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한텐 정보를 안 알려주세요?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4.09.25
callcenter-305.jpg 북한이탈주민 전용 24시간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과 모르는 게 약이다, 모르는 게 편하다, 이런 정반대의 속담 들어보셨죠?

그렇다면 과연 어느 쪽이 속이 더 편할까요?

탈북자들에겐 절대적으로 ‘모르면 속이 터진다’ 이런 속담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몰라서 속 터지는 사연을 가진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얼마 전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저희 프로그램, 찾아가는 종합상담소에 문의하는 글이 달린 적이 있어요. 자세한 정보를 어디로 문의하면 되는지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는데요. 탈북자 전체적인 지원 사업을 하는 통일부 산하의 남북하나재단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돕기 위해 한국의 각 지역별로 탈북자를 돕는 하나센터도 있잖아요. 남한 사람이나 탈북자 위주의 각 민간단체도 많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잘 몰라서 지원이나 혜택, 혹은 정보를 얻지 못하는 탈북자들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순희: 그러실 겁니다. 사실 남북하나재단이 창설된 지가 금년으로 4년이 되어옵니다. 그전에 있던 북한이탈주민후원회가 2010년 10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으로 되었으니 이미 전에 나오셨던 분들은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주위에서 지원재단에서 의료비지원을 받았다, 장학금을 받았다, 결혼 축하금을 받았다, 출산지원금 받았다 등등 소식들을 듣게 되니까 그제야 전화번호를 알아보고 전화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예진: 네. 그래서 오늘은 탈북자들이 자주 겪는 시행착오 가운데 몰라서 지원이나 혜택 등을 받지 못하는 경우들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최근에도 그런 일로 상담전화가 있었나요?

마순희: 네 며칠 전에 국민임대주택을 배정받으려고 신청을 했던 내담자분이 전화가 왔었습니다. 저는 그 분에게도 정보를 알려드렸었기에 선정되었다고 기쁜 소식을 알리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하나원에서 주택배정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전화가 왔는데 기쁜 마음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채 듣지 않고 그냥 끊어버렸답니다. 당연히 차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SH공사에 다시 신청해야하는데, 그 정보에 대해 안내를 못 받다보니 어렵게 대상자로 선정되고도 주택을 받지 못하게 된 거죠.

한 번 선정된 후 신청을 안했다가 3년 이내에 다시 신청하더라도 미달 시에만 선정될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몇 번씩 신청해도 계속 선정되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기관에서 추천을 받은 다음에는 SH공사나 LH공사 홈페이지에 다시 신청을 해야 하는데 신청을 하지 않아서 대상자로 선정되고도 이번에 주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예진: 선정이 되면 그냥 주택을 주겠거니 했다는 건가요?

마순희: 그런 거죠. 감사하다고 하고 그냥 전화를 끊어버린 거죠. 그래서 그분에게 이번에 신청하지 못해서 주택을 못 받았다는 사정을 하나원에 알려드리고 다음번에 또 선정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화를 하도록 하나원 주택담당자 연락처를 알려드렸습니다. 그래도 규정은 규정이니까 예외는 안 되기에 후순위로는 된다고 하더랍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에게 제공되는 임대주택은 저렴한 대신 물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기회를 한 번 놓치면 다시 받기가 어렵다고 자주 말씀하셨잖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당첨 후에 3년 이내에 같은 유형에 신청할 경우 미달 시에만 후순위로 선정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택선정기준이 워낙 여러 가지를 고려하거든요.

이예진: 이 사례의 탈북자는 그런 주택 사정을 몰랐던 것과 따로 신청을 해야 한다는 걸 전혀 몰랐기 때문에 기회를 놓친 거잖아요. 이런 일들이 종종 있나요?

