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종합상담] 어느 탈북 남성의 이야기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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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 강제북송반대 애국단체연합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 탈북 남성.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 여성과 탈북 남성, 과연 어느 쪽이 남한에서 빠르게 적응할까요?

가부장적인 북한사회와 달리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을 위한 제도가 많은 남한사회인데다 기본적으로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잘 하는 탈북 여성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정답은 누가 먼저 스스로 달라지느냐에 따라 다를 겁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 쉽지 않은 일인데요.

특히 탈북 남성들은 그게 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어느 탈북 남성의 이야기, 오늘은 심리상담 편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혼자 남한에 와서 적응하지 못해서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술에 의존해서 더 외롭거나 힘들어지는 탈북 남성들의 고민을 다뤄볼 텐데요. 먼저 24시간 탈북자들의 상담을 돕는 북한이탈주민재단의 마순희 상담사의 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사례/상담전화 중에 혼자 남한에 와서 살고 있는 탈북 남성들이 있어요. 회사에 나가면 여성보다 급여도 많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 어렵거나 동료와의 마찰 등 스트레스를 받으면 밤이나 낮이나 상관없이 전화를 하는 분들이 있어요. 전화를 해서 저희가 좋은 말을 해줘도 안 듣고, 그냥 자기 이야기만 하는 거죠. 나중에 정신이 들면 미안하다고 하고, 그러다 또 힘들면 화풀이를 하고 어떤 때는 욕설부터 해요. 그런 분들은 자기 자신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해요. 환경에 화부터 내죠. 전문적인 상담 같은 걸 받을 생각도 안 해요. 그래서 저희가 이런 분들한테는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까 굉장히 고민되거든요.

이예진: 궁금한 일이나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답을 줄 수 있을 텐데, 마순희 상담사도 이렇게 술을 마시고 전화해서 하소연하는 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간 어려움이 많은 게 아니라고 하는데요. 선생님, 우선 평소에는 괜찮다가 이렇게 밤마다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이유는 뭘까요?

전진용: 밤이 되면 주변 환경도 고요해지고 주로 혼자 있게 되니까 우울감이나 외로움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들보다 주변에 가족이나 친지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밤이 되면 힘든 부분이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주로 밤늦게 전화하시는 분들은 술의 힘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다는 얘기일 것 같습니다. 탈북 남성들의 말 못할 스트레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진용: 남한 사회와 북한 사회가 다른 것 중 하나가 북한은 조금 더 가부장적인 사회고 남성들의 지위도 남한과 다른 편이거든요. 남한에 와서는 남녀평등을 포함해 문화나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은 것이나 북한에서 대접받던 남성들이 한국에 와서는 자신의 기반을 버리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자존심의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 타인에게 부탁하거나 신세를 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그래서 더 힘들어지는 거죠.

이예진: 마순희 선생님께서는 이런 분들이 전화할 때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이런 분들을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까요?

전진용: 이런 분들은 심적으로 힘들고 외로운 상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무조건 받아들이고 다독거리기보다는 부드럽게 받아주되 자신의 현 상태에 대해 스스로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말을 해주는 게 좋습니다. 친구들에게 말하면 오히려 거절당할 수도 있고, 그러면 상처가 커지니까 상담실에 전화를 하는 건데요. 상담사 분들이 그런 전화를 받았을 때는 힘든 건 이해하지만 ‘그럴 땐 이렇게 대처하라’하고 잘라 말하는 게 좋고, 밤늦게 전화하는 게 당사자에게 얼마나 안 좋은지 알려주는 게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 중에 우울이나 불안이 심하거나 특히 죽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하는 위급한 상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전문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의뢰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예진: 마순희 선생님도 이분들에게는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할 것 같다고는 했는데 그런 얘기만 해도 펄쩍 뛴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정신 상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전진용: 북한에서 사실 상담이 보편화되어 있지도 않고 정신병원이라고 하면 49호라는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래서 남한에 와서도 증상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힘든 상태에서 계속 전화를 하는 것이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남한 내에서 심리 상담은 보편화되어 있다, 이런 것들을 잘 설명해서 장기적으로 인식을 변환할 수 있도록, 스스로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예진: 특히 술 때문에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전진용: 술을 계속 마신다는 건 술로 인한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얘긴데요. 신체적으로는 간을 포함한 기관들이 손상될 수 있고요. 심리적으로는 알코올 중독이 될 수 있는데요. 술을 마시게 되면 자제력을 잃기 때문에 과격해지거나 폭력적으로 변하는 등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 술 문제에 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저도 탈북자들을 만나다보면 탈북 여성들은 굉장히 사회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적응하려고 애쓰는 반면, 탈북 남성들은 사회적 활동도 여성에 비해 크지 않고 좀 위축되어 있는 경우들을 보게 되는데요. 그 이유가 뭘까요?

전진용: 생리적으로 남성들이 적응을 잘 못하는 면도 물론 있지만 수적으로 탈북 여성이 훨씬 많고, 반면 탈북 남성의 수는 적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일어나면 더 눈에 띄어서 그런 인식이 생길 수 있고요. 한국 사회 자체가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고 사회에 흡수되는 일이 훨씬 편리한 사회구조인 반면 남성들은 사회에 흡수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또 탈북 여성들은 중국 등 제3국에서 체류한 기간이 여성보다 길어 남한에 적응할 때 문화적 충격이나 적응에 대한 어려움이 남성들보다는 좀 덜한 면도 있고요.

이예진: 사회적 적응에 계속 어려움을 겪다보면 가정적 안정까지 이루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잖아요. 그게 더 걱정입니다.

전진용: 그게 바로 홀로 온 남성들의 공통된 문제인데요. 부부가 같이 온다면 서로 의지가 되지만 혼자 온 남성들의 경우에는 적응도 잘 안 되고, 앞서 말한 것처럼 남한 자체가 여성이 남성보다 적응하기 편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경우가 있죠. 이럴 땐 북한의 가족을 돕겠다거나 남한에서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겠다는 목표의식을 설정해서 목표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조금 편하게 남한에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예진: 마순희 선생님께서도 남한에서 적응을 잘 하고 있는 대다수 탈북 남성들을 보면 자녀들과 함께 안정된 가정을 이루고 있어서 더 열심히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는데요. 남한에서의 제 2의 인생, 길게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 피로를 잊기 위해 술에만 의존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오늘 도움 말씀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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