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그냥 살까, 이사갈까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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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이사 모습.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이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에서 삶을 시작합니다.

탈북자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거의 평생을 임대아파트에서 살기도 하고, 돈을 모아 내 집을 장만하기도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그냥 살까, 이사 갈까에 대한 탈북자들의 고민, 함께 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임대주택이 공공기관이나 민간업자가 집이 없는 서민을 위해 저렴하게 임대해주기 위해 지어진 주택이다 보니 평수가 크진 않잖아요. 그래선지 탈북자 네 명 한 가족이 임대주택 작은 평수를 받으면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순희: 북한에서 저희 식구는 단칸방에 다섯 식구가 살았습니다. 주위에 사는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사니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크게 불편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방 두 칸에 거실까지 달린, 그리고 더운 물, 찬물을 마음대로 쓰고 화장실도 욕조도 있고 비교적 큰 편이라 궁전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식구가 하나, 둘 늘어 나다보니 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제각기 하는 일이 다르다 보니 출퇴근 시간도 다르고, 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딸들이 열심히 일해서 하나 둘 출가해서 집을 잡아가지고 나가고 지금은 맏딸 식구들과 함께 넷이서 살고 있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승용차도 있고 오토바이도 있고 전동자전거까지 다 있다 보니 우리 아파트처럼 지하주차장이 두 층으로 주차공간도 넉넉한 지금의 아파트가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이예진: 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거죠.

마순희: 네. 저도 이제는 60대 중반을 넘어서다보니 혼자서 사는 것보다 딸, 사위 손주랑 함께 살고 있는 지금이 외롭지도 않고 좋은 점도 많습니다.

이예진: 그런 장점이 있기는 하네요. 그렇게 형편과 상관없이 오랫동안 임대주택에 사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마순희: 그럼요. 저도 이제는 정이 들어서 우리가 사는 양천구가 고향처럼 느껴지거든요. 가끔 지방에 출장 갔다가 고속버스나 열차를 타고 돌아오다가도 서울요금소만 보아도 집에 다 왔다는, 마음이 설레고 반가운 마음이거든요. 더욱이는 우리 둘째딸은 강남에 살다보니 주변 환경이나 주택 같은 것이 우리 집과 비할 바 없이 넓고 좋더라도 내 집처럼 편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부랴부랴 집으로 오겠다고 하면 둘째네 식구들은 서운해 하죠. 다 같은 딸인데 그 집이면 어떻고 이 집이면 어떠냐면서요.

사실 같은 서울이라도 지역에 따라 물가도 차이가 나거든요. 같은 음식을 파는 식당을 가 봐도 우리 양천구의 값과 강남의 값이 다르답니다. 아무래도 땅값이 달라서 그렇겠죠? 우리 탈북자들뿐 아니라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합니다. 임대주택에 살다가 자기 집을 사 가지고 나가면 그날부터 세금이라고요. 그래서 될수록 임대 주택에 살 때 돈을 많이 저축해 놓았다가 일정한 수준이 되면 새 집으로 나가는 것이 현명한 겁니다.

이예진: 탈북자 분들은 아무래도 미래를 잘 설계해서 이사 시기도 정해야겠네요. 탈북자들에게 제공되는 임대아파트 월세가 일반 아파트의 절반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럴 때 돈을 모을 수가 있잖아요.

마순희: 사실 저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지은 지 얼마 안 되고 신정산 밑이라 위치도 좋아서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기는 하지만 많은 분들이 돈을 벌어 가지고 이사를 갔습니다. 그 중에는 분양을 받아 자기 명의로 주택을 사서 나간 분들도 있고 더 평수가 넓은 평수의 임대주택으로 이사 간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만나보면 반응은 제각각이에요. 물론 새 집에 이사 가서 좋기는 하지만 함께 살던 이웃들이 그립기도 하고 물가도 장난이 아니라면서 지금 다시 선택을 하라고 하면 안 가겠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물론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이다 보니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임대주택을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2년에 한 번 재계약을 하니까 그렇게 급히 가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는 겁니다. 장만한지 얼마 안 된 가구들을 헐값에 혹은 대부분 그냥 버리고 가서 새 집에 어울리는 새 가구를 들여야 하니 돈도 많이 들었던 거죠.

이예진: 굳이 안 그래도 됐을 것 같은데 새 집에 새 가구를 놓고 싶었던 건가요?

마순희: 작은 집에 맞는 크기의 가구들을 사다보니 이사를 가면 버리게 되는 거죠. 저희가 살고 있는 양천구는 탈북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보니 모임도 많고 함께 놀러도 다니고 저녁이면 아파트 단지에 있는 공원에서 배드민턴도 치고 농구도 하면서 서로 많이 함께 어울렸거든요. 그런데 낯선 곳에 가서 새로 낯을 익혀야 하니 웬만하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저의 친구인 언니도 딸이 강남의 새 집을 분양 받아서 함께 가시자고 하는데도 끝내 임대주택에 혼자 사세요. 여기가 편하게 사는 데는 제일이라면서요.

이예진: 그런 마음도 들겠네요. 그런데 탈북자 분들이 처음에 주택을 배정받았다가 나중에 이렇게 이사를 가야할 땐 어떻게 해야 하죠?

마순희: 사회에 편입된 후 북한이탈주민 중 개인적 사정으로 인하여 주거를 이전하여야 할 경우에는 국민임대주택을 신청하여야 합니다. 북한이탈주민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의 우선공급대상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보다는 당첨이 쉽죠.

이예진: 임대주택을 받을 때 당첨이 되어야 하는데, 탈북자 분들은 좀 더 편하다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북한이탈주민들끼리 경쟁하는 거니까 당첨 확률이 높습니다. 하나원 나올 때 세대마다 임대주택을 배정 받는다는 것은 아시죠? 그런데 거주지를 선택하는 것이 본인의 자유의사인데 대한민국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분들은 하나원에서 제공하는 책자를 보면서 ‘나는 서울에, 나는 제주도, 나는 강원도에 가고 싶어’ 이런 식으로 거주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중에는 먼저 나온 식구들이 있어서 살아보니까 어디가 좋으니 꼭 그곳으로 받으라든가 하는 식으로 조언을 들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주택을 받았는데 살다 보니 더 큰 집으로 가고 싶다든가 혹은 다른 곳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그 집을 반납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가서 새로 주택을 신청하면 됩니다. 물론 돈을 많이 벌어서 자기 집을 사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이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을 국가에 반납하고 새로 구매한 주택으로 이사하면 되는 거지요. 그런데 같은 임대주택을 다시 받으려면 조금 힘들거든요. 주택사정이라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아서 하나원에서 나올 때에는 누구에게나 배정되었지만 새로 집을 받는 것이 어렵죠. 물론 지방에 따라서 혹은 그 때마다 공급되는 임대주택의 여건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쉽지는 않습니다.

이예진: 남한에 계신 분들도 국민임대주택을 신청했다가 열 번도 떨어지기도 하더라고요. 국가에서 제공하는 임대주택, 처음 그대로 평생 살 수도 있지만 소득이 올라가면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내줘야 하기도 하고, 혹은 돈을 모아 새 집으로 이사를 가기도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새 집, 큰 집, 좋은 집을 선호하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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