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탈북자들의 명절증후군 극복하기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나흘 앞둔 26일 오후 천주교 원주교구 제천지구 청전동 성당에서 제천지역에 사는 북한 이탈주민과 제천으로 시집온 결혼 이민자 60여명이 합동차례식을 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나흘 앞둔 26일 오후 천주교 원주교구 제천지구 청전동 성당에서 제천지역에 사는 북한 이탈주민과 제천으로 시집온 결혼 이민자 60여명이 합동차례식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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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이번 추석에 조상의 묘를 찾아 차례지낼 계획을 잘 세우셨나요?

북한에 있는 부모나 조상의 묘를 찾을 수 없는 탈북자들은 명절만 되면 눈물이 납니다.

특히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경우엔 더한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명절만 되면 우울해지는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행복한 명절을 보내는 방법, 전진용 선생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지난 시간에 명절만 되면 더 우울해지고, 불안해지고, 심한 슬픔에 빠지는 탈북자들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멀지 않은 거리에 있지만 볼 수 없는 가족들이 그리운 건 당연한 일인데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에서 새로운 가족도 형성하고, 안정을 찾으면서 그리움도 조금씩은 옅어지나 봅니다. 하지만 그리움 대신 마음에 자리하는 건 걱정이라고 하는데요. 사례를 들어보시죠.

사례/서울에서 추석을 보내시는 분들이 지방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도 가슴이 아련할 텐데 저희는 가볼 수 없는 고향이잖아요. 그래서 더 애틋하고요. 명절 때 함께 했던 가족 생각에 혼자 온 분들은 더 외로울 거예요. 저도 2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엄마도 보고 싶고요. 그래도 시간이 멀어져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좀 줄어들어요. 다만 걱정이 되죠.

이예진: 사례를 들어보니까 평생 가족 생각에 편안할 날이 없네요. 이런 걱정이나 불안한 심리를 좀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게 뭐가 있을까요?

전진용: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한 것이고요. 과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좀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고민을 계속 꺼내는 것보다는 좀 깊숙이 넣어두는 일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고민을 하다보면 더 고민을 부를 수 있거든요. 다른 일에 몰두하거나 마음을 내려놓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또 명절이 되면 지역이나 민간단체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위로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또 탈북자들 단체를 중심으로 공동 차례도 지내고 동향 사람들이 모여 고향 얘기도 나누면서 나름대로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심리적인 안정을 얻는데 도움이 될까요?

전진용: 네. 나와 비슷한 고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보다 마음을 터놓거나 공감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여러 단체를 중심으로 열리는 공동차례나 동향 사람들이 모여서 고향 얘기를 하는 것으로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고요. 북한에서 추석에서 어떤 것들을 했다는 걸 남한사람들은 모를 수 있잖아요. 탈북자들이 모여서 과거 얘기도 하고 서로 위안을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동병상련이라고 같이 고민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추석이 지나고 나도 한 번 가라앉은 마음이 쉽게 안정되긴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요. 명절이 지난 뒤 탈북자들의 심리 상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전진용: 아무래도 명절에 외로움을 겪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바로 해소되진 않을 것 같고요. 상처나 외로움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런 명절 때는 미리 상처받지 않도록 아까 말씀드린 활동이나 교류 등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사실 명절이 되면 저희가 탈북자들의 마음 상태를 많이 걱정하고 있지만, 북한에 계신 분들 중에도 가족과 헤어져 그리움에 눈물 흘리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탈북자들과 같은 마음일 것 같은데 전문가의 도움은 받기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북한에 계신 분들이 명절에 느끼는 우울이나 불안 증세를 좀 가라앉히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면 좋을까요?

전진용: 이분들 역시 활동을 많이 하고 과거보다 미래에 눈을 두고 지금 걱정을 해봐야 달라질 일들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예진: 네. 탈북하신 분이나 탈북한 가족과 떨어져 북한에 계시는 분이나 명절이 되면 마음 아픈 건 비슷하겠죠. 우선은 언젠가 만나리라는 희망을 가져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시간이 약이 되나봅니다. 탈북한지도 좀 되고, 남한에서 직장이나 가정이 일단 안정되면 명절이 와도 탈북자들의 걱정은 크게 줄어든다고 하는데요. 오히려 올 추석이 기대되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사례/지금은 연휴에 애들도 있고 친구들도 만나고 회사에서도 명절 때 선물을 주잖아요. 비싸진 않아도, 그래서 더 친근감이 가고요. 또 주변의 단체나 경찰서에서도 모여서 식사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외로움은 덜해요. 점점 적응해간다는 느낌? 이번 추석은 기대돼요.

우리 형제들 다 만나서 제가 차를 몰아서 부모님 산소에 간다는 생각만 해도 벅찬데 그저 생각만 한 번 해봤습니다.

이예진: 남과 북에 흩어져 있는 형제자매가 다 같이 차를 타고 부모님 산소에 가는 날이 저도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명절엔 이런 긍정적인 마음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전진용: 명절 자체가 긍정적이고, 가족이 모이고, 풍성해지는 걸 의미하잖아요. 탈북자들에게는 여러 가지 상처 때문에 이런 의미가 퇴색되어 안타까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 동안에 안 좋은 면보다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고, 어느 정도 그 분위기에 자신을 휩쓸리게 하는 태도를 갖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긍정적이 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례처럼 설레는 마음, 적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좀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북한에서나 남한에서 모두 풍성한 추석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