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는 삶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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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에 사는 탈북자 10명이 뜻을 모아 발족한 '되돌이사랑 봉사단'이 성내동 안말어린이공원에서 열린 저소득층 노인 대상 행사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탈북자 10명이 뜻을 모아 발족한 '되돌이사랑 봉사단'이 성내동 안말어린이공원에서 열린 저소득층 노인 대상 행사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북한에선 개인보다 조직, 집단을 중시하죠.

한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에선 개인이 있어야 사회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더 강합니다. 요즘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 특히 젊은이들도 개인적인 삶을 더 중시한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북한의 조직생활, 집단생활에 익숙하던 탈북자들은 왜 탈북자들의 모임을 외면할 정도로 개인적인 성향을 띄게 됐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탈북자들을 위한 행사, 탈북자들이 조직한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 탈북자 분들이 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 이유는 뭘까요?

마순희: 지금 나오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생각이 또 다른 거죠. 탈북자들끼리 모여 배울 게 뭐가 있겠냐, 우리가 한국에 잘 정착하자면 한국 사람들과 접촉하고 그들에게서 배우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래서 아마 시간낭비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요즘 탈북한 분들 얘기를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 요즘 나오신 분들이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거든요. 그 이유는 또 뭐가 있을까요?

마순희: 아마도 그 전에 우리가 처음 정착할 때에는 북한에서처럼 조직의 이익을 첫 자리에 놓았던 조직생활의 습관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 처음 나왔다 해도 이미 북한이나 중국에서 자본주의를 많이 경험해 보았기에 그런 것을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저희들과는 다르다는 거죠. 지금은 자기 개성이 뚜렷하고, 좋고 나쁜 것을 확실하게 표현하더라고요. 어떤 때에는 지나치달 정도로 솔직합니다. 그리고 어떤 행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부터 따져보고 결정을 합니다.

실례로 며칠 전 어느 단체에서 행사를 조직했었는데 어제까지 참여하기로 했던 분들이 세 명이나 빠졌다고 속상해 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하나원에서 같은 기수로 나온 다른 분이 자기가 알고 있는 단체의 대표님이 농촌에 체험 행사를 가는데 같이 갈 수 있으면 가자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가 하는 말 중에 ‘갈 수 있으면 가자’는 말은 다른 약속이 없으면 가자는 이야기인데 이 사람들은 이미 같은 날 문화탐방 약속이 되어 있었음에도 농촌체험 행사에 가겠다고 또 약속을 잡은 겁니다. 물론 문화탐방보다 농촌체험이 더 유익할 것 같아서 약속을 하더라도 이미 전에 한 약속은 취소라도 시키고 가면 좋은데, 그냥 저 좋을 대로 가 버린 것입니다. 아무리 자본주의라지만 상호간에 지켜야 할 도리는 지키면서 사는 것입니다. 신의나 의리 같은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로 눈앞의 자그마한 이득만 놓고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지금 나오시는 분들이라 해도 나이 드신 분들 같은 경우에는 그런 현상이 좀 드물기는 해요. 하지만 젊은이들은 북한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자신과 식구들을 위해 악착같이 살아야 했었으니까 모든 것을 자신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어쩌면 생활력이 강하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아무리 자본주의사회라도 자신만 알고 살아가는 사회는 아니라는 것을 지금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며칠 전 행사당일에 다른 단체의 행사에 갔던 분들만 보더라도 앞으로라도 더 좋은 행사, 도움이 되는 모임들이 있더라도 분명히 고려해 볼 겁니다. 이렇게 명단에 넣었다가 또 당일 행사에 지장을 줄까봐 걱정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이예진: 그렇죠. 약속과 신의를 중시하다보면 앞으로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한국에서 살다보면 그 전과는 체계가 많이 달라서 주위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많을 텐데, 이럴 때 너무 개인적인 성향이다 보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할지도 궁금해지네요.

마순희: 물론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되다보니 휴대폰만 가지고 있으면 모든 정보들을 다 검색해서 알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처럼 일률적으로 사회단체가 지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 한국에서는 어떤 단체가 어떤 지원 사업들을 하고 있는지 그 단체를 검색하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거든요. 그러기에 행사에도 참가하고 먼저 온 선배 탈북민들과도 교류하면서 정착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들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남북하나재단이나 각 지역의 적응지원센터들인 하나센터, 복지관, 적십자사 등 정착에 많은 도움을 주는 기관들이나 민간단체들에서 서로 자기 단체의 특성에 맞는 여러 가지 지원 사업들을 하고 있기에 정보공유는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며칠 전에‘국제푸른나무’라는 단체에서 실시하는 통일 사회복지사 심화과정을 2박 3일로 다녀왔습니다. 이러한 교육이 있는 것도 역시 화담숲 체험행사에 함께 갔던 탈북선배와의 만남으로 알게 되었는데, 그는 이미 그 교육을 1기로 수료했었고 저는 2기로 수료했습니다. 이번 심화과정의 1박 2일은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예진: 네. 이런 것도 스스로 많이 찾아보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갈 수 있는 거잖아요. 사실 한국에선 요즘 개인주의보다는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삶을 지향하는 편이잖아요. 남한과 북한의 방식이 좀 적절히 섞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마순희: 맞는 말씀입니다. 사실 한국이 자본주의사회이기는 하지만 개인주의보다는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삶을 지향한다는 면에서는 집단주의를 표방하는 북한보다도 오히려 더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국에서는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또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정말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혼자 밥을 먹는다는 ‘혼밥’,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이런 용어도 생겨나고요. 그러다보니 같은 입장의 다른 분들과 교류하고, 경험도 쌓아나가고, 함께 놀러 다니는 등 서로 함께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사실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현상 중의 하나가 봉사문화였던 것 같습니다. 나눔, 봉사, 기부 문화가 발전되어 있어서 자본주의 사회는 자신만을 위하는 개인주의 사회라고 했는데 어떻게 남을 위해 저렇게 봉사할 수 있을까 많이 궁금했었는데요. 간혹 어떤 분들은 북한의 사회노동이 봉사활동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지시나 통제에 따라서 진행되는 것이 아닌,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로 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이예진: 그렇죠.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고, 또 돈을 기부하기도 하고 말이죠. 북한과 남한의 봉사라는 개념은 이렇게 전혀 다르더라고요.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삶, 공유의 삶을 선택하는 탈북자들의 얘기,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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