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커지고 있는 이타심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5.01.08
social_worker_305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모임에서 사회복지사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조덕왕이라는 중국의 한 회사회장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돈만 많고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요.

조덕왕 회장은 가뭄을 겪은 중국 남서부 농민들을 위해 1억5천3백만 위안을 기부하는 등 중국에서 가장 기부를 많이 한 사람으로 꼽히는데요.

기부는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돈이 아닌 작은 노력, 작은 마음을 들여 기부와 나눔,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나눔과 봉사를 생활화하기 시작한 탈북자들의 얘기도 들어보시죠.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교육을 받고 직업을 선택할 때, 선생님처럼 탈북자들의 생활 전반에 걸쳐 궁금해 하는 것들을 해소시켜주는 전문상담사나 탈북자만이 아닌 청소년이나 노인, 여성, 가족,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적, 개인적 욕구를 가진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 해결을 돕고 지원하는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 또는 노인성 질환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 요양보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사례가 많다고 하셨잖아요. 사실 전문상담사나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은 정말 나 자신만 잘하면 돈을 많이 버는 그런 직업은 아니잖아요. 이런 직업을 선택하는 분들은 이타심이라고 하죠. 자신보다는 남을,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이 큰 분들일 것 같아요.

마순희: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처음 한국에 와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들 중의 하나가 시설들에서 활동하시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 내 가족 밖에 몰랐던 자신에 대해서 많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저도 모르게 한 걸음, 한걸음 그분들의 모습을 닮아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분들, 우리의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목격하게 되면서부터 무엇인가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부사업이나 봉사활동 등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어려움을 직접 경험한 분들이기에 다른 사람의 어려움도 자신의 어려움으로 느낄 수 있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잘 알기에 더 적절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이예진: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겠다는 탈북자들이 훨씬 많지만, 최근에는 그래도 이렇게 후배 탈북자들에게, 혹은 나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같아요.

마순희: 사실 입국초기에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조기취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거든요. 브로커비용이나 북한이나 중국의 남아있는 가족들을 돕는다든가 등 기타 경제적 여건으로 빠른 시일 안에 취업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보니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에 취직하는 경우가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 정책적으로도 조기취업을 위해서 직업훈련이나 취업 장려금 등이 취업보호기간으로 제한되어있기에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이더라도 2-3년 정도는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조금 안정이 되고 적응해 나가다보면 내가 실제로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기의 진로를 제대로 찾아가는 경우들이 적지 않거든요.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이나 휴일 등 시간이 가능하면 하고 싶었던 봉사활동이나 단체들의 활동에도 동참하면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는 것입니다. 일하면서도 배울 수 있는 사이버대학들에도 관심이 높아져서 많은 분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합니다. 전문학사과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 북한이탈주민들도 능히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분야가 사회복지 분야이기에 많이 선호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냥 남들 따라서 학과를 지정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는 것입니다.

이예진: 교회나 탈북자들의 단체 등을 통해서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그것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잖아요. 게다가 사이버대학은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면서 스스로 시간을 만들어 공부하고, 시험보고, 자기와의 싸움이라 남한 사람들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생님도 사이버대학을 졸업하셨지만 그렇게 공부하는 탈북자분들은 보통 의지가 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사이버대학으로도 사회복지를 공부하겠다는 분들이 많은가 보네요.

마순희: 네. 그리고 대학으로 진학하더라도 무조건 명문대학에만 진학하려는 생각보다 현실적으로 중도탈락을 하지 않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대학이나 학과들을 선택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2013년 남북하나재단에서 탈북대학생들에 대한 연구 자료에 의한다면 탈북대학생들이 선택하는 학과 중 가장 비율이 높은 학과는 경영경제계열이 18.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많은 학과가 사회복지계열이 13.6%로 집계되었더라고요.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데 탈북학생들을 위한 영어교육이나 방과 후 교실, 대안학교 등에서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대학생들의 문의 전화도 받군 합니다.

이예진: 예전에는 탈북한 뒤 중국에 오래 거주하다가 한국으로 온 탈북자들이 많아서 대학도 중국어를 전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경영이나 경제학 전공자들의 수도 꽤 되네요. 아무래도 돈을 잘 벌기 위해 학문적으로 공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마순희: 그렇죠. 몇 년 전에는 저와 함께 대학에 입학한 30대의 젊은 친구가 있었는데 저는 사회복지학과였고 그 친구는 경영학부에서 프랜차이즈학과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경영학부다보니 동기생들이 모두 회장님, 사장님이라고 불리는 경영인들이 많았나 봐요.

이예진: 프랜차이즈라고 하면 같은 이름의 가게가 지역마다 있는 걸 말하잖아요. 그러니까 사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빵집이나 식당, 커피를 파는 찻집 등을 지역마다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운영하도록 영업권을 주고 수익을 얻는 거죠. 그런 분들이 많이 오셨다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그러니까 사업을 하고 있거나 하려는 사람들이 다니는 학과라 학과 내 동아리 모임이나 지역모임 등을 하면 골프장이나 승마장, 아니면 와인시음회, 산악회 등 고급스러운 모임들이 많아서 경제적 여력도 안 되지만 전혀 생소한 분야라 함께 정보를 공유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어서 어렵게 한 학기를 다니고 포기해버렸답니다.

이예진: 한 순간의 선택이 잘못된 경우네요. 경영인들이 주로 다니는 학과에 들어가서 너무 고급 취미생활을 추구하는 모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아예 포기하신 건 아니죠?

마순희: 네. 지금은 자신의 꿈이던 영상촬영업체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관련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다시 대학공부를 시도했답니다. 물론 교육보호기간이 끝나서 등록금지원을 받을 수는 없지만 사이버로 영상미디어학과를 배울 수 있는 대학의 정보들을 검색해 보고 다시 입학신청을 했습니다. 이제야 남들을 따라서 경영학을 선택했던 시행착오를 깨닫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진짜로 배우고 싶은 학문을 선택해서 배우게 된 것입니다. 자기 삶의 목표를 정하고 자신의 꿈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된 거죠.

이예진: 자신에게 맞는 길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탈북자들에겐 더 많은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고요. 그리고 시행착오가 많은 탈북자들일수록, 시행착오를 겪고 또 다른 길을 계속 찾는 탈북자일수록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 탈북자들이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등에 관심이 많다고 하지만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이 우선 감안되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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