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과 혜택 없이도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6.07.22
daycare_center_b 서울 금천구 한 가정어린이 집에서 어린이들이 수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선 개인 사업을 하거나 단체를 결성할 때, 혹은 공부를 할 때도 정보를 잘 찾아보면, 또 자격과 조건만 맞는다면 정부나 지역사회, 민간단체 등의 지원과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런 지원과 혜택을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죠.

하지만 반대로 지원과 혜택 없이도 잘 살고 있는 탈북자들도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드러내지 않고 정착에 성공한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선생님도 착한 사례 발굴사업을 위해 남한에 성공적으로 정착해서 잘 살고 있는 탈북자들을 많이 만나보셨잖아요. 저도 취재하면서 보면 탈북단체나 지역사회 도움 없이도 스스로 가정을 꾸리고 주변에서 탈북자인지도 모를 정도로 잘 적응해서 기업소에 다니거나 자신의 사업체를 일궈 번듯하게 사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마순희: 맞는 말씀입니다. 정말 잘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조용히 소문 안 내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주변에서 탈북자인지조차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착한사례 발굴을 위해 서울이나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에까지 찾아 갈 기회가 많은데 그 중에는 취재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서 알게 된 지방에서 살고 있는 여성인데요.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다가 지금은 어린이집을 5년 째 운영하고 있답니다. 주위에서는 어린이집 원장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것을 누구도 모른다고 하면서 인터뷰 하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더라고요.

이예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거군요.

마순희: 네. 그래서 그 분에게는 하시는 일이 계속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격려의 인사를 보내고 취재를 하지 않기로 하였답니다. 아직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전부 긍정적인 것만도 아니잖아요. 또 일반 회사가 아니라 자신들의 전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관심을 가지는 자녀의 교육을 맡기는 어린이집 원장이 탈북자라고 하면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장담할 수 없는 문제니까요.

이예진: 전혀 다른 교육체계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어떻게 교육을 맡기냐고 할 수도 있겠네요.

마순희: 네. 또 한 분은 제주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시는 40대 후반 남성의 사례인데요. 그 분 역시 제주도의 한 지역의 복지관에서 선임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데 복지관 직원들은 탈북자라는 것을 알지만 정작 그 분에게서 서비스를 받고 있는 지역주민들은 누구도 그 분이 탈북자라는 것을 모른다고 하네요. 그냥 마음씨 착하고 능력 있는 사회복지사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그런 분들 보면 북한 사투리나 억양이 전혀 없더라고요.

마순희: 네. 그 분은 탈북자 누구나 사연이 있긴 하지만 북한에서 앓고 계신 어머니를 업고 두만강을 건넜던 효심이 남다르신 분이셨어요. 한국에 와서도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어머님의 여생을 보내게 하고 싶은 마음에 제주도를 거주지로 택했다고 해요. 그리고 편찮으신 어머니를 지극히 돌보아 주는 사회복지사들의 모습에 감동하면서 한국의 사회복지제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자신도 그들처럼 지역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부에서 공부하고 사회복지사가 되신 거랍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성심을 다하던 사회복지사들의 모습이 그 분에게는 모범사례가 되었고 지역의 어르신들을 대할 때면 자식의 마음으로 봉사하게 되더라고 하네요. 사회복지사가 천직인 것 같다면서 최선을 다하여 성실히 근무하시는 그 분을 복지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보배 같은 직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예진: 네. 알게 모르게 잘 살고 계신 분들이 많네요. 탈북자들의 수가 3만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분들이나 사회적 성공을 거둔 분들, 아니면 반대로 사회에 적응을 잘 못해서 문제를 일으킨 분들 소식도 잘 전해지는 편인데 서울이든 지방이든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사는 분들은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 것 같아요.

마순희: 그래서 저희들이 착한사례를 발굴하는데도 어려움이 적지 않거든요. 이번에 만나기로 되었던 대구에 사시는 미용실을 운영하는 여성분도 그랬어요. 굳이 내세울 만한 것도 없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인데 그냥 조용하게 살고 싶다고 인터뷰를 안 하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 분과 통화하면서 한참을 설득했답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미용실이 자신이 보기에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개인 사업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미용실을 운영하고 싶어서 학원에서 미용을 배우고 실습도 하면서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힘이 되고 경험이 되겠는가,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도 후배들은 겪지 않도록 선배로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이 되겠는지 생각해 보시라고 설득하였고 결국은 승인을 해서 취재를 다녀왔답니다.

사회적인 측면으로 따져보면 한국에 온 탈북자들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어렵게 탈북해서 한국에 오고 보니 북한에서 겪었던 말도 안 되는 일들, 인권탄압은 물론이고 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선전선동과 사상교육 등에 물들어 세상을 잘 못 살아왔다고 생각한 이들은 한국에 와서 북한 정권을 규탄하고 북한의 인권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는 등 조직을 무어서 다양한 사회활동을 앞장서서 하는 분들이 있죠. 반대로 이렇게 탈북자라는 걸 알리고 싶지도 않고 조용히, 대신 열심히 사는 분들도 많답니다. 굳이 탈북자라는 것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그냥 말하지 않고 무난히 살아가고 있는 거죠. 이제 와서 누가 묻지도 않는데 내가 탈북자였는데 그동안 말 못했다고 할 이유도 없는 거잖아요.

제가 남북하나재단에 근무할 때 남북하나재단에서 격월로 발간하는 잡지인 “동포사랑”을 보내는 문제에 대한 전화들도 많이 받았는데요. 그것을 통해서도 그런 경우들을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거주지가 변경되어 동포사랑을 받을 수 없다면서 변경된 주소로 동포사랑을 보내 줄 것을 요구했었는데 이번 호도 오지 않았다고 꼭 받을 수 있도록 처리해달라는 분들도 있었어요. 반면에 또 어떤 분들은 한국에 온지도 오래 되었고 또 자신들이 탈북자인 것을 누구도 모르고 잘 살고 있는데 굳이 동포사랑이라는 잡지를 보내서 다른 사람들이 의아스러운 눈길로 보는 것 같다면서 보내지 말아달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만났던 분들 중에 탈북여성과 결혼하여 농원을 운영하고 계시는 충주의 한 남성은 동포사랑이 오면 탈북자인 처보다 자기가 더 먼저 탐독한다고 합니다. 사실 남북한 출신이 서로 만나서 가정을 이루다보면 서로의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이 분은 동포사랑이 이러한 차이를 줄이고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하더라고요. 살다보면 어떨 때에는 서로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는데 책을 보면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식으로 이해가 되더라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잡지가 늦어지기라도 하면 “올 때가 되었는데 왜 아직 안 오지?”하면서 기다리게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예진: 사실 남한 사람들도 잡지를 받아볼 수 있는 건데 탈북자라는 게 알려질 까봐 꺼려하시는 분들도 계시네요. 지원과 혜택 없이도 잘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얘기,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