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여름 밤에도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열대지방의 밤처럼 잠을 청하기 힘든 밤을 열대야라고 하는데요. 낮밤으로 습하고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신체 건강 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더위와 정신건강의 관계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선생님 어제 잘 주무셨나요?
전진용: 저도 어제 너무 더워서 잠이 잘 안 오더라고요.
이예진: 요 며칠 열대야가 계속 이어지면서 밤잠 못 이루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요. 실제로 2000년대 들어 열대야가 한해에 열흘이나 되면서 전보다 무려 4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더운 날씨가 정신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고요?
전진용: 더운 날씨는 평소보다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게 합니다. 특히 습하면서 더운 날씨는 짜증이 더욱 과도하게 되고요. 이 때문에 조그만 일에도 짜증이 나거나 우울이나 불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더위에 의한 짜증은 더위가 없어져야만 개선되기 때문에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많고요. 특히 북한이탈주민들은 이미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이므로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예진: 네. 그럼 이 더운 날씨에 우리 탈북자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들어볼까요?
김춘애: 더워서 밤에 잠을 못 자요. 선풍기를 틀면 춥고 끄면 덥고 그러면 짜증나고 신경질 나죠. 예민한데 탈북자들끼리 모여서 북한 실상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더 짜증나죠.
이예진: 네. 아무래도 더위가 감정을 자극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불쾌지수, 그러니까 날씨가 덥고 습하면 기분도 나빠지는 법이죠. 불쾌한 감정을 최고 100으로 생각했을 때 날씨에 따라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를 기온과 습도를 이용하여 환산한 수치가 바로 불쾌지수입니다. 며칠 전에는 불쾌지수가 100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거든요.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나타나는 감정의 변화들은 어떨까요?
전진용: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작은 일에도 과도하게 반응하게 되죠. 참을성이나 자제력이 줄어서 일이 커져 싸움이나 범죄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나타나게 됩니다.
이예진: 추우면 여러 겹 옷을 입으면 되지만 더운 건 피하기도 어려운데요. 덥다고 집에만 있는 것도 좋지 않겠죠?
전진용: 더우면 사람들이 활동하기 싫어져서 집에 있으려고 하는데요. 더워서 축 쳐지는 듯한 기분은 우울증과 구별이 안갈 수도 있는데요. 더위를 먹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더위로 인해 활동이 줄어들면 오히려 우울증이 생길 수 있고요. 더위로 활동을 잘 못한다면 우울증이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예진: 탈북자 김춘애 씨는 같은 무더위라도 남한과 북한에서 이겨내는 방법이 다르다고 하는데요.
김춘애: 그래도 한국에서는 지하철에서도 냉방이 되고 집에서도 냉방이 잘 되어 있잖아요. 북한에는 그런 게 없잖아요. 친구들끼리 그러죠. 이렇게 더운데 북한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북한에서 너무 더우면 하모니카 주택이다 보니까 밤에 나와서도 옷을 입고 찬물을 뿌려요. 그럼 옆집에서도 나오고 다른 집에서도 나오고 18세대가 다 잠을 못 자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선선한 조건이 다 마련되어 있는데도 한강이나 바닷가에 가는 걸 보면 북한 주민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이예진: 남한에선 더운 밤에 시원한 강가에서 돗자리와 텐트, 그러니까 천막을 치고 온 가족이 모여 수박이나 얼음과자 같은 걸 먹으면서 보내는 경우가 많고요. 바다나 계곡으로 피서를 가기도 하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지금, 가장 더울 때 여름휴가를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이런 피서 방법도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겠죠?
전진용: 더위에 지치면 힘들어지기 때문에 더위를 피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건 분명히 정신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밤 동안에 더위는 결국 잠을 방해하고 잠을 못자면 다음날의 활동에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기분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일을 하는 것보다 잠깐의 휴식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예진: 하지만 이럴 때 함께 갈 가족이 없는 탈북자들은 더 우울할 수도 있겠네요.
전진용: 더위를 이기기 위해 어딘가 갈 때도 여러 사람과 함께 하다보면 위안을 받을 수 있지만 휴가철에 가족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는 탈북자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할 수 있어서 그로 인해 더 우울해질 수 있습니다.
이예진: 휴가는 못 가지만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탈북자들에게 도움 말씀 주세요.
전진용: 잠이라는 게 정신건강에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밤에 잠이 안온다고 계속 누워 있기 보다는 필요할 때만 누워 있는 것이 좋고요. 덥다고 해서 밤에 선풍기나 냉방기를 틀어놓고 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또 평소 잠을 못 자던 사람들은 더울수록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예진: 너무 덥고 짜증난다고 술을 마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더라고요.
전진용: 밤에 더우니까 음주량이 늘게 되는데요. 그런 게 반복되면 의존증으로 이어질 염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고요. 술은 오히려 깊은 잠을 방해하고 술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수분의 손실이 일어나서 탈수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술을 마시거나 밤에 잠을 못 잔다고 술을 마시면 오히려 더 안 좋을 수 있습니다.
이예진: 탈북자 김춘애 씨는 무더위에 시원한 술도 적당히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김춘애: 저녁 땐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기도 하고요. 가족과 계곡에도 가요. 어제도 강의를 가느라 아침에 일찍 바닷가에 도착해서 놀다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강의도 더 잘 되더라고요. 또 찜질방이라고 해서 땀을 빼다가 아이스방이라고 시원한 방에 가고 그러면 더 좋죠. 한국에는 이런 게 다 갖춰져 있잖아요. 그러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짜증나는 것도 좀 없어지죠. 탈북자들은 보통 가족이 많지 않으니까 스스로 기분을 개선하면서 생활해야 하니까요.
이예진: 네. 지금 들으신 것처럼 덥다고 집에만 계시거나 술을 드시지 마시고, 가족이나 친구, 아니면 여름을 맞아 많은 탈북 단체들이 도심을 벗어나 시원한 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으니까요. 참여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현명하게 여름을 나는 방법은 또 뭐가 있을까요?
전진용: 더위로 인해 활동이 저하되고 잠을 못잘 때일수록 적당히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고요. 더위로 인한 짜증이 있을 때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한 박자 늦춰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무더위는 아직도 한참 남았습니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도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