마순희: 그분에게도 주택공급에 대해 항상 정보를 알려 주긴 했는데 본인이 잘 명심하고 제대로 설명을 끝까지 듣지 않고 성급하게 전화를 끊은 것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것입니다. 이번에 주택신청을 받으면서 우리가 전에 상담을 받으면서 임대주택이 나오면 꼭 정보를 알려 달라고 부탁하신 분들에 한하여 서비스차원으로 적어두었다가 알려주었었는데 그것도 문제가 되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하나원 주택담당자에게 항의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주택공지가 나오면 주택이 없는 사람들에게 다 알려주어야지 왜 어떤 사람들에게는 알려주고 어떤 사람에게는 안 알려 주느냐고 하면서 불공평하다는 것입니다. 누가 주택이 요구되는지 어떻게 알고 다 알려주겠습니까?

그러니까 모든 것이 신청이 아닌 그냥 조건만 되면 배정이 되는 북한식 사고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안내 받은 사람들은 이미 전에 전화로 문의하고 부탁을 한 사람들인데 전화 한 번 안한 사람을 어떻게 알고 알려주겠습니까? 그래서 이제부터는 편의를 봐서 서비스를 해주고도 그것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불평등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어르신들이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어서 부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비스해주는 것도 자제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예진: 주택신청은 아니지만 이렇게 제때에 정보를 잘 몰라서 기한이 지난 다음에 전화하는 경우도 있나요?

마순희: 네. 남북하나재단에서 1년에 한 번씩 중고등학생들과 대학생,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신청을 받아서 혜택을 주고 있는데 그 정보 역시 제때에 보지 못해서 신청기간이 지난 후에 전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받을 수 있지만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에 걸쳐서 신청 받고 있으므로 상반기에 신청을 못했더라도 하반기에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인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의료비지원은 퇴원 후 2개월 내에 신청해야 하는데 기한이 훨씬 지나서 문의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진료비영수증이 원본이어야 되는데 원본은 보험회사에 보내고 복사본을 보내서 지급이 부결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분은 보험회사에 복사본을 보내주고 원본을 다시 요청하여 기간 내에 다시 제출하여 진료비를 지원 받기도 했습니다.

이예진: 청취자 여러분은 이게 무슨 복잡한 소린가 싶으실 텐데, 어떤 지원이나 혜택을 신청할 때 증명해야 하는 서류를 제대로 내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복사본, 원본 이런 복잡한 서류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주택이나 의료뿐 아니라 취업할 때도 이런 일들이 있을 거 같아요.

마순희: 네 지난여름에는 취업지원센터에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큰 은행에서 청소하는 사람이죠, 미화원채용이 있었는데 급여나 복지 등 조건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 취업지원자로 등록한 분이 전화를 안 받는다고 저에게 전화가 온 것입니다. 그분이 제가 아는 분인데 저에게 이야기하기에 제가 취업지원센터와 연결해 드렸던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전화해도 당연히 안 받더라고요.

다음날에야 문자가 왔더군요. “무슨 일 있으세요? 저 지금 교육중인데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를 드렸죠. 좋은 일자리가 있었는데 전화통화가 안 되는 바람에 별 수 없이 다른 분으로 대신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알려드렸습니다. 참 좋은 기회였는데 가끔은 이렇게 연락이 안 되어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취직이나 주택, 교육이나 창업정보 등도 꼭 알려 달라고 하고서는 정작 전화기가 꺼져있다든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기회를 놓치기도 하거든요.

그러고는 후에 꼭 전화가 옵니다. 지금 공지사항을 보니 공지가 나왔는데 날짜가 지났다고 하면서 알려주기로 하고 안 알려주었다는 거죠. 그래서 어느 날, 몇 시에 전화를 했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혹은 전화를 몇 번 했는데 받지 않았다 등등 이유를 적어놓았다가 말하면 자기불찰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더 말하지 않는답니다.

이예진: ‘기회는 찬스다’라는 우스갯말이 있습니다. 찬스라는 말 자체가 기회라는 뜻의 영어인데요. 그만큼 기회가 중요해서 사람들이 그런 말들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탈북자들도 이제는 자신에게 우연히 오는 기회를 자신의 좋은 기회로 만드는 법을 알아야할 것 같은데요. 다음 이 시간에는 기회를 기회로 생각하지 못한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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