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한 치 앞만 보면 안되는 이유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4.08.14
student_job_305 서울 강서구 화곡6동 KBS88체육관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맞춤형 취업박람회'에서 새터민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실수나 실패는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성공이 결정되죠. 탈북자들은 유독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편인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취업할 때 결정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들을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는 한국 정부가 탈북자를 고용하는 회사에 지원하는 고용지원금을 두고 탈북자가 벌이는 신경전에 대해 얘기를 해봤습니다. 탈북자가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또 어떨지 궁금한데요. 몇 달 전에는 성공한 탈북자로 알려졌던 한 모 씨가 자신의 회사에 탈북자들이 투자한 수십억 원대, 그러니까 수백만 달러의 돈을 가지고 사라져서 탈북자들의 억장이 무너진 일이 있었잖아요. 탈북자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탈북자들 간의 문제도 종종 있나요?

마순희: 저도 북한이탈주민이지만 그런 내용들이 참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흔히 북한이탈주민출신 사장이라고 하면 같은 북한 출신이라 우리의 심정이나 사정을 더 잘 알 수 있기에 더 잘 해주리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례들은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상담 받은 저희 동네의 50대 중년 여성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이 경영하는 취업준비학원을 졸업하고 그 학원에 직원으로 발탁되어 근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직원 중에는 북한이탈주민도 있고 한국의 일반직원들도 있었답니다. 직원으로 받아 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말 진심을 다 해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마음먹었고 또 그렇게 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장이 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직원들 보기가 창피할 정도라는 겁니다. 더구나 고용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만 골라서 직원으로 채용하고 그 기간만 되면 어떻게 해서든지 다른 직원으로 교체가 되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고 합니다. 항상 회사사정이 어렵다고 우는 소리만 했는데 몇 개월 회계를 맡아본 데 의하면,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통계원의 역할이죠. 그런데 살펴보니 그렇게 어려운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지금은 첫 해부터 3년차까지 매월 50만원, 500달러의 고용지원금이 지급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1년차는 50만원씩 매달 지급됐습니다. 2년차부터는 70만원, 700달러까지 고용지원금을 지급했고요. 그런데 근로자의 급여가 140만원이 되어야 고용지원금을 7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장이 근로자의 급여를 실제로 올려주지 않고 140만원, 1400달러를 주는 것으로 서류를 꾸며서 고용지원금 70만원을 받았던 거죠. 그리고 직원에게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그런 거니 월급으로 더 준 20만원을 내놔라, 그래서 200달러를 도로 반납하는 수법까지 썼다고 합니다. 그래도 같은 탈북자고 또 회사사정이 어려워서 부탁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거절하지도 못했다는 것입니다.

학원생을 모집하라고 매일 독촉도 하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도 많아서 금년에는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당연히 받아야 할 퇴직금인데 회사사정이 어렵다고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한답니다.

이예진: 근로자가 상당기간 근무하다 퇴직하는 경우에 회사 측에서 근무 기간에 따라 한 번에 지급하는 금액을 퇴직금이라고 하죠. 이건 법적으로도 받을 수 있잖아요?

마순희: 네. 물론 무료로 법률상담도 받고 고용지원센터의 근로감독관도 만났지만 3개월이 지나도 아직도 소식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누구 말할 형편이 안 된다, 누구보다 탈북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다 알고 있으면서 탈북자가 더 하더라, 그래도 같은 탈북자라고 그런 비리가 있는 것도 신고하지도 않고 눈감아 주었더니 오히려 그런 점을 이용한 것 같다면서 하소연하는 것입니다.

이예진: 물론 일부 사정이 좋지 않은 업체들의 경우에 한해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거겠죠?

마순희: 네. 그렇습니다.

