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주택 반납 시 다시 받기 어려워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4.07.24
rent_apart_305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동판교 백현마을 국민임대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받습니다.

제공받은 임대주택은 탈북한 가족과 합치거나 주거가 확보된 남한 사람과의 결혼, 다른 지역으로 직장을 옮길 때나 질병 치료로 요양기관 등에 장기로 머물 때 등을 제외하고는 2년 안에 계약을 해지하고 반납할 수 없도록 했는데요.

이런 조항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주택을 반납하면 다시 제공받기 어려운 이유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남한과 북한에서 생각하는 집의 개념이 다르다는 얘기를 지난 시간에 했는데요. 선생님은 한국에 오신지 10년이 넘었으니까 살면서 주택에 대한 관점이 좀 달라진 게 있나요?

마순희: 처음에 하나원 나와서 배정받은 주택에 들어 왔을 때 그 기쁜 마음은 어디에도 비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당연히 배정된 주택에서 살았기에 집 없는 고생 같은 것은 거의 생각하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살면서 내 집 한 칸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도 서러운 것인지를 뼛속깊이 체험했거든요. 처마가 토방에 닿을 정도의 낡은 초가집이라도 내 집에서 살고 계시는 독신 할머니까지도 얼마나 부러웠던지요. 그런데 대한민국에 와서 내 집이 생겼으니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저는 나이도 있고 또 딸들과 함께 받은 집이라 평수도 크고 위치도 좋고 하여 새로운 곳으로 옮기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저희들도 2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하거든요. 그 동안 임대주택에 거주할 자격이 유지되고 있는지 다시 알아보고 재계약을 하는 거죠. 저희가 사는 동네는 가족 단위로 살아서 평수가 좀 큰 편이에요. 평균 20평 정도가 되는데 그 정도면 북한 고향에서 시누이가 간부사택에 살고 있었는데 그보다 훨씬 큰 규모죠. 그래서 저는 지금 집이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작년에 저희 둘째 딸이 강남에 있는 장기전세주택으로 이사를 가서 집들이를 했는데 ‘아 이래서 새 집을 선호하는구나’할 정도로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나 아시는 것처럼 강남이라 집값도 만만치 않거니와 물가도 역시 더 비싸더라고요.

이예진: 그렇죠. 서울 안에서도 편의시설도 좋고 주변 환경도 좋아 집값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히잖아요. 결혼해서 돈을 모아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경우야 상관없지만 결혼해서뿐 아니라 탈북자들이 제공받은 주택을 반납하는 또 다른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마순희: 주택을 반납하는 가장 많은 이유가 서울이나 수도권지역 선호 현상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원에서 거주지를 배정받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책 한권을 참고로 하여 거주지를 1지망, 2지망으로 신청한다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지요? 정작 사회에 나와 보니 내가 지망했던 곳이 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잖아요.

이예진: 그렇죠. 책 한 권으로 지역을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마순희: 네. 그리고 일자리나 학업 등을 고려하다보면 거주지를 반드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지방에 배정받아서 간 경우에 잘 정착해서 사시는 분들도 많지만 많은 분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지역으로 다시 오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택이 확보된 것도 아닌데 2년이 지나면 무조건 주택을 반납하고 서울에 와서 월세 집에 살면서 주택을 신청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사실 거주지 이전이 북한처럼 제한되는 것이 아니어서 내가 능력만 되면 살고 싶은 곳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능력이 따라가 주지 않을 때가 걱정인거죠.

이예진: 탈북자들이 능력과 상관없이 주거지를 선택하기도 한다는 거네요?

