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와 기부, 탈북민에 대한 인식 바꿔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8.01.04
volunteer_service_b 탈북민으로 구성된 사회봉사단인 '착한(着韓) 봉사단' 단원들과 남한주민 등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환경미화봉사에서 묘비를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행복하다’

선의로 다른 사람을 돕는 봉사와 기부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이라고 합니다.

봉사와 기부는 꼭 가진 게 많은 사람만 하지는 않는데요.

베풀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람들, 그 속엔 탈북자들의 수도 늘고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한국에서 탈북자들은 어떤 봉사와 기부를 하고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행사에 참석만 해도 탈북자들에게 나눠주는 물품이 많아서 예전에는 행사마다 다 참석하는 탈북자 분들도 계셨는데, 요즘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죠?

마순희: 어떻게 그렇게 잘 아셔요? 사실 처음 우리가 한국에 정착할 때까지만 해도 행사가 있으면 그 행사의 목적보다는 행사 때마다 주는 선물 같은 것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그래서 필요하지 않아도 무조건 받았다가 쓰지도 않고 쌓아두기만 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어떤 어르신들 집에 방문하면 쓰지 않는 사은품들을 받아온 것들이 쌓여있는 모습들도 보게 되더라고요. 그 중에는 유통기간이 한참 지난 화장품이나 식품 같은 것들도 눈에 띄었는데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다고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답니다. 사은품을 받느라 이 행사, 저 행사에 참여하는 현상들은 찾아보기가 드물고요. 가끔은 자신에게 필요 없다고 생각되면 필요한 사람에게 양보하기도 하고 바자회 때에는 기부한다고 집에서 쓰지 않고, 입지 않는 옷 같은 것들을 모아서 기부하기도 한답니다.

이예진: 바자회는 자기가 쓰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서 저렴하게 판매해 그 수익금을 좋은 곳에 쓰는 행사를 말하죠. 저도 탈북자 분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지는 게 예전에는 국가나 지역에서 제공하는 지원이나 혜택 등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면 최근에는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의 봉사활동에 스스로 나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마순희: 사실 10년도 더 전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저부터도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어렵게 사시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나라도 생기면 저축하고 싶고 모아놓고 싶은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남들이 받는 것을 나만 못 받으면 뭔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아서 남들이 가는 모임은 거의 다 다니고 남들이 받는 만큼은 다 받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10여 년을 살아보니 내가 소비할 만큼 그 이상 있어도 아무 쓸데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또 바쁘게 살다보니 이곳저곳 모임에 다닐 시간도 없고 관심도 적어지고요. 그 시간이면 내가 할 일을 더 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 더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더군요.

그리고 우리 탈북자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정착하기 시작한지가 거의 15년이 넘다보니 어느 정도 정착을 하여 한국 사람이 다 된 거죠. 워낙 대한민국에서는 봉사활동이나 기부문화가 북한에 비해서는 비할 바 없이 발전하였기에 지역사회나 단체들과 함께 여러 가지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응당한 것으로 알고 받는 그 모든 혜택이나 지원물품 같은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그리고 그 누군가의 헌신적인 기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니 받는 것에 더 감사하는 마음도 생기는 거죠. 그래서 웬만하면 나보다 더 어려운 분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양보하기도 하고 그동안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봉사활동도 하고 기부에도 참여하게 되더군요.

이예진: 선생님도 워낙 많이 하시잖아요.

마순희: 저는 부끄럽죠. 봉사라는 말이 북한에서 쓰일 때에는 편의관리소 봉사원, 혹은 가내반 봉사원이라는 말로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말이었다면 한국에서 말하는 봉사라는 것은 누가 시키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가 국가나 사회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헌신적으로 물질적, 정신적, 혹은 노력으로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하니까 같은 말, 다른 뜻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많은 탈북민들이 서울이나 지방이나 다름없이 자원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있고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사례들이 한국사회에 많이 알려지고 있답니다.

이예진: 봉사라는 게 북한과는 개념이 다르다는 얘기, 이 시간에 종종 했는데요. 북한에 계신 분들이 잘 이해하실지 모르겠네요. 요즘 탈북자 분들이 하는 봉사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마순희: 전국적으로 수많은 탈북민 봉사단체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남북하나재단에서는 2015년 10월 전국에서 활동하는 탈북민들의 봉사활동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착한 봉사단’ 발대식이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봉사단체들 중에서 12개의 봉사단 300여명의 봉사원들이 참여하여 그간의 봉사활동 사항들을 홍보하였고 남북주민이 함께 행사장에서 담근 김장김치 1000포기를 지역의 어르신들과 아동센터 등에 나누어주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해마다 봉사단체들은 늘어났고 그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에 통일나무심기 봉사활동으로부터 시작해서 지난해 10월에는 부산시청 녹음광장에서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착한봉사단인 작은나눔 봉사단, 희망나눔 봉사단, 한마음봉사단 등 봉사단원들이 동국대 경주캠퍼스 대학생봉사단과 함께 저소득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저도 전국을 다니면서 해안도시 부산에서부터 함안, 여수, 순천, 마산, 안산, 인천, 그리고 호반의 도시 춘천에 이르기까지 제가 잘 정착한 탈북민이라고 소개받고 찾아가는 곳마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탈북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서울도 마찬가지고요.

이예진: 봉사 차원을 떠나서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장기를 기증한 사례도 있었다면서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장기기증이라는 것이 제 친 가족이 아니고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감동을 받았던 것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동료를 위해 장기기증을 해준 40대 후반의 한 여성의 이야기였습니다. 아마도 작년 11월이라고 기억되는데요. 당뇨병과 그 후유증으로 신부전증에 걸려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 탈북민 동료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해준 감동적인 기사가 신문에 났었습니다. 두 여성은 하나원에서 같은 방을 쓰면서 교육을 받았던 동료였다고 합니다. 친자매처럼 사이가 좋았던 두 여성이었기에 동생뻘 되는 여성의 신장투석 소식을 접하고는 자신의 신장을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해요.

그런데 장기기증을 승인할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신장기증이 거부되었을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변호사까지 동원하여 끝내 법적 승인을 거쳐서 신장이식에 성공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감동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는데요.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과 더불어 그런 아름다운 사연들이 우리 탈북자사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예진: 네. 사실 가족에겐 간이식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친구, 동료, 더 나아가서 모르는 분들에게 기증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은 정말 숭고한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봉사활동과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돈이 많고 시간이 많아서 하는 게 아니라는 말씀들을 주로 합니다. 내가 고생했을 때, 도와줬던 사람들에게 고마워서 또 다른 사람들에게 갚는 거라는 말도 많이 하시는데요. 탈북자분들이 아마 같은 마음일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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