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돕는 전 중 인민지원군 통역관②

토론토-장미쉘 xallsl@rfa.org
2013.09.17
defector_aid_305 아기를 낳은 탈북여성을 위해 병원을 방문해 돌봐주고 있는 정노인
RFA PHOTO/ 장미쉘

앵커: 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탈북자들 그리고 한인사회소식을 전해드리는 캐나다는 지금, 토론토에서 장미쉘 기잡니다.

지난 시간에는 전 중국인민지원군 통역관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함경도 삼수갑산출신 정협모 노인이 중국대륙을 가로질러 티베트로, 티베트에서 험준한 히말라야 산을 넘어 인도로, 또 다시 그곳에서 세계 3대양을 돌아 일본에 가게 된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그러한 정 노인이 어떻게 이곳 캐나다에 오게 되었고 또 어떤 사연으로 탈북민들을 돕게 되었는지 계속해서 전해드립니다.

일본에서 정 노인은 청진초등학교시절 심부름을 해주었던 일본인 집 주인과 마사꼬라는 그의 첫사랑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만난 기쁨도 잠시, 20여 년간을 애틋한 첫사랑을 고이 간직해온 마사꼬는 정 노인을 만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여러 지인들이 일본에 남기를 간곡히 간구했지만 정 노인은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일본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아 대만으로 가게 됩니다. 원래 중국인 신분이라고 생각해서 대만에 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 노인의 마음속에는 ‘나는 과연 어느 나라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일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 바다 건너, 대륙건너 백두산밑 고향은 꿈결에도 그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방황하던 중 정 노인은 당시 대만 대사를 지내던 김구의 아들 김신을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대한한국으로 가게 됩니다.

한때 자신이 총을 들고 반대해서 싸웠던 곳, 하지만 그곳은 분명히 그의 조상의 땅이었고 같은 말, 같은 문화를 가진 그의 고국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 도착한 정 노인은 이곳이야 말로 진정한 나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며 살게 됩니다. 착한 아내를 만나 가정도 꾸리고 일본대사관에 취직해서 운전기사도 하고 통역도 하면서 한동안 단란한 생활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1960년대 한국의 정치상황은 복잡했습니다. 한국정보기관에서는 일본대사관에 근무하는 그에게 기밀 관련 정보를 요구하기도 하면서 불법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정치상황과 경제상황에 회의를 느낀 정 노인은 다시 세계를 향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남미 아르헨티나로 가게 되는 길을 알게 되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됩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몇 년간 농장 일에 종사한 정 노인은 아르헨티나 영주권을 가지고 다시 이곳 캐나다에 오게 됩니다. 원래는 미국으로 갈 계획이었지만 미국으로 갈려면 너무 돈이 많이 들어 비교적 이민을 쉽게 받아주는 캐나다에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1971년 캐나다에 처음 들어올 때 정 노인에게는 단돈 18달러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 노인은 캐나다에 들어오게 해준 것이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 생각하고 식당 일부터 시작해서 무슨 일이든지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 캐나다에 하나하나 정착해나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캐나다 철도청에 근무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근 30년간을 일하면서 정말 남부럽지 않는 생활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아내와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행복이 늘 넘치는 집 이지만 정 노인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정 노인은 중국의 친척들을 통해 마침내 북,중 국경으로 가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정 노인은 눈으로 직접 본 북한의 기막힌 현실에 대해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협모: 제가 한달 전에 중국에 갔습니다. 중국 장백현에 갔는데 장백현 맞은 켠은 혜산입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막다른 골목에 다 달아가지고 탈출하는 사람을 쏴 죽인다고 초소를 200미터에 하나씩 압록강 변에 줄을 쳐서 세웠습니다. 나는 그 초소를 보고 굶어 죽어도 이 땅 에서 굶어 죽어라, 그것을 보고 너무도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서 제가 캐나다에 오면 탈북자들을 도와주겠다는 결심을 하고, 캐나다에 돌아온 정 노인은 탈북민들을 위해서 년노한 몸도 아랑곳 없이 통역이며, 집을 찾아 주는 일이며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 부어 그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한번은 아기를 금방 낳은 탈북민 여성을 위해서 집 식구들과 함께 밤새껏 미역국을 끊이고 애기포단이며 옷 등,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해가지고 병원을 찾아가 돌봐주었습니다.

이제 자신의 남은 여생을 탈북민들을 위해서 바치고 싶다는 정노인,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해 탈북민들이, 북한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정노인. 젊은 시절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마침내 인간다운 삶을 이뤄낸 탈북 1세대 정 노인이 후배인 탈북민들에게 전하는 자신의 인생경험과 그들에 대한 사랑이 북녘에 계시는 여러분께 힘과 용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미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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