마순희: 네. 북한에서는 평양이나 대도시에서 살고 싶어도 본인의 요구에 따라서는 절대로 살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반대로 한국에서는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충격적인 사실이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북한이탈주민들 역시 기왕이면 서울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거주지 배정할 때 서울은 항상 배정된 주택보다 신청자가 더 많다보니 제비뽑기로 선정하기도 한답니다. 할 수 없이 서울이 아닌 2지망지로 갔다가 2년이 지나면 주택을 반납하고 다시 서울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택을 반납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외국에 장기적으로 나갈 작정을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우리 탈북자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외국으로 나가는데 나가기 전에는 거의가 주택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습니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서 그냥 사는 경우도 있지만 갔다가 되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런 경우에 이미 주택을 반납하고 갔기에 다시 받기가 어렵습니다. 사정이 안 됐기는 합니다만 본인이 반납하고 갔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사정입니다. 다시 돌아 온 경우 친척이나 형제, 그도 없으면 지인의 집에서 신세를 지거나 시설 같은 곳에 임시거주를 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그 전에는 한 번은 거주지를 변경할 수 있는 때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때의 생각을 가지고 주택은 거주지를 변경해도 또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엄연하게 개인적인 사정으로 거주지를 이전하게 되면 국민임대주택을 신청하여 다시 주택을 받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예진: 기다려야 할 수도 있고 절차가 복잡한 거죠. 주택을 다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쉽게 반납한 탈북자들,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마순희: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요. 대상자가 수급자인 경우에는 거주지의 동주민센터에 영구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은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탈북자들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급자인 무주택 가구들이 다 같이 신청하여 선착순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에 차례가 되기가  어렵기는 합니다. 더욱이 영구임대주택은 새로 건설되는 것이 없기에 이미 건설된 영구임대주택 중 공가가 생기면 신청자들 중에서 선착순으로 선정되기에 솔직히 쉽게 받을 수 있다고 바랄 수 있는 것은 못되더라고요. 정 어려우신 분들 경우에는 쉼터 같은 시설들에서 임시거처하기도 하고 독신인 경우에는 숙식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찾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급자가 아니신 분들은 어쩔 수 없이 해당지역에 전입신고를 하고 주택청약저축도 가입하여 조건을 갖추어가면서 월세 집에 살면서 주택공급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하나원에서 교육 시에도 주택에 대한 문제들을 많이 강조한다고는 하는데 잘 실감이 안 되는 모양인지 그러한 현상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며칠 전에 하나센터에 강의를 나갔었는데 이번에 하나원을 나온 분이 하는 이야기가 자기들 동기 중에서 주택을 포기한 사람이 네 명이나 된다고 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주택사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알게 되면 쉽게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점이 안타깝더라고요. 자기가 바라는 거주지가 아니라고, 혹은 여러 가지 사유로 애초에 주택을 포기하면 2년 내에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주택을 받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거든요.

이예진: 주택을 다시 받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요?

마순희: 한국에서도 임대주택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탈북자들이 한 번 받은 주택을 포기하거나 반납을 하고 다시 주택을 신청하려면 제한이 있고 또 그만큼 선택되기가 쉬지 않습니다.

사실 탈북자들이 하나원을 나오면서 세대주면 누구나 주택을 공급해 주다보니 주택사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또 국민임대주택 우선공급 같은 것도 선정이 되어도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물론 새집이라 좋기는 하지만 같은 평수의 주택을 다시 받으려면 하나원에서 받을 때의 3-4배의 가격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예진: 차이가 많이 나네요.

마순희: 그렇죠. 저도 국민임대주택 20여 평 크기에서 사는데 제가 그 집을 받을 때 보증금이 1600만 원이었는데 지금 그런 크기의 주택을 받으려면 4천만 원은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낮아요.

이예진: 그러니까 하나원에서 나올 때 받은 주택을 반납하고 다시 주택을 받으려면 계약할 때 내는 담보금 같은 보증금도 훨씬 비싸지고, 남한사람을 포함한 대기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거죠?

마순희: 네. 그렇죠. 예전에 강의를 나갔을 때 어떤 교육생은 열심히 일해서 2년 내에 꼭 자기 집을 장만하겠다고 장담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살아보니 그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를 지금은 너무나 잘 알고 있겠죠.

이예진: 임대계약이 끝나 이사를 갈 때, 내 집을 장만할 때 사람들이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꼼꼼하게 따지는 이유가 있는 거겠죠. 탈북자들이 집을 반납할 때, 혹은 새 집을 장만할 때 더 큰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남북하나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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