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방학이 중요한 이유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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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안락동 안락서원에서 열린 '초등학생 전통문화 체험교실'에서 학생들이 사자소학 수업을 듣고 있다.
부산 동래구 안락동 안락서원에서 열린 '초등학생 전통문화 체험교실'에서 학생들이 사자소학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아이들은 방학 때 부쩍 큰다고들 하는데요.

키가 자라는 것만큼이나 마음도 커지기를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일 겁니다.

탈북가정의 부모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한국에서 아이들이 방학 때 몸도, 마음도 커지는 이유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 학생들의 바쁜 방학 얘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북한에서의 학생들 방학과는 한국의 방학이 많이 다르다면서요?

마순희: 북한에서의 여름방학은 대개 한 달이었습니다. 방학에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편하게 놀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방학숙제를 내주고 한 주일, 혹은 10일 간격으로 소집일이 제정되어 있어서 그 날에 방학 숙제장을 가지고 가서 검열을 받아야 합니다. 여름방학 때에는 특별히 학교생활에 모범적인 학급은 군에서 추천을 받으면 도 야영소에 가기도 하고 모범적인 학생은 전교에서 한 명 정도씩 뽑혀서 중앙 야영소에 가기도 하였습니다. 저희는 농촌에서 중학교를 다녔기에 야영소에도 한 번 가보지 못했고 기껏해야 학교에서 개천을 막아 만들어 놓은 수영장에서 멱을 감았던 추억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방학기간에는 꼬마계획을 한다고 파철수집, 파지수집도 하고 학교에서 혹시 토끼라도 기르고 있다면 토끼풀도 뜯어가야 했습니다.

이예진: 아이들이 방학 때 일을 했다는 거잖아요.

마순희: 그렇죠. 하지만 한국의 청소년들은 방학이 오히려 더 바쁜 것 같습니다. 자녀교육에 열심인 학부모들 덕에 애들이 방학이라고 한가하게 놀 수가 없더라고요. 그동안 미진한 과목에 대해 보충 과외를 받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도서관을 다니고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하고

하는 일 없이 그늘에 멍석을 펴고 엎드려서 숙제를 하던 저의 어린 시절과는 대비도 할 수 없죠. 고등학교라 그런지 우리 손주도 20일 방학에 10일은 학교에 나가서 과외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교육열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에겐 방학이 자녀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기도 한 것 같습니다. 북한처럼 하나의 프로그램에 의해 학교들이나 부모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보니 자녀들을 키우는 방식도 가지가지더군요.

애들이 방학하는 기회를 이용해서 외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분들도 있고 국내여행도 하고 농촌을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에도 참가하더군요. 중학교 2학년쯤부터는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서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많기에 복지관이나 어르신 주야간 요양시설, 장애인 시설 등에서 봉사자 모집 광고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예진: 자발적으로 남을 위해 돕는 걸 봉사라고 하죠. 요즘은 이렇게 어릴 때부터 이웃을 돌아볼 수 있게 봉사활동을 많이 하더라고요.

마순희: 네. 봉사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참여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봉사 기본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되더군요. 저희 손녀나 손자를 보더라도 한 번 봉사에 갔다 오면 애들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셈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둘째딸이 손녀를 데리고 장애인시설에 봉사를 갔다 왔었는데 손녀가 엄마한테 고맙다고 하면서 엄마 고생한다고 집안일도 도와주고 여러 가지로 애가 훌쩍 어른이 된 것 같다고 하더군요.

또 방학이면 학원가가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학생들로 붐비는데 도대체 학생들에게 방학이 있기나 한 건지, 애들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해요. 탈북 청소년들도 겨울 방학에도 가고 여름방학에도 가는데 3박 4일로 캠프를 가더라고요. 공부도 많이 하지만 겨울에는 스키장에서 신나게 놀기도 하고 여름에는 물놀이장에서 수영도 하면서 추억도 많이 만들어 오기도 해요. 워낙 인구가 많아서인지 백화점에 가거나 바닷가 해수욕장에 가거나 계곡에 가거나 학원가에 가거나 방학이면 특별히 애들이 많이 눈에 뜨이더라고요. 작년에 제주도에 일정이 있어서 가려고 했는데 방학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갔다가 공항에 학생들이 다른 때보다 많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방학인데 제가 그 생각을 미처 못 한 거죠.

이예진: 방학만 되면 버스도 지하철도 붐비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방학이더라고요. 해마다 출산율이 줄어서 한국에선 걱정을 하는데요. 그래도 방학엔 아이들이 어디에서나 많더라고요. 그만큼 또 많이 다닌다는 얘기죠. 여름이 많이 길어져서 하루, 이틀 놀고 와서는 아이들이 만족을 못하는 것 같아요.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면 엄마, 아빠랑 어느 나라에 갔다 왔는지 자랑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던데요.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부터 멀게는 유럽까지 다녀오기도 하더라고요.

마순희: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방학이 한 달 정도, 대학교는 두 달이 넘는다고는 하지만 한국은 학교마다 방학날짜가 서로 다르더군요. 전국적으로 방학 날짜가 며칠부터 며칠까지로 통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서울시만 하더라도 구 별로 조금씩 다르더군요.

이예진: 네. 학교마다 재량껏 하니까요.

마순희: 대체로 7월 말일부터 8월 말일까지이던데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농담 삼아 두렵기도 하다고 하고요. 방학기간에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형편이 되면 한 달 간 영어공부나 문화체험 등을 위한 해외연수를 가는 학생들도 많더군요. 대학생들은 방학이 길다보니 해외에 나가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 북한에서는 여행증 제도가 있어서 방학이라도 기껏해야 고향에 내려오는 정도로 여행의 폭이 넓지 않았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대학에 입학하기가 힘들지 대학에 입학하면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더라고요. 물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겠지만 어떤 하나의 틀에 매이지 않고 자신의 진로에 따라 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고 또 대학생들은 교복을 안 입더군요. 북한에서는 대학생 교복이 그 어떤 상징처럼 느껴지는데 한국의 대학생들은 옷차림이 너무 자유롭더라고요.

그러게 탈북하신 어느 단체의 대표가 한국에 와서 대학에 입학한 이야기를 하는데 웃겨서 죽는 줄 알았어요. 워낙 나이가 좀 있어서 대학에 입학했는데 첫 등교하는 날 교복은 없어도 최소한 양복은 입어야겠다고 정장차림에 가죽가방을 들고 가죽구두를 신고 대학에 등교했대요. 학생들이 모두 교수님인줄 알고 인사하면서 지나갔었다는 그 대표님의 이야기가 늘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대학을 다니다가도 본인이 휴학하고 싶으면 휴학을 하고 외국에 가고 싶으면 외국에 가서 체험 학습도 하고 돈도 벌어보고 지금은 글로벌 시대라 그런 경험들이 앞으로의 직업선택과 회사생활, 혹은 연구사업 등 자신의 일을 할 때에 얼마나 도움이 많이 되겠습니까?

이예진: 그럼요. 나중에 직장에 갈 때는 다양한 경험을 얼마나 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해외연수도 많이 가는데 탈북자 분들은 어떤 이유로 해외에 많이 나가고 있는지 다음 시간에 들어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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