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는 보안원이 지킨다?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4.09.18
hwang_house_305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살았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안가. 폐쇄회로(CC)TV와 철조망, 방탄유리 등으로 철통 보안이 이뤄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남한과 북한에서 분명 같은 단어를 쓰고 있지만 그 의미가 전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남한에서 말하는 오징어를 북한에서는 문어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같은 뜻이어야 할 단어가 전혀 다른 의미인 경우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말하는 보안원은 남한에서 경찰, 형사로 바꿔 말할 수 있는데요. 그 역할은 남한과 북한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를 지키는 형사의 얘기 들어볼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까지 혼자 사는 탈북자들의 고민과 문제점들을 짚어봤는데요. 탈북자 당사자의 의지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많은 도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순희: 사실 탈북자들 속에서 처음에 와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가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탈북자들을 만나고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의 변화도 탈북자들의 노력 못지않게 정착의 중요한 요인입니다.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지역주민들도 탈북자에 대한 인식변화를 위한 의식적인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는 겁니다. 탈북자들이 단지 도움을 주어야 하는 대상이 아닌 함께 손잡고 생활해 나가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사례들을 통하여 인식변화를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혼자서 살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사회와 더 든든히 연결될 수 있도록 도움과 관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혼자서 지내는 시간을 될수록 줄일 수 있도록 본인의 취향에 따라 여가활동 등에도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움이 단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든든히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는 방법을 다 함께 모색해 보아야죠.

이예진: 사실 탈북자 개인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바로 형사 아닐까 싶은데요. 한국에 와서 기본적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되는지 생활양식을 배우는 하나원을 퇴소하면 형사가 한 명씩 탈북자들을 신변보호하게 되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저희들 경우에는 하나원 나오면서 담당형사님들이 저희들을 데리러 하나원에 와주시었거든요. 지금은 정착도우미들이 하고 있는 일을 담당형사님들이 하신 거죠.

하나원에 와서 저희들을 데리고 오시면서 휴게소에 들려서 맛있는 점심을 사주시고 SH공사에 들려서 임대주택에 대한 수속을 다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동 주민센터에 와서 저희들의 전입신고를 하고 관리사무소에서 열쇠를 받아서 아파트에 들어가게 도와주었습니다.

이예진: 하나원을 나와서 새 집에 들어가기까지 형사가 모든 걸 다 도와줬다는 말이군요.

마순희: 네. 전화기 구입으로부터 휴대폰, 그러니까 손전화 수속에 이르기까지 저희가 이 사회와 연결된 단 하나의 끈이 담당형사님과의 연락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저희에게 담당형사님은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각인된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어떤 문제가 제기되면 제일먼저 담당형사님부터 찾게 됩니다.

이예진: 혼자 살고 있는 탈북자들에게는 더 든든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형사라고 하면 북한식으로는 보안원 정도로 바꿔 말하면 될까요?

마순희: 네. 하지만 그 의미나 하는 일들은 완전히 다르죠. 북한에서 보안원은 감시하고 통제하고 하는 권력기관의 집행자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대한민국의 형사님들은 그와는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의 지팡이라고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북한에서 보안원은 만능권력이라고 봐야겠죠. 대한민국에서 이 말을 하면 누구나 믿지도 않으려고 하실 테지만 거기서는 부부가 자다가도 숙박검열 나왔다고 하면 무조건 방문을 열고 방안을 검열하거든요. 무단숙박자가 있는지 집안 구석구석 확인하는 거죠. 대한민국에서 그랬다가는 사생활 침해에 주거침입에 큰 일이 날 겁니다. 그 뿐 아니라 한국처럼 체포영장이나 수색영장 없이도 보안원이 사람을 임의로 호출하고 가택수색도 가능하답니다.

이예진: 법적인 절차 없이 말이죠?

