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일상적인 법률문제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5.05.28
defectors_counselling_b 대전 서구 대전지방검찰청사에 '새터민을 위한 상담지원센터'가 문을 연 가운데 박민표 대전지검장이 센터 활동을 도울 자원봉사자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최근 탈북자들이 한국 법을 잘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법률지원이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한국의 탈북자 정착 기관인 남북하나재단, 그리고 법률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돕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는 얼마 전 이동법률상담을 실시해 탈북자들이 직접 법적 문제 해결 방법과 소장을 작성하는 방법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사고나 사건 등 큰 문제로 겪게 되는 법적인 문제도 물론 있지만 탈북자들은 의외로 생활 속에서 은근히 자주 겪게 되는 법적인 문제에 놀란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겪게 되는 일상적인 법률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법 없이 사는 사람이다’ 이런 말들 가끔 하는데요. 굳이 법의 규정이 없어도 세상의 일원으로 규칙을 성실하게 지키고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요즘 법 없이 살기가 쉽지 않죠. 요즘에는 ‘아예 법을 무시하고 무법, 범법으로 살아가는 사람 역시 법 없이 사는 사람이다’ 이런 우스갯말도 하는데요. 주변에서 악당처럼 구는 사람이 간혹 있다 보니 나만 잘 살아서는 소용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렇게 법이 어렵기는 하지만 법 덕분에 탈북자들이 보호를 받은 사례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마순희: 대한민국에 와서 법 덕분에 탈북자들이 보호를 받은 사례들도 적지 않습니다. 탈북자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남북하나재단에서는 한 주일에 두 번씩 월요일과 수요일에 무료법률상담을 해 드리는데요. 이 땅에 정착하면서 법률상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주고 변호사 선임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국선변호사를 연결해서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게 되니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큰 힘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끔은 어려운 일들이 잘 해결되어 정말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취업을 알선해준다는 어떤 사장의 말을 믿고 주민등록등본을 떼어가지고 찾아 갔다가 도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했다는 문자를 받고 깜짝 놀라서 담당 형사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 후 며칠 후에 또 휴대폰이 개통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담당형사님이 조치를 해서 휴대폰이 개통되었다는 부평의 어느 휴대폰 매장에서 범인을 검거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취업을 미끼로 저처럼 여러 사람들의 주민등록증을 도용하여 휴대폰을 개통하여 중국에 팔아넘기려 하다가 적발되었는데 회사 사장을 사칭한 사기 전과가 있는 자였더라고요. 그 휴대폰이 중국에 넘어가서 사용되게 되면 그 많은 사용료가 저에게 부과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제 때에 적발해준 경찰관들이 지금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이 이렇게 물정을 몰라서 작정하고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당하는 일들이 가끔 생기기도 하는데요. 더구나 한국에 사는 탈북자 분들이 잘 몰라서 정부지원이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잖아요. 특히 법적인 부분 가운데 탈북자들이 평소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마순희: 북한이탈주민들은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한 후 남북한의 법제도와 체제의 차이로 인한 이해부족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법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한 교육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들이 살아 온 북한에서는 우리가 법을 모른다고 해도 특별히 손해 볼 일도 없고 법은 그냥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또 법을 안다고 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가 알던 모르던 법률행위 즉 계약에 의해서 이루어지더라고요.

매일 교통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개인과 운송회사간의 운송계약이고 지하철역마다 물품보관함에 물건을 보관하고 또 찾는 것 역시 임치계약이라고 배우게 되어 저도 놀랐습니다.

이예진: 저도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건데, 그런 걸로 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계약이란 우리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에는 그냥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믿고 손해를 보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법적인 부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우리 탈북자들이 이 땅에 정착하면서 일상적으로 접하면서도 가장 어기기 쉬운 교통법규에 대한 교육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통계에 의하더라도 우리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어기는 것이 교통법규라고 합니다.

더욱이 나이가 좀 젊은 분들은 거의 모두가 자가용승용차를 몰거나 직업적으로 화물차를 몰고 있습니다. 도로에서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엄중한 피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교통법규에 대한 교육은 모든 법률교육에 최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문제들에 대한 법률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즉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문제나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브로커 문제, 여러 가지 계약이나 다단계 혹은 보험사기 등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법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위한 교육입니다. 사랑, 결혼과 가정생활, 이혼, 호적문제, 그리고 개명 등 필요한 법률교육과 함께 가정폭력 등에 대처할 수 있는 법률지식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폭행이나 교통사고, 각종범죄 등과 관련된 형법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교육은 아니더라도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네. 그리고 탈북자들에게는 이런 생활 전반에 걸쳐 생길 수 있는 법률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무료로 상담이나 해결을 해주는 방법도 있죠?

마순희: 앞서 말씀드렸지만 일주일에 두 번 무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 국선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돕는 일을 하기 때문에 혼자 앓지 마시고 모르는 법률문제가 있거나 하면 언제든 남북하나재단의 상담을 받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이 전혀 다른 사회체계에 첫 발을 디뎠을 때, 좌충우돌 겪는 일들이 많죠. 사실 그 경험들을 통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고 적응을 하게 되는 거지만 법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들도 탈북자들에게는 무척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르는 때도 생깁니다. 하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주변에, 혹은 탈북자들을 위한 지역단체나 하나재단 등을 통해 문의만 해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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