일모레가 추석입니다. 남한은 추석을 놓고 앞뒤로 하루씩 3일을 쉽니다. 이번 추석은 월요일이라 주말까지 합해 총 4일이나 되는 긴 연휴입니다. 북쪽도 명절 분위기, 좀 나는지 모르겠네요.

일단, 직장들에선 확실히 명절 분위기가 납니다. 올해 추석은 좀 이르기도 하고 물가도 높아서 추석이 나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역시 연휴를 앞두고 다들 즐거워 보입니다. 오늘은 빨리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회사에서 준 선물 봉지 하나씩을 손에 들고 일찍 퇴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희도 덩달아 마음이 바쁩니다. (웃음)

오늘은 장마당이, 내일은 고속도로나 공항이 더 붐빌 것 같죠? 이번 추석 인기 상품 중 하나가 ‘추석도피상품’이랍니다.

이름이 재밌는데요?

명절 때 친척들이 모이면 가장 괴로운 사람들... 누굴까요? 바로 노처녀, 노총각들이죠. 북쪽은 대부분 일찍 결혼하지만 남쪽은 남자고 여자고 요즘 30대 초반이면 노총각, 노처녀 축에 못 낄 정도입니다. 그만큼 결혼이 늦어진다는 건데 세태가 이래도 어르신들의 걱정은 한결같습니다. 명절 때 친척들이 모이면 도대체 왜 ‘시집, 장가 안가냐’는 질문 공세가 쏟아지는 거죠. 이걸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피 상품’이 나왔다는 겁니다.

바로, 혼자서도 갈 수 있는 국내외 여행 상품이나 국내 호텔에서 추석 당일 1박 하면서 밥까지 주는 상품 등 다양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추석만 피하면 뭐하나요. 곧 설날입니다. (웃음) 지난해 추석엔 남쪽에 무더기 비가 내려서 광화문에 홍수가 났었는데요. 그게 참 오래전 일같이 느껴집니다. 시간이 빨라서 제 기억이 따라가질 못하는 모양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추석은 다들 풍요롭게 사고 없이 지나가길 빌어봅니다.

<음악 산책> 출발합니다.

선곡 1 사랑가 - 강정숙 가야금 연주회

강정숙의 연주, 노래로 ‘사랑가’ 들으셨습니다. 얼마 전 국악 방송에서 조사를 해봤더니 남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악 곡으로 바로 이 곡, 사랑가를 꼽았다고 합니다.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 곡이죠?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보아도 내 사랑...’ 남쪽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곡조이지만 북쪽에서는 판소리는 쐭소리라고 비하됐습니다. 당연히 일반 주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죠. 양쪽 다 익숙한 것은 ‘아리랑’ 정도가 아닐 싶습니다.

오늘은 좀 새로운 아리랑을 준비해봤습니다. 우리 전통 음악, 남쪽에서는 국악이라고 하는데 요즘 새로운 국악 음반들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 우리 전통 명절, 추석을 맞아 오늘 <음악 산책>에서 소개해드립니다.

선곡 2 새 아리랑 - 김용우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멋진 김용우는 남쪽 전통 음악계의 젊은 소리꾼입니다. 8월 말, 새로운 음반을 냈는데요. 거기서 한곡 골라봤습니다. 새 음반 <아리랑>에 들어 있는 ‘새 아리랑’ 들으셨습니다.

아리랑은 아리랑인데 진짜 노래 제목처럼 새로운 아리랑이네요. 어떻게 들으면 민요가 아니라 정말 가요 같습니다.

이렇게 요즘 들으면 이게 국악인지 아닌지 참 헛갈리는 음악들이 있죠? 김용우와 비슷한 시도를 하는 젊은 국악인들이 많다는 얘깁니다.

우리 것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음악에 다양한 국내외 음악들을 조합해 보자는 건데요. 결과물이 나쁘지 않습니다.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청취자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모르겠네요.

선곡 3 Return of the Kings - 콜럼버스

오늘 들려드린 곡 중에 가장, 국악 냄새가 안 나는 곡입니다.(웃음)

저는 처음에 국악음악이라고 해서 들어보고는 어디쯤 아쟁 소리라도 나오나 한참 기다렸습니다... 어쨌든 적당히 섞여 있는데요. 아쟁, 타악, 피리 전통악기를 전공한 3명의 젊은이들과 피아노 연주자가 함께 만든 음반으로 처음으로 전자 악기와 국악기를 섞는 시도를 했습니다.

악단 이름이 콜럼버스입니다... 미 대륙을 발견한 사람 이름인데요. 국악계의 콜럼버스가 되고자 이름을 이렇게 붙인 것 같습니다.

