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있는 배우자와의 이혼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5.05.14
devorce_play_b 결혼과 이혼에 관한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Tomorrow Morning)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극 중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남북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문제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흐르는 시간’입니다.

70년이라는 세월 속에 남아 있는 이산가족 당사자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이산가족들이 겪는 문제가 늘고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 후 남한과 북한에 갈라져 있는 가족 사이에는 어떤 문제들이 생기고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지난 시간에 남한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려고 하는 한 탈북 남성의 얘기를 먼저 언급했는데요. 한국에서 새로운 여성과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가 우선 북한에서의 배우자와 이혼을 해야 하는 거였죠. 북한에서의 배우자와 이혼하려면 ‘공시송달’이라고 해서 법원 홈페이지에 누가 어떤 사유로 이혼을 신청했다는 내용을 게시한 뒤 2개월간 이의가 없으면 이혼판결을 내릴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하면 됐는데, 이분은 이혼신청이 기각됐다면서요? 그 이유는 뭐였을까요?

마순희: 이유인즉 그 분이 사실은 북한에서 처가 많이 아파서 약을 구하려 중국에 왔다가 한국까지 오게 되었는데 북한의 배우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법원에서 이혼사유서를 자세히 쓰라고 해서 사실대로 썼는데 배우자가 사망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사망한 사람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소송이 기각되었답니다.

이예진: 북한에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탈북해서 이혼하기도 어렵고, 재혼을 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아요.

마순희: 물론 어려운 점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 절차를 따라서 해결하면 되는데 문제는 한국에 정착하는 동안에 조건들이 바뀌는 것 때문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 배우자가 사망하였다면 조사를 받을 때 사망으로 되고 결혼했던 사실로 조사를 받았다면 가족관계에 배우자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사망이 되었다면 사망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먼저 제가 이야기한 사례자인 경우에 처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망한 사람과 굳이 이혼까지 한다는 게 마음이 아파서 사망했다고 했다가 해결이 어렵게 된 경우거든요. 그 경우에도 그냥 이혼하는 것으로 사유서를 썼다면 최대한 2-3개월이면 처리가 될 일이었습니다.

이예진: 법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이런 사례들도 해결방법은 있는 거죠?

마순희: 그 사례자의 경우에는 안해(아내)의 사망사실을 확인만 하면 아무 문제도 없이 해결이 될 텐데 그렇다고 북한에서 사망확인서를 발급받아 올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도대체 해결방법이 없는가 하고 안타까워하였습니다. 그런데 가정법원에 찾아가서 사정이야기를 다 하고 해결방도를 알아 왔더라고요.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하고 실종선고를 받은 후 1년 후면 사망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해서 앞으로 1년을 더 기다리면 해결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라도 거짓이 아닌 사망으로 처리될 수 있고 한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되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예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긴데, 이렇게 북한에서 살던 배우자와 이혼 처리를 한 뒤에 새로 결혼을 했는데 나중에 북한에서 살던 배우자가 자신을 찾아 한국에 온 사례도 있었죠?

마순희: 예, 몇 년 전에 국립의료원에서 근무할 때에 만났던 50대 남성의 사례인데요. 그 분 경우에는 안해가 탈북하던 날 저녁 국경에서 총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함께 가던 여성들까지 3명이 모두 사망하였다는 소문이 났었답니다. 돌아오지도 않는 처를 계속 기다릴 수도 없고 북한에서는 혼자서 살기도 힘들다보니 한 동네의 다른 여성과 함께 살게 되었답니다. 몇 년 후 두 사람이 함께 탈북하여 한국에 왔는데 조사를 받으면서 안해가 사망해서 함께 살고 있던 여성과 결혼해서 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몇 년 후에 생겼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안해가 중국에서 살고 있었다는데요. 어느 날 한국 TV를 보다가 KBS의 “남북의 창”라는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이예진: 북한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죠.

마순희: 네. 탈북자 소식도 전하고요. 그 프로그램에서 남편이 한국에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안해는 남편을 쫓아서 아들과 함께 한국에 왔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가족이 살아있고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었지만, 복잡한 가족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간단치 않았습니다.

이예진: 아까 들은 얘기보다 정말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안타까운 얘기네요.

마순희: 그렇죠. 결국 후에 함께 살던 여성도 아들까지 데리고 온 본처이기에 양보를 해서 이혼수속을 하고 다시 본처와 가족관계를 바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가족관계증명서라는 종잇장 하나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더군요. 남편이 이미 다른 여성과 살고 있었던 것을 아는지라 안해는 남편이 다른 생각을 할세라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다보니 남편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돈을 쓰면 어디다 얼마나 썼는지, 통화하면 누구와 통화했는지 일일이 휴대전화의 통화기록을 체크해 보면서 그 여성과 연계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합니다. 그 남성분도 본의 아니게 자기 때문에 혼자 살게 되는 그 여성이 더 마음에 쓰인다면서 일자리가 있으면 소개를 부탁하면서 속상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예진: 여전히 편치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얘긴데요. 선생님이 보시기엔 이런 경우들이 생기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요?

마순희: 글쎄요. 사람마다 사연이 다르고 상황들이 다르다보니 어떤 것이 정답이 될지는 한마디로 말씀드리기 곤란하기는 합니다. 오늘 최선이라고 생각한 선택이 훗날에 후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구도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환경에 처하던지 자신과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이나 앞으로의 상황들을 고려해가면서 심사숙고하여 결정을 한다면 조금이라도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이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발생하면 섣불리 결정하지 말고 법률상담을 먼저 받아본 후에 처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남북하나재단 종합상담센터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법률상담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한 주일에 두 번 무료법률상담에 연결해드리기는 하지만 문제는 탈북자들 본인들이 변호사들의 상담을 받고도 무슨 말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우리들에게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해주기를 바라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일이던지 자신이 상식적으로라도 조금이나마 알아야 설명해주어도 이해가 될 텐데 법률 부분에 있어서 법률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보니 설명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제가 상담하는 분들도 보면 승소판결이 났다고 해도 그게 무슨 말인지, 기소가 기각되었다고 해도 무슨 말인지를 몰라서 물어보는 경우들도 많거든요.

이예진: 그런 용어 자체도 낯서니까요.

마순희: 승소판결은 이겼다는 판결이 났다는 것이고, 기소가 기각됐다는 것은 기소한 내용 자체가 재판에 회부되지 못한다는, 말하자면 취소된다는 말이잖아요. 앞으로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교육을 함에 있어서 법률이나 금융지식에 대한 교육도 좀 더 강화해서 이 땅에 정착하는데서 부딪치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하나라도 줄여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법률지식은 사실 살면서 큰 문제가 없다면 보통 몰라도 되는 일이지만 탈북자들에게는 다른 체제에서의 새로운 삶을 살다보니 법적으로 알아야할 일들이 꽤 생기는 편이죠. 탈북자들의 이혼이나 재혼, 그리고 다음 시간에 알아보게 될 상속 등의 문제 모두 남북한의 분단이라는 오래된 현실이 빚어낸 결과 중 하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자주 이런 문제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은데요. 남과 북에 갈라져 살던 가족이 겪게 되는 상속에 대한 문제는 어떤 게 있을지 다음 시간에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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