마순희: 네. 그런데 대한민국의 형사님들을 보면 저희가 안쓰러울 때도 있습니다. 간혹 술주정뱅이가 정상 근무하는 경찰들 손찌검까지 하는가 하면 음주단속을 하다가 오히려 행패를 부리는 모습이나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 저희들이 더 격분합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한국 사회의 공공질서와 국민의 안전, 그리고 재산을 보호하는 업무를 하는 게 바로 경찰이잖아요. 그러다보니 험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는 말인데요. 경찰 중에서도 범죄를 수사하고 범인을 체포하는 사복 경찰관을 형사라고 하죠. 그런데 형사의 특별한 임무 중에 하나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의 신변을 보호하는 일이잖아요. 탈북자들의 신변을 보호하는 형사가 있다는 얘기는 사실 남한에서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마순희: 네. 저희로서는 여러 가지 위험 사안으로부터 신변보호를 해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제일먼저 달려와 주는 정말 우리 탈북자들의 수호천사 같은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힘든 일,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형사님들을 정말 진심으로 존경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한국에 온지 1년도 안 된 어느 날 저와 저의 맏딸이 일자리를 찾다가 주민등록증을 도용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때에도 담당형사님이 나서서 적극 해결해주셨고 취직을 빌미로 사기를 쳤던 사기범을 검거했을 때, 그분이 하시던 이야기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하필이면 사기 칠 대상이 없어서 어렵게 정착하려고 애쓰시는 분들 일자리를 찾아준다고 사기를 칠 수 있느냐, 정말 구제불능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장이라던 그 사람은 전과 4범이고 도용한 주민등록사본으로 휴대폰을 몇 개 개통하여 중국에 팔아넘기려고 하였다가 체포되었던 것입니다. 그 때 이렇게 사기를 당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무섭기는 했지만 담당형사님이 계신다는 것이 그렇게 마음 든든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예진: 그런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탈북자들 곁에 형사들이 있는 거죠. 게다가 유달리 형사와 탈북자의 사이가 좋은 분들도 있더라고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가끔 저희들도 그런 사례들을 접하군 하는데요. 저희 동네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모 경찰서의 한 담당형사님은 16년째 근 100여 명의 탈북자들을 취업을 시킨 감동적인 사례가 있는가 하면 탈북자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함께 졸업식에 가주고 축하해준 담당형사님들의 이야기는 보통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담당했던 탈북자들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서에서 합동결혼식을 차려준 이야기 등 담당형사님들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습니다. 탈북자들은 그런 사례들을 접할 때마다 북한에서 안전원들에게 당하던 이야기를 대조적으로 회고하기도 한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물론 탈북자라도 불법을 저지른 경우에는 형사들이 법적으로 엄하게 처벌하죠. 그런데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북한에서의 안전원, 보안원을 떠올리다보니까 서먹서먹하게 지내는 형사와 탈북자들도 있더라고요.

마순희: 네. 간혹 불법행위를 하거나 한 경우에는 담당형사님들이 가만히 있을 리 있나요. 당연히 응당 받아야 할 추궁도 받고 처벌을 받아야죠. 자주 형사가 연락을 하니 감시당하는 느낌도 들 수 있겠죠. 그래도 교통사고를 내고도 가장 먼저 담당형사님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처음엔 몰라서 그랬다고 하도 사정을 하면 사정을 봐 줄 때도 간혹 있지만 역시 불법은 하지 말아야죠.

그러다보니 담당형사님을 피하게 되고 자주 전화하면 자기를 감시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형사님들도 다 한사람 같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거의 모든 경우에 형사님들은 밀접히 연결된 가족 같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형사님들이 바뀌어도 옛날에 담당했던 형사님들과 형님 동생하면서 지내시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이예진: 저도 그런 분들 봤습니다. 그리고 혼자 사는 탈북자라면 심리적으로도 형사가 꽤 큰 의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마순희: 그럼요. 형사님들은 혼자 사는 분들에게는 정말 가족과 같은 자리를 차지한다고 봅니다. 저는 형사님에 대해 항상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도움을 드리거나 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부산에 있는 저의 내담자가 봉사단체를 조직하고 사회봉사를 잘해서 상을 받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성공하게 된 데에는 해당경찰서 형사님의 힘이 컸나 봐요. 그래서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경찰청 홈페이지에 감사편지를 썼답니다. 그러니 해당경찰서의 그 형사님이 좋은 평가를 받았겠죠.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고맙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형사님들의 고마움에 보답할 길이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답니다. 우리들의 신변안전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애쓰신 것만큼 우리가 잘 정착하고 준법정신이 투철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것이 그분들의 노고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더 열심히 살아가는 것으로 보답하려고 합니다.

이예진: 그게 가장 큰 보답일 것 같네요. 형사와 탈북자와의 관계, 물론 개인차는 다 있겠지만 마음을 여는 만큼, 그래서 남한에 잘 적응하는 만큼 돈독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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