선곡 4 산도깨비 - 슬기둥

남쪽의 국악 악단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하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슬기둥’도 인기곡을 모아 음반을 냈습니다. 16곡의 노래 중 가장 친숙한 노래, ‘산도깨비’ 골라봤습니다.

전통 명절 추석이지만 추석 당일에 열리는 공연이나 텔레비전 특집 방송만 봐도 영화, 연속극, 가요 공연, 노래 자랑... 다양합니다. 아쉽지만 국악 공연은 많진 않네요. 전통 명절이니 전통 음악을 공연한다는 공식은 이제 정답이 아닌 듯합니다.

명절의 풍경도 예전하고는 많이 변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노처녀, 노총각의 ‘도피 여행’도 그렇지만 추석을 앞두고 요즘 바쁜 곳이 제사 음식 대행업체와 여행사랍니다. 차례 음식을 집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업체에 맞추는 사람들도 있고 휴가처럼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예전에 이런 걸 보고 세상 말세라고 하기까지 했는데 요즘은 그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세상이 변했다는 얘긴 것 같습니다.

사실 전통 명절도 바뀌는 것처럼 전통 음악도 시류에 따라 변화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와중에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 전통 중에 어떤 것을 지켜야하며 또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어떻게 변할 것인가...

비단 음악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은 질문 같습니다.

Ins - 정가악회풍류 중 편수대엽

‘전 미국 레코드 예술 과학 아카데미’는 1년에 한 번 그 해에 발표된 우수한 음반을 선정해 그래미 상을 줍니다. 1959년부터 시작된 그래미 상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상입니다. 수상식 자체가 큰 공연이기도 하고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도 합니다.

방금 들으신 편수대엽... 정가입니다. 이 정가를 담은 전통 가곡 음반이 그래미 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남한에서 제작한 음반이 그래미상 수상은 물론이고 후보에 오른 것도 이번 처음이라고 합니다.

국악 전문 음반사인 악당이반이 제작한 ‘정가악회 풍류 가곡’ 이란 음반인데 내년에 열릴 제 54회 그래미상 후보작으로 올랐습니다. ‘편수대엽’, ‘우조 이수대엽’ 등 9곡을 젊은 여성 명창 김윤수가 부르고 정가악회 실내악단이 연주를 담당했습니다.

참... 요즘 한류라고 한국 대중가요가 유럽까지 유행인데 그래미상에 간 건, 의외로 국악이네요.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지루하다고 생각한 정가가 올랐다니. 정말 옛 박동진 명창의 말대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입니다.

맞습니다! (웃음) 이 음반의 녹음을 경주 양동마을 관가정의 대청마루에서 해서 풀벌레 울음소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데 아쉽게도 음반은 못 구해서 짧게 들려드렸습니다. 사실 이 대목도 상당히 부끄러운 일인데요. 이 음반이 봄에 나왔는데 지금까지 8장 팔렸답니다. 그런데 후보에 올랐다는 기사 나오고는 다 품절입니다. 구할 수가 없습니다!

아..그렇군요. 철웅 씨, 정가가 뭔지 아세요?

사실 잘 모릅니다.

‘정가’는 정악 가운데 가곡, 가사, 시조 등 성악곡을 말하는데요. 일반인들에게는 지루한 음악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왜냐면 노랫말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읊는 것인데 그래서 좋은 음반임에도 별로 반응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 음반뿐이 아닙니다. 음반을 낸 악당이반은 전통 음악, 국악만 전문으로 하는 음반사인데요. 여기서 매년 평균 52장의 국악음반을 내는데 이중 판소리는 10여 장, 산조는 20 장 정도 팔린답니다.

새로운 국악은 인기가 있는데 전통국악은 오히려 좀 반대군요.

전통보다는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세태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약간 씁쓸한데요. 그래도 앞날을 밝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잎도 뿌리가 튼튼해야 잘 자라는데 잎이 잘 크는 걸 보면 전통의 뿌리는 아직 약한 것 같진 않습니다. 악당 이반, 김영일 대표 말처럼 ‘이제 시작’인 거죠. 우리의 전통 음악! 남북이 다를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명절 앞에서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우리의 소리였습니다.

선곡 5 어느 멋진 휴가 - 놀이터

추석, 꽉 찬 둥근 달은 남쪽이나 북쪽이나 똑같은 달입니다. 추석날 밤, 고향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도 아마 저와 같은 곳을 올려다보실 것 같은데요. 휘영청 둥근달 보면서 여러분들과 여러분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보겠습니다.

이번 추석은 보름달을 볼 수 없다는 일기 예보가 있었는데요. 남쪽 기상청 가끔 틀리기도 합니다... (웃음) 이번엔 틀렸으면 좋겠네요. 명절 잘 보내시고요. 저희는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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