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조건보다 인성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6.02.05
wedding_consult-620.jpg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웨딩박람회에서 예비 부부들이 결혼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배우자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최근 남한의 한 조사결과 배우자 선택 조건 1순위는 남녀 모두 ‘성격’을 꼽았습니다. 그 다음 기준으로 남성은 여성의 ‘외모’를, 여성은 남성의 ‘경제력’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요. 탈북여성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조건만 따졌다가 낭패를 본 탈북여성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결혼할 남성을 고른다는 탈북여성들의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사람 만나게 하는 게 쉽지는 않죠. 그렇다면 탈북여성들이 남편감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떤 건가요? 예전과 기준이 좀 달라졌나요?

마순희: 한국에 정착하는 초기에는 안정적인 경제적 여력을 많이 보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면 자연히 남편에게도 시댁에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부부가 서로 살아가다보면 정은 당연히 생기게 마련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점차 한국생활을 하게 되면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는 거죠. 한국이라는 사회가 남자 없으면 못 사는 곳이 아니니까 스스로 일하면서, 공부하면서 자신을 위해 살 수도 있는데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경제적으로 의지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다보니 남성의 경제적 여력 뿐 아니라 인성도 보게 됩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돈 천 달러를 가지고 있어도 어떻게 쓰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는 거죠. 몇 년 전 상담 받은 사례인데 지방에 있는 한 여성이 지인의 소개로 탈북남성과 함께 살면서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운 생활을 해왔답니다. 게다가 남편이 앓다가 사망한 후 혼자 살기가 무서워졌답니다. 그런데 너무도 힘들게 살았던지라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라면 나이차이가 많이 나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시골에서 축산업을 한다는, 나이 차이가 엄청난 남성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이혼한지 10년이 넘었다는 그 남성과 얼마간 살다보니 그 남성이 왜 이혼을 했었는지를 짐작하게 되더래요. 하루 종일 돼지를 키운다고 축사에서 살다 시피하고 단돈 만원도 제 마음대로 못 쓰게 하더랍니다. 이혼 후 다른 여성을 맞았다가 돈을 들고 도망가는 바람에 이제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면서 돈 관리는 자기가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그 후에도 몇 번 여성들이 왔다가는 다 떠나버렸답니다. ‘북한에서 왔으니 돈을 쓸데가 어디 있는가 하루 세끼 밥 먹고 살면 되는 거지’라고 하는 말에 더는 살 수가 없어서 다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나오긴 했는데 갑자기 갈 곳이 없어서 상담실로 전화가 왔었던 것입니다. 시집을 간다고 살고 있던 임대주택을 반납한 후였기에 그 지역을 담당한 전문상담사와 연결해주었고 그 지역에 있는 쉼터, 주택이 없는 탈북자들을 수용하는 기관에서 몇 개월 지내다가 다시 주택을 받게 해주었던 사례도 있습니다.

이예진: 조건만 따져선 안 된다는 거네요.

마순희: 그렇죠. 경제력만 봐도 안 된다는 거지요. 지금 한국에 와서 학교를 다니고 기관에서 혹은 회사 생활하는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한국의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알만큼 알고, 지내볼 만큼 지내보고, 사랑도 하고 결혼도 잘하고 있답니다.

이예진: 어려서, 젊어서 오신 분들은 자립을 잘 하는 것 같고,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결혼을 통해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은데요. 온 가족이 함께 떠나온 게 아니라면 아무래도 낯선 세상에서 혼자 살기는 보통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탈북 여성들도 그 힘든 과정을 남편이나 가족과 함께 해나가고 싶은 거겠죠?

마순희: 당연한 말씀입니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혼자가 아니라 남편과 함께라면 낯선 환경에서의 정착도 더 빨리 하게 될 것이고 심리적인 어려움도 많이 해소가 되겠지요. 두고 온 가족이나 친지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대부분 마음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외로움을 극복해 나가는 분들도 많지만 그래도 가끔은 외로울 때가 없지 않거든요. 종잇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부부가 함께 해나가면 무슨 일인들 도움이 안 되겠습니까? 저도 가끔 공원에 산책이라도 가게 되면 나이 드신 노부부가 손잡고 산책하시는 모습들이 눈에 띌 때가 많고 부러울 정도로 편하고 아름다워 보이더라고요.

이예진: 그래서 결혼은 선택을 더 잘해야 하는데, 선배들이 아무리 말해도 정착한지 얼마 안 된 탈북여성들은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여전히 결혼을 쉽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마순희: 한국에 정착하는 탈북자들 중에 여성의 비율이 7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혼자서 한국에 오는 여성들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이나 북한에 있는 배우자를 데려 오려는 여성분들도 있지만 한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려야할 여성들도 많습니다. 인생을 결정하는 결혼, 절대 성급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조건들은 서로 다르겠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보다 행복한 생활을 위해서 사선을 넘어온 목적은 같다고 봅니다. 북한이나 중국에서 남편이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생활을 해온 우리들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여성이 자유롭게 경제활동도 하고 배우기도 할 수 있는, 이런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여성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자신이 행복해야 주위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행복한 사랑과 결혼, 가정생활을 꿈꾸신다면 먼저 자신의 수양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 당당해지면 결혼이나 사랑 문제에서도 당당해질 수 있거든요. 한국사회 정착이 어렵다고 안정적인 배우자를 만나서 편하게 정착할 생각보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이 사회에 잘 적응하여 더 멋진 모습으로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자신이 바라는 배우자도 만날 수 있고 가정생활을 하면서도 능력 있는 며느리, 아내,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예쁜 사랑을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통일의 그날, 두고 온 모든 사람들 앞에 대한민국에 가서 나는 이렇게 살았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고 일하면서 멋진 인생들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이예진: 네. 여성들에게 결혼은 더 이상 남편에게 기대거나 남편 뒷바라지만 하는 시대는 아니니까요. 탈북여성들도 이제 겉모습만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더 갈고 닦아서 남편감도 옥석을 잘 가려 만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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