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냐, 생계비냐 그것이 문제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4.08.21
defector_aid_305 국회의원 연구단체 '통일미래포럼' 주최로 열린 토론회 '탈북민 정착지원 업무, 어느 부처가 맡아야 하나?'.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사람에게 물고기 한 마리를 주면 하루의 양식을 주는 것이지만, 물고기 낚는 법을 알려주면 평생의 양식을 주는 것’이라는 말은 유태인들의 오래된 교육법일 뿐 아니라 중국 노자의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탈북자들의 고민을 전화로 상담 받고 있는 마순희 선생 역시 탈북자들에게 물고기 낚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늘 강조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물고기 낚는 법뿐 아니라 물고기가 뭔지 부터 설명이 필요한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의 주제는 선택의 기로에 선 탈북자들의 얘깁니다. 취업과 생계비 사이에 고민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던데요. 정착하면서 6개월간 다달이 지급되는 생계비를 받기 위해 취업을 기피하는 일도 많다고 하셨잖아요.

마순희: 네. 그렇습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하는데 어려움이 많기에 처음 나와서 6개월은 조건 없이 즉 근로능력자나 무능력자를 떠나서 일률적으로 생계비를 지급합니다. 그러다가 지방자치단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6개월이 지나면 근로능력에 대한 평가를 하고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은 수급자로 생계비를 받으면서 살고,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활사업에 참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네. 생계비라는 게 탈북자들이 한국에 적응해 직업을 갖기 전까지 돕기 위해 한국 정부에서 400달러 정도씩 지원해주는 걸 말하는 거죠.

마순희: 네. 그래서 간혹 보면 4대보험이 된 정규적인 일자리대신 일용직으로 일하고 통장으로 급여를 받는 대신 현금으로 받으면서 생계비를 유지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탈북자들이 고용 안정을 위해 제공되는 국민연금, 건강, 산재, 고용 등 4대 보험에 가입되는 직장에 취업하면 생계비 지원이 끝나게 되니까 단기 취업, 일용직을 선호하기도 한다는 거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제가 앞서 말한 그 여성분들도 지방에서 일하면서 혹여 생계비가 끊길까봐 일한다는 것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지역의 정착도우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요. 혹시 선생님이 한 탈북여성의 취업알선을 해주었는지 문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일자리를 소개해 주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그분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전화하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전화해보았더니 일한다고 하면 생계비가 나오던 것이 끊길까봐 걱정이 되어서 취직했다는 말도 못하고 전화를 안 받았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6개월간은 일을 하더라도 생계비가 그냥 나올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이예진: 그분들은 그래도 열심히 일하는 걸 선택한 거잖아요. 그런데 여전히 취업이냐, 생계비냐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는 거죠. 선생님이 상담하시면서 취업 대신 생계비만 받는 분들의 수는 얼마나 많던가요?

마순희: 얼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지 않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되지도 않는 생계비에 연연하기보다는 취업훈련을 하고 안정적인 일자리에 취직을 하는 것이 얼마나 더 필요한가를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취업을 해서 일을 하던 사람들은 혹시 일자리를 옮기더라도 며칠만 일을 못 해도 뭔가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서 또다시 일자리를 찾아서 일하거든요. 그런데 정작 취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있나 봐요. 그래서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더라고요.

이예진: 생계비를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마순희: 근로 무능력자로만 구성된 가구는 가구원 수에 1인을 더해서 지급하기에 그냥 살아가는데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열심히 취업훈련을 받고 취직해서 회사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 반면에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취업하기도 두렵고 하여 생계비에 의존하려는 경향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결혼을 하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한 부모 가정으로 생계비를 받고 있거나 심지어는 한 집에 살면서도 서류상 위장이혼을 하고 가족들은 생계비를 타고 남편은 일하고, 이런 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몸이 아프다고 진단서를 떼서 생계비를 유지하려는 경향도 없지는 않더라고요.

그리고 또 다른 사례들도 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비보호탈북자인 한 여성의 사례였는데요. 어느 날 상담센터에 전화가 왔어요. 비보호탈북자라 주택이 없어서 지금 쉼터에서 지내고 있는데 숙식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있으면 알선해달라는 것이었어요. 사정이 딱해서 여러 선생님들과 토의하여 지역에 있는 한 식당에서 숙식 가능하다고 하여 일하러 갈 수 있도록 알선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가기로 한 날짜에 전화해 보았더니 사정이 생겨서 일하러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유인즉 생계비 신청을 했는데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지방에 가면 생계비를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한 달 정도 더 기다려서 생계비를 받고 그 이후에 일하러 가겠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딱하기는 하지만 한 달 동안 그 일자리를 계속 그 여성을 위해 비워놓을 수는 없어서 그냥 사장님에게는 사정이 있어서 못 가게 되어 죄송하다고 대신 사과하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가끔 약속을 하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소개하는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경우들도 간혹 있답니다.

이예진: 그런데 앞서 비보호 탈북자여서 주택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비보호 탈북자가 뭔가요?

마순희: 북한이탈주민이라고 하여 다 보호대상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보호탈북자라고 하면 탈북자면서도 보호대상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적은 받을 수 있지만 주택이나 정착금, 일체 지원 사업들에 대하여 탈북자로서 받는 혜택들은 받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 입국하여 조사를 받는 기간이 있는데 그 때의 진술에 따라서 보호와 비보호탈북자가 결정된다고 보면 됩니다.

이예진: 그렇다면 한국에 비보호 탈북자는 얼마나 많은가요?

마순희: 네. 한국 통일부가 작년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2만 5천 6백여 명 가운데 한국 정부의 정착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탈북자는 106명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납치와 테러 등 국제형사 범죄나 살인을 저지른 경우, 위장 탈북 혐의자, 그리고 탈북한 뒤 다른 나라에서 10년 이상 체류한 경우 등에 대해선 탈북자 보호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한국 정부의 정착 지원을 받지 못하는 탈북자 106명 가운데 국제형사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8명, 살인을 비롯한 중범죄를 저지른 탈북자가 7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탈북한 뒤 다른 나라에서 10년 이상 체류한 탈북자는 15명, 한국에 입국한 뒤 1년이 지나서 보호 신청을 한 경우는 67명, 제3국에서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취득한 탈북자 9명으로 파악됐습니다.비보호 탈북자의 경우,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정착지원금과 주거지원 등의 혜택은 받을 수 없지만 하나원 초기 적응 교육과 탈북자 지원재단을 통한 의료 지원과 취업 상담은 받을 수 있습니다.

이예진: 네. 범죄를 저질렀거나 탈북한 뒤에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 살면서 자본주의나 민주주의를 체득해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거나, 보호 등 지원받을 굳이 필요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로 본다는 거네요. 그런데 처음 탈북자들에게 처음엔 당연히 무상으로 주는 생계비가 절실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생계비에 의존하다보니 생기는 거겠죠. 결국은 취업이냐, 생계비냐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 인데요. 선택의 문제는 탈북자들에게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겠죠.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남북하나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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