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도 일할 수 있어요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03.30
job_apply_old_b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참여자 통합모집 행사에서 한 어르신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열심히 직장을 다니다 60대 들어 은퇴하고 나면 그동안 미뤘던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도 즐기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시간이 너무 안 가 답답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을 해야, 그러니까 사회생활을 해야 더 늙지 않는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그렇다면 탈북 어르신들의 노후는 어떨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주 취업과 관련한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있는데, 이번엔 어르신들의 취업에 대해서 얘기해보죠. 사실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해서 노인이라고 그냥 쉴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잖아요.

마순희: 수명이 길어지면서 일을 그만두고 쓸 노후자금이 많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땐 생계비를 벌어야 하니까 일을 하는 노인들도 많고요. 일하지 않으면 병이 나는 노인들이 많잖아요. 탈북자 분들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2011년의 조사긴 하지만 북한이탈주민 고령자의 생활실태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탈북 고령자들이 생각하는 노인의 평균나이는 66세로, 한국 노인들이 생각하는 나이와는 약 5-10세 정도 차이가 난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북한의 연로보장제도에서 살아 온 관습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서는 남성이 60세, 여성이 55세면 정년 퇴직하다보니 한국에 와서 살면서 한국현실을 많이 감안하더라도 평균 66세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탈북 고령자들의 노후에 대한 준비는 한국 노인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탈북 고령자들이 받을 수 있는 개인연금은 매우 미미하고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한국 노인들은 노후 준비를 위해 개인연금으로 축적해놓은 게 있는데 탈북 노인들은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탈북 고령자들이 취업을 하려고 하지만 취업은 물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고령자들이 취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탈북 고령자들의 취업률이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남북하나재단 24시간 콜센터에 근무할 때 아침 교대 때에는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다보니 출근시간이 새벽이었습니다. 첫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간혹 가다가 젊은이들도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 많습니다. 경비직이나 주차관리 미화원 등 일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우리 탈북 고령자들인 경우에도 거의 대부분 일을 하십니다. 그러나 그것을 불편하다거나 힘들다고 하시기보다는 그렇게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이야기들을 하거든요. 북한에서 혹은 한국에서 많이 배운 고학력자들인 경우에는 나이 들어도 전문직으로 연구소나 엔지니어(기술자)로 근무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주위의 친구들이나 그 이상 되시는 분들은 아파트나 공공기관의 청소 일을 하시는데 흔히 미화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남성분들인 경우에는 아파트경비나 주차요원 등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고요. 또 지금 많이 활성화되고 있는 노인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는 분들을 간호하는 요양보호사로 일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 외에도 개인집의 입주 도우미, 청소 도우미 등 어르신들이 하고 있는 직업들도 가지가지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흔히 하기를 꺼려하는 일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항상 몸에 밴 일이라 크게 어려움도 없고 특별히 큰 기술이 필요한 일도 아니라서 편하게 일하고 계시고 있습니다. 수입도 만만치 않고 무리할 정도도 아니기에 건강유지에도 좋아서 지금 한국에서는 나이 드신 분들이 일하는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답니다.

이예진: 탈북 어르신들도 다른 남한 어르신들과 비슷한 일을 하시는 거죠?

마순희: 일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옛날 같으면 60이면 환갑이라고 성대한 잔치를 베풀고 했었지만 지금 60살은 옛날의 50대 정도로 밖에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환갑인 60살 생일이라도 식구들끼리 혹은 친구들끼리 생일파티 정도가 유행인 겁니다.

이예진: 가족끼리 잔치를 하는 거죠.

마순희: 네. 그렇죠. 2015년 세계 126개국의 평균수명을 조사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평균수명이 81.4세로 남성이 77.9세, 여성이 84.6세로 세계에서 12위를 차지했더군요. 제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북한은 87위였는데 평균나이 69.9세인데 남성 66.3세, 여성이 73.3세로 되어 있더라고요.

이예진: 한국과는 차이가 좀 나네요.

마순희: 네. 많이 나죠. 사실은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긴 하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진짜 축복인 겁니다. 거기에 노후준비도 그만큼 더 필요하다는 얘기가 되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니 지금 나이를 먹었다고 그냥 일을 안 하고 허송세월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노후준비가 잘 되신 분들은 여가활동도 하고 건강관리도 하시면서 여유롭게 노후를 보내시겠지만 저희들 대부분의 탈북 고령자들인 경우에 그런 분들은 극히 드물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저의 주변에 보더라도 일을 안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건강이나 다른 여건 때문에 못하시는 분들은 있어도 안하시는 분들은 별로 없거든요.

탈북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저도 60대 중반을 넘어 작년에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땄는데요. 그 자격증만 있으면 요양보호사로 건강만 허락하면 언제까지라도 일할 수 있습니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같은 시설에서도 근무할 수 있고 일반 가정에서 하루 종일 또는 두 시간, 네 시간 등 조건에 맞게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건강이나 조건에 맞게 얼마든지 선택하여 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격증이 없으면 시설은 아니어도 일반 가정에서는 보호사로 일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그래도 교육도 받고 자격도 있는 요양보호사를 선호하거든요. 본인이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도 요양보호사 양성과정이라는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그리고 한국에는 미화원이라는 직업이 있잖아요. 옛날에는 청소부, 청소아줌마라고도 불렀지만 지금은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깨끗한 유니폼, 북한식으로 말하면 단체복을 입고 공공시설이나 공원, 그리고 아파트단지에서 청소를 하시는 분들을 미화원이라고 부르는데요. 간혹 시간이 필요한 젊은 주부들도 있지만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랍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분들도 미화원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급여도 적지 않고 4대 보험에까지 다 가입되어 있어서 실업급여나 퇴직금 등도 다 나오는 괜찮은 일자리랍니다. 그리고 나이 드신 남성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아파트나 건물 경비직, 그리고 시설들의 건물관리, 주차관리 하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가끔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보면 자주 만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만 65세가 되면 지하철은 무료로 승차하는데 지하철을 이용하여 택배서비스를 하는 분들인데요. 무거운 물건이 아니라 가벼운 서류나 꽃바구니, 생일케이크, 의류 같은 쇼핑물건을 배달해 주는데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배달받을 수 있어서 많이들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파트 단지에도 60살이 넘은 탈북남성분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했었습니다. 항상 성실하고 책임성 있게 근무하다보니 발탁이 되어 지금은 아파트 관리실에서 근무하고 있답니다. 그 외에도 일하는 부부들이 필요로 하는 어린이를 돌봐주는 일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예진: 어르신들이 할 만한 일도 꽤 많네요. 그런데 아무래도 탈북 어르신들이 젊은이들보다는 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서 도전하기가 쉽지 않죠. 그럼에도 계속 도전하고 있는 탈북어르신들의 얘기,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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