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혼자라도 혼자가 아니다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4.09.11
callcenter-305.jpg 북한이탈주민 전용 24시간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지난 10일까지 닷새간 이어진 추석 휴식을 보낸 탈북자들 가운데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남한 사람들을 보며 고향 생각, 가족 생각이 더 커졌기 때문일 텐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혼자여서 생기는 탈북자들의 문제들을 살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추석이 되면 더 외로워지는 홀로 사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전해드렸는데요. 혼자 사는 탈북자 중에 명절이 되면 더 우울해지고, 그래서 더 술을 마시고, 그러다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면서요?

마순희: 남성분들 중에 그렇게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밤중에 전화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많이 위로해 주고 했었는데요. 그게 습관이 되어 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는 3년도 더 되었으니 좀 나아져야 하는데 얼마 전에도 전화가 왔는데 매 번 올 때마다 어려움을 호소하거든요.

철도청에 공채로 입사하려고 하는데 탈북자라고 안 받아준다든가, 똑같이 시험을 보았는데 여자만 받고 자기는 안 받더라는 등, 교통사고가 났는데 합의금이 불합리하다는 등, 북한대학원에 법률공부하려 가겠는데 교육비지원이 가능한지 등등 정말 어떤 때에는 도대체 무엇을 물어보는지조차 자신도 모르는 것 같은 술에 취해서 전화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이렇게 술 한 잔 걸치고 전화를 하면서 고향생각에 많이 힘들어 하지만 점차 정착해 나가면서 많이 나아지고 잘 적응해 나가고 있더라고요.

이예진: 혼자 온 탈북자들의 전화 중에 가족을 찾으러 한국에 온 탈북자도 있었다면서요?

마순희: 네, 얼마 전에 제가 받은 상담사례인데요. 두 살 때 엄마의 등에 업혀서 외갓집에 놀러갔다가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이산가족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남한출신이라고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이 겪었고 그러다보니 어머니가 들려주시는 남한의 집주소를 계속 외우고 있었답니다. 어머니가 생전에 꼭 아버지를 찾아가 보라고 입버릇처럼 외우셨기에 마침 기회가 닿아서 탈북을 하게 되었고 아들과 함께 한국에 오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이름과 주소만 가지고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면서 상담실로 전화가 왔습니다. 저희로서도 그런 일을 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 이북5도청이나 담당형사님들과 잘 이야기해 보도록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이미 이북5도청에도 말해서 찾다가 찾을 수가 없었고 또 담당형사님도 알아봐 주신다고 했는데 기다리다 못해 전화해 보았더니 담당형사가 바뀌었더라는 것입니다.

가끔 가족을 찾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분 같은 경우에는 아버님 연세가 90세가 다 되어 찾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주변에는 6. 25때 헤어진 가족을 한국에 와서 찾으신 분들도 많고 먼저 탈북해서 생사를 모르던 가족을 찾으신 경우도 많거든요. 탈북자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사람 찾기 공간이 있어서 많은 분들이 활용하고 있기도 하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이산가족이 이제 남아계신 분들이 많지 않다는 현실이 안타까운데요. 그렇게 해서 찾으려고 했는데 찾지 못한다면 우울감 같은 게 더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그런 마음으로 혼자 살다 보면 없던 우울감도 생기게 될 것 같은데요. 그런데 탈북자들이 혼자 살면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건 뭘까요?

마순희: 탈북자들이 느끼는 외로움이나 스트레스는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심각하겠죠. 혼자라는 외로움에 거기에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치게 되어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대한민국에도 남성이나 여성이나 혼자인 분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들이 다 힘들어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다른 혼자 사는 사람들과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아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고, 또 못 만나더라도 전화통화라도 할 수 있지만 저희 탈북자들인 경우에는 그것이 안 되잖아요? 본인이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는 사람들인 경우에는 여가활동이나 취미생활 같은 거라도 하면서 해소할 수 있지만 우리 탈북자들에겐 그런 여유가 없고 또 그것이 그렇게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두고 온 가족이나 생활에 대한 그리움 죄책감 등 복합적으로 향수병이 되는 거죠.

