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주택도 결국은 나의 선택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4.07.31
housing_consulting_incheon-305.jpg 인천시 남구 도화동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시민이 분양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주택에 대한 전혀 다른 개념부터 한국 정부로터 제공받은 임대주택을 쉽게 반납했다가 후회하는 사례까지 탈북자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들에 대해 몇 주간 알아봤는데요. 계획만 잘 세우면 큰 집으로 늘려가기도 하고 지방에 별장을 따로 두는 탈북자들도 물론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탈북자들의 인생을 들여다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까지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한국 정부로부터 제공받은 임대주택, 아파트를 쉽게 반납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들을 살펴봤는데요. 제공받는 임대아파트 크기가 사실 한국에선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탈북자들 중에서도 어느 정도 돈을 벌면 당당하게 제공받은 아파트를 반납하고 좀 더 큰 집을 사는 경우들도 있더라고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임대주택이라고 하면 국가로부터 집을 빌려 사는 거잖아요. 젊은 사람일수록 빨리 돈을 벌어 나가려고 하죠. 저희가 사는 곳이 가족단위로 나온 탈북자들이 주로 사는 곳이라 평수가 비교적 크다고는 하지만 비교해 보면 그리 큰 축도 아니잖아요? 10년 넘게 살다보니 많은 분들이 좀 더 넓은 평수의 국민임대주택이나 장기전세로 이사 간 분들이 많답니다. 그 중에는 제집을 장만한 분들도 적지 않답니다. 게다가 경치 좋은 지방에 개인 별장까지 있는 분들도 있답니다. 저희도 휴가철에 그 곳에 가서 1박 2일로 잘 놀다가 오기도 하거든요.

이예진: 그런 분들은 차곡차곡 계획을 세워서 집장만을 하셨겠죠. 성급하게 집을 반납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요즘 탈북자들이 주택에 대해 묻는 궁금증 가운데 예전과는 좀 다른 것들도 있나요?

마순희: 특별히 주택공급제도가 바뀌거나 한 것은 없기에 주택상담에서 특별한 내용들은 없지만 각자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서로 다르다보니 10명이면 10명 모두가 서로 다른 내용으로 상담을 합니다.

결혼하여 주택을 반납한지 한 달 되었는데 다시 원상태로 복원할 수 없는지 하는 문의도 있었고요.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고 있는 남성이 자신의 사업이 여의치 않아서 자기 재산 즉 부동산이나 차 같은 것을 여성의 명의로 해놓으려고 하는데 그러면 임대주택에서 나가야 하는지 하는 문의도 있었습니다. 그분에게는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소득기준이 초과되면 당연히 입주자격이 안된다고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례는 지방에 거주한지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경기도에 있는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일하다보니 주택을 거의 비워놓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이제라도 주택을 반납하면 회사근처에 주택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했습니다. 그 분에게는 이제 전입신고를 한다고 하여 주택을 금세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몇 개월만 지나면 만 2년을 지방에서 거주하였기에 지방거주 장려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서 장려금을 받은 후 전입신고를 경기도로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상담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예진: ‘주택을 반납하기 전에 상담이라도 먼저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사연도 많았을 것 같네요.

마순희: 네. 며칠 전 심야 근무 시에 걸려온 전화였는데요.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가 짐작은 되었지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안타까웠던 사연도 있습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남성이 혼인등기를 한 후 자기 명의로 주택을 사준다고 했답니다. 경제지식이 전혀 없던 그 여성은 자기명의로 주택을 사게 된 것에 기쁜 생각뿐이었고 자기가 받은 정착금과 그동안 모았던 돈들을 모두 주택구입자금으로 보탰답니다.

그 후 본인명의의 주택이 있으므로 임대주택에서 퇴거하라는 통지를 받았는데 그제야 알고 보니 본인명의로 산 주택은 이름뿐이고 상당부분 대출을 받아서 구입한 것으로 되었더라는 것입니다.

이예진: 본인 명의로 되었다면 본인이 은행에서 빌린 돈, 대출받은 돈을 갚아야 하는 거잖아요.

마순희: 그렇죠. 그것도 한심한데 그 주택을 담보로 남편이 대출 받아서 생활비로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한다는 것은 거짓말이었고 대출받은 돈을 급여라고 생활비로 내놓은 거죠.

이예진: 나쁜 남자였네요.

마순희: 네. 지금은 이혼 수속 중인데 아직 결정이 나지는 않았답니다. 숙려기간이 있잖아요.

이예진: 그렇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기 전에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이혼을 고민해보라는 기간이 있죠.

마순희: 네. 그래서 공사에서는 임대주택을 비우라고 통지가 와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너무 속상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면서 새벽 3시에 전화가 왔었습니다.

이예진: 결국은 주택도, 남자도 선택을 잘못했네요. 이분은 어떤 식으로 상담을 해주셨어요?

마순희: 주택공사에서 주택을 비우라는 통지서는 왔지만 하루 이틀 새 비울 수는 없잖아요. 법률상담을 통해 그 남편이 본인 명의로 집을 해준 게 사기라는 혐의를 밝혀 명의를 남편으로 돌려놓고 이혼도 할 수 있도록 해드렸습니다.

이예진: 잘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올해 탈북자들을 위한 주택제도 가운데 탈북자들이 꼭 알아야할, 달라진 점이 있나요?

마순희: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항상 명심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원을 나오면서 배정받은 임대주택에서 살면서 돈을 모을 때가 가장 저축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간혹 상담을 하다보면 어떤 분들은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새 집으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후회가 막급인 상담도 많이 있으니까요.

이예진: 대출을 받으면 다달이 갚아야 하니까 그게 무리가 될 수 있으니까요.

마순희: 그렇죠. 이자만 갚는다고 생각하는데 원금도 같이 갚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새 주택으로 가게 되면 이삿짐이 별로 없어서 새로 가구나 살림을 장만해야 해서 자금이 많이 들잖아요. 그리고 주택을 반납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주택을 다시 받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이 살고 있는 임대주택도 북한의 일반적인 노동자 주택에 비한다면 하늘과 땅 차이로 좋습니다. 집안의 내부시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단지 내에 사시절 녹음과 화초가 우거진 공원, 놀이터, 어린이집, 그리고 시장과 상점까지 생활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북한의 고급간부주택들에도 능히 비길만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동네입구까지 버스며 지하철이 연결되어 교통에 전혀 불편이 없고 중, 고등학교나, 초등학교, 어린이집도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면 한 눈에 다 보이는 거리에 있으니 살아가는데 전혀 불편이 없습니다. 잃어봐야 소중한 줄 안다는 말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다 공급해 주는 임대주택이라 소홀히 생각하지 말고 행복한 보금자리로 삼아 성공적인 정착을 해나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예진: 계획만 잘 세우면, 그러니까 인생의 계획을 잘 세운다면 남자도, 주택도 쉽게 결정하게 되진 않을 겁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시간을 충분히 갖고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남북하나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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