이예진: 사실 탈북자들에게 주택만큼이나 중요한 게 어떤 일을 할 것이냐,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이냐, 더 나아가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혹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냐 하는 문제인데요. 많은 탈북자들이 취업과 관련해서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당장 조금 더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마순희: 얼마 전 하나센터 강의에서 만난 50대 초반의 한 여성의 사례인데요. 사실 교육생들을 만나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취업훈련이나 취업 등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느 날과 같이 한국에서 적성에 맞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려면 취업훈련부터 잘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 여성의 경우에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자기는 먼저 한국에 도착한 딸이 대학에 다니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브로커 비용을 부담하면서 한국에 왔다고 했습니다. 아직 딸은 대학생이기에 자기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취업훈련도 중요하지만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어떻게 마음 놓고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또 공부를 한다고 한들 머리에 들어오기나 하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 어떤 일자리든지 몇 개월간이라도 일해서 조금 자금을 마련해 놓고 마음 편하게 취업훈련을 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 사람마다 처한 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죠. 그리고 그렇게 당당하게 자기 의사를 밝히고 제 길을 걸어 나가는 모습이 너무 미더워 보였습니다. 그 분은 마침 지방에서 일자리가 있어서 지금 숙식이 보장되는 일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불안한 마음도 이해는 갑니다. 돈부터 벌어놓고 나중에라도 꼭 하고 싶은 일 하셨으면 좋겠고요. 그렇게 지금 하고 있는 일 역시 자신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잘 해나가실 것 같습니다.

마순희: 네. 사실 아까 이야기하신 것처럼 중요한 게 어떤 일을 할 것이냐,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이냐, 더 나아가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혹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냐 하는 건데요. 저는 교사출신의 한 여성과의 전화 상담을 하면서 또 한 번 그 문제에 대해 절실히 느꼈습니다.

하나원을 나오면서 아직 주택배정이 안 되어 충남의 한 쉼터에 있다가 주택을 받아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합니다.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서 공부를 하겠는데 주말반에 다녀도 생계비는 계속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알아보았는데 북한에서 대학에 다녔기에 학력인정을 받으면 3학년에 편입할 수 있어서 2년만 배우면 사회복지사가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으면 복지관에 취업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에 사회복지사가 되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나이가 쉰 살이라 젊은 사람들처럼 큰 기술을 배울 수는 없을 것 같고 사회복지사라면 능히 봉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누구랑 사는지 물어 보았더니 중국에서 딸을 데리고 와서 함께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교육보호를 받을 수 있는 나이가 지났기에 등록금 같은 것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해드리고 만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다 하더라도 취업이 반드시 가능하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설명해드렸습니다.

이예진: 현실적으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네요.

마순희: 네. 사회복지사란 정말 어려운 분들의 손발이 되어서 활동해야 하는데 성실한 봉사를 하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복지서비스와 체계들을 잘 알고 그것을 활용하여 활동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당장 사회복지사가 된다고 해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 보게 하였습니다.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를 고용하더라도 공채 즉 공개경쟁채용을 하는데 아직은 남한 사회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기에 남한사회의 준비된 취업자들 속에서 선택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오늘 하루, 일상 하나하나가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이고 학습이라고 생각하면서 적응해 나가면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북한에서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10년 정도 중학교 교사로 일했다고 하는데, 북한에선 교원이라고 하죠. 본인이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바로 교사로 일하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코디네이터라고 북한에서 교원출신인 분들이 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공부도 정규대학보다는 나이가 있어도 학비지원이 될 수 있는 사이버대학을 선택하면 자격증도 받고 또 딸도 있는데 낮 시간에는 생계비에 의존하지 말고 당당하게 회사에서 일해서 생활비도 벌면서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자신에게 맞는 직업도 갖는 게 좋지 않겠는가고 상담을 했습니다. 자기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 너무 감사하고 자주 전화를 해도 되냐고 하더라고요.

남들이 배운다고 하여 내 조건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생계비를 받으면서 공부만 하겠다고 한다든가 취업할 생각도 없이 취업훈련만 받으려고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에겐 그래서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고민하는 것도 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취업을 선택할 때 생기는 탈북자들의 또 다른 고민들, 다음 이 시간에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남북하나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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