이예진: 그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면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요. 이런 분들이 먼저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국가적으로 갖추어져 있나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신체화라고 해서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잖아요. 그래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거든요. 병원마다 정신과 진료나 상담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요. 서울 같은 경우에도 각 구마다 정신보건센터가 있어서 언제나 상담과 치료가 가능하지요. 그리고 건강가정지원센터도 지역별로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먼저 찾아가야 하는데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인 경우에는 정신과에 대한 거부반응이 심하답니다.

제가 국립의료원에 있을 때에도 우울증이나 조울증, 알코올 중독증세 등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도 정신과 진료를 거부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사실 북한에서 정신과라고 하면 49호 병동을 먼저 생각하거든요. 한국에서 생각하는 정신분열환자처럼 격리해서 치료하는 곳이 49호 병동이다 보니 정신과라고 하면 그런 곳을 떠올리게 됩니다. 북한에서는 우울증이나 조울증 알코올 중독 등은 병으로 치지도 않을 정도였고 거의 저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먹고 살려면 밤낮없이 일해도 살기가 바쁜데 언제 우울할 새가 있었겠습니까?

그래도 지금은 하나원교육시에서부터 정신보건에 대한 교육도 하고 하나센터에서도 교육을 받고 하면서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정기적으로 상담 받고 치료받는 경우들도 많습니다만 아직도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믿고 찾아가기에는 정신보건 분야가 너무 낯선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런 인식의 전환도 탈북자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일 것 같네요. 선생님은 오랫동안 이런 분들의 상담 전화도 받으셨고, 어려움들을 같이 해결해주셨잖아요. 동료 탈북자들이, 혹은 이웃이나 지역단체가, 더 나아가 국가가 이렇게 혼자 살면서 사회에서 소외되는 탈북자들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줘야 할까요?

마순희: 지금도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탈북자들의 정착을 위해서 많은 지원 사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지역마다 하나센터도 있고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도 파견하고 정착도우미들이 초기정착을 도와주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북하나재단에서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을 위해 취업, 교육 생활안정, 민간단체 활동지원 24시간 종합상담센터 운영 등 많은 지원 사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연결해 주고 창업과 귀농을 도와주고 장학금지원 사업도 하고 의료비와 각종 생활안정지원 사업도 해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가면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많이 노력하는데도 잘 정착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고 많은 지원 사업들에 대하여 받아들이는 사람이 체감할 수 없다고 한다면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탈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성도 다르고 연령도, 가정환경도 모든 조건이 다 서로 다릅니다. 많은 지원 사업들이 일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매 개인에 대한 맞춤형으로 되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새로 나오는 탈북자들부터 우선 심층적인 상담을 통하여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본인의 건강상태는 어떠한지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필요한 지원을 해주었으면 하는 다소 환상에 가까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지금 전국적으로 많은 전문상담사분들이 하고 있는 사업이지만 미흡한 부분이기도 하거든요.

이예진: 지역별로 따로 탈북자들의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한 명, 한 명 따로 몸과 마음, 적성 등을 점검하고 돌봐준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긴 하죠. 그래서 자신을 위해 탈북자 본인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필요도 있을 것 같네요.

마순희: 네. 그 모든 것의 주체는 탈북자 본인입니다. 자신이 성공적인 정착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지원사업도 목적한 성과를 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모든 것을 도움을 통해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해결할 방도를 알려주고 스스로 체험하면서 깨우쳐 나갈 때 제 힘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한 가지 사실을 문의하면 거기에 답해 주는 것만이 아닌, 앞으로 그런 일이 있으면 어디서 어떻게 찾아보고 해결해야 할지를 함께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예진: 왜 나만 혼자인가, 왜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가 하며 속상해하기보다 지역 기관이나 단체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상담을 받는 스스로의 노력이 먼저 있다면 혼자라도 혼자만은 아니라는 생각, 분명히 드실 겁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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