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종합상담] 사춘기 딸들의 고민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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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며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 콘서트에서 탈북자를 걱정하는 연예인들과 탈북청소년 여명학교 학생들이 함께 '크라이 위드 어스'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는 고민이 많습니다. 도통 아이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이라는 어려운 시간을 지나온 사춘기 자녀들을 둔 엄마의 고민은 무엇일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사춘기 딸을 둔 엄마의 고민을 함께 들어볼 텐데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상담사 마순희 선생님이 이런 전화를 받았답니다. 북한에서 딸 하나를 데리고 중국으로 건너간 한 엄마 김 모씨의 전화였는데요. 나중에 따로 떨어져 살았던 둘째 딸까지 데리고 한국에 정착한 김 씨는 딸 둘 사이에서 큰 고민이 있다고 합니다.

사례/50대 초반 여성이 딸을 두 명 데려왔어요. 하나는 엄마하고 오고 하나는 아빠와 북한에 있다가 나중에 만난 딸이거든요. 북한에 있을 때 아빠가 재혼을 했던 거죠. 그래서 아이가 의붓 엄마와 사는 게 스트레스가 됐던 거예요. 그래서 중국에 보냈던 거고요. 16살, 18살 한창 사춘기였는데요.

처음에는 오랜만에 만나니까 너무 반가워했는데 점점 사이가 나빠지는 거예요. 방 하나를 큰 딸에게 주고 떨어져 지내던 작은 딸과는 엄마가 같이 자려고 했는데 사춘기라 작은 딸이 방이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거예요. 그래서 언니 없을 때 언니 방에 가서 자기 방인 것처럼 못 했던 걸 하는 거예요. 언니가 오면 싸우고, 언니가 없으면 방에 들어가고 그랬던 거죠. 엄마는 형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예진: 사소할 수도 있는 다툼이 점점 커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우선 16살, 18살 사춘기 딸들의 마음 상태부터 짚어보죠. 제 조카도 그렇던데 이 시기에는 혼자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게 무척 중요한 일인가 봐요.

전진용: 네.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건 중요한데요. 특히 청소년기는 또래에도 민감하고 성인들에 대한 반항심도 생기기 때문에 자신만이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더 민감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예진: 특히 사춘기 때 엄마 품에서 떨어져 의붓 엄마와 살았던 기억도 큰 스트레스였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전진용: 네. 청소년기이기 때문에 아주 어렸을 때보다는 철이 들었겠지만 눈치도 더 보였을 테고,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맞춰줄 수도 있었을 것 같고, 그래서 갈등이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또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어머니가 날 버린 건 아닌가, 싫어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이 확대될 수도 있어서 고민이 그만큼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리고 탈북하면서 겪은 스트레스까지 참 민감한 시기에 많은 일을 겪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물론 첫째 딸도 비슷한 시기여서 동생에게 많이 양보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닐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전진용: 아무래도 언니니까 동생한테 양보할 수 있겠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이 차이도 많지 않아서 서로 도와주는 형제자매보다는 경쟁자적인 관계가 될 수 있거든요. 사소한 것으로도 질투나 섭섭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미묘한 감정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예진: 그래서 싸울 수밖에 없나 봅니다. 이런 상태에서 큰 딸에게는 방을 하나 내주고, 둘째 딸과는 떨어져 있던 시간에 대한 미안함으로 함께 자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엄마의 마음은 이해가 가는데 오히려 이게 더 둘째 딸에게는 서운한 일이었던 것 같죠?

전진용: 어머니 생각에는 특별대우를 해주고, 관심을 갖는다는 일이 아이에게는 오히려 차별을 받았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제가 예전에 상담했던 사례 중에 아파서 어머니의 돌봄을 많이 받은 아이가 있었는데 이 아이 입장에서는 형제가 똑같이 잘못을 했는데도 동생은 혼나고, 자신은 혼나지 않았던 거예요. 그러면 아파서 신경 써주는 배려라기보다 그것까지 차별로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아이들에게는 더 잘 해주고 특별하게 대우해주는 일이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둘째 딸의 상황도 얘기를 들어보니까 언니가 없을 때는 언니 방에 가서 언니 물건도 뒤지고 마음대로 하다가 언니가 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모른 척 한다고 하는데요. 심리적으로 심각한 건 아니죠?

전진용: 언니에 대한 부러움, 그러니까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방에 대한 부러운 마음일 수 있는데요. 단순한 부러움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심각한 건 아니라는 거군요. 탈북자들에게는 국가에서 무상으로 아파트를 줍니다만, 큰 집을 주는 게 아니어서 방을 넓혀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은데요. 심지어 엄마는 딸 하나는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나 잠깐 후회할 정도로 상태는 심각하다고 합니다. 지금 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일, 뭐가 있을까요?

전진용: 일단 어머니가 딸을 생각하는 마음은 잘 알지만 두 딸을 동등하게 대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거든요. 예전에 못 한 걸 지금 다 해준다고 해도 그게 다 나타나지도 않고 아이는 못 느낄 수 있거든요. 밥을 굶었다가 한꺼번에 많이 먹는다고 배고픔이 더 빨리 해소되지는 않거든요. 지금부터라도 잘 한다는 생각으로 동등하게 대하면서 마음으로 잘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이예진: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둘째 딸의 엄마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 딸들 사이의 불화에서 시작한 다툼이 마음의 상처로 남지 않을까 걱정도 되는데요.

전진용: 분명히 그런 부분은 상처로 남을 수 있고요. 딱지가 생기고 새살이 자라나려면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조바심을 가진다고 해서 새살이 빨리 자라는 건 아니니까요.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되 동등하게 대하면서 평상시처럼 시간을 가지고 따뜻하게 대하다보면 언젠가는 치유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마음의 상처로 남지 않으려면 말이죠.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