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이다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6.05.06
jobseeking_edit.jpg '나에게 맞는 직장은 어디일까?'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중소 벤처 청년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희망자들이 취업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은 자격증을 따도 취업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내 돈을 들여서라도 어떤 일을 할 때 공식적인 자격을 인정받는 자격증을 따겠다는 탈북자들이 많은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자격증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자기계발이라고 하죠. 보통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게 돼도 지금보다 더 잘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탈북자 분들은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마순희: 네. 설사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좀 더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발전도 하고 승진도 하는 거잖아요? 한국에서 일하면서 북한과 다른 또 다른 현상을 보게 되었는데요. 북한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노동자 급여가 항상 그 자리에 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해마다 조금씩이라도 급여가 계속 인상되고 승진도 되더군요. 1년차의 급여와 5년차의 급여는 엄청난 차이인거죠. 그런데 그러려면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임자들이 계속 들어오는데 선배라는 직원이 후임자들에게 업무처리나 실력에서 뒤처지면 안 되는 거잖아요? 승진은 고사하고 그 자리를 지켜내기도 힘들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끊임없이 배우면서 노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맞는 지원프로그램들도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에서 보면 제2하나원에서 하는 여러 가지 교육프로그램들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는데요. 요양보호사 교육과정, 정착지원 전문 관리사 교육과정, 중국어 관광안내를 위한 중국어 취업준비과정, 재북 간호사 경력자 및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간호조무사 교육, 남성 용접기능사교육, 탈북학생 전담코디네이터 교육, 의사국가시험 응시자격인정자 및 6년제 의학대학 졸업 인정자들을 위한 의사직업전환교육, 탈북민 출신 현직 공무원들을 위한 공무원교육 등 많은 프로그램들이 시행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예진: 북한에서야 자격증 같은 게 크게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남한에선 어떤 일을 할 때 그 분야의 자격증이 꼭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죠. 탈북자들도 이제는 자격증이 꼭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사실 저도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취업한 일자리에서 더 잘 일하기 위해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립의료원에서 북한이탈주민 상담실에서 팀장으로 일하면서 의료원을 찾는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소외감이 없이 자신의 건강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치료를 받고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려는 마음에서 정성을 다 바쳐서 일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런데 국립의료원 사회복지사와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상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느끼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북한에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던 한국의 사회복지 체계에 대하여 배우게 되고 나도 사회복지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상담실을 찾는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더 많은 정보와 서비스를 연결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또 우리 팀원들도 모두 인터넷교육인 사이버로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별로 나은 점도 없으면서 열성 하나로, 나이가 많다는 것이 팀장으로 버티고 있을 조건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이 60살이 되어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사회복지사로까지 되었습니다. 필요에 의하여 배우게 된 공부인지라 더 열심히 배우게 되고 내가 하고 있는 업무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남북하나재단에서 근무할 때 재단에서도 직원들의 능력을 제고하고 실력을 더 높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의 기회를 주거든요. 미술치료사, 가이던스라는 진로상담 전문가자격증, 직업상담사 등 여러 가지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예진: 젊은 탈북자 분들은 더 열정적으로 배우고 일하는 것 같더라고요.

마순희: 지금 젊은 친구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여러 가지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탈북자출신 국회위원을 비롯해서 통일부를 비롯해서 국가기관들에서 근무하는 탈북자 출신 공무원들, 그리고 박사, 석사 학위를 받는 분들도 많고 의사자격을 받고 자신의 병원을 하는 분들도 많답니다. 그 외에도 제과제빵학원을 운영하는 사람도, 자신의 가게를 차려서 북한의 음식을 선보이는 음식점 사장님들도, 미용실 원장도, 떡집 사장도 있습니다. 탈북자 사회에서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보편적인 수단으로써 자격증을 따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실력을 높이고, 관리하기 위해서도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일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관련 분야 자격증을 따고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짧은 시간에 다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이예진: 인생을 열심히 사는 분들인 것 같아요. 자격증을 따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최근엔 자격증도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된다면서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시험도 인터넷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합격하면 자격증신청을 하면 자격증을 택배로 보내 주더라고요.

이예진: 찾아갈 필요도 없네요?

마순희: 네. 그렇죠. 사실 저도 잘 몰랐었는데 이번에 퇴직하고 시간이 많아서 공부를 하려고 했더니 춘천에 있는 한 상담사가 알려주어서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심리상담사자격증과 인성지도사 자격증을 새로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남북하나재단에서도 ‘주경야독’이라고 온라인 자격취득을 할 수 있는 업체와 연계하여 자격증취득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수강료는 무료로 지원하고 교재비는 선부담하고 후에 70%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의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국가지원 등이 있지만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필요하면 자신의 돈을 들여서라도 더 공부를 해서 자격증 등을 따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마순희: 모든 자격증들이 다 무료로 공부하고 따는 것은 아니거든요.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자격증을 따려면 돈을 내고서라도 자격증을 따는 것이 자신의 앞으로의 취업이나 창업, 그리고 자신의 능력개발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다들 알고 있다는 거죠. 저도 이번에 요양보호사자격시험을 위해서 자부담으로 교육을 받았습니다. 학원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40-50만원, 4, 500달러 정도 하는데요. 거기에 교재비는 추가된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서 40시간 이상의 수업과 실습만 해도 되는 거라 20만 원 정도 수강료를 냈습니다.

이예진: 200달러 정도네요.

마순희: 네. 퇴직자들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미 이혼상담전문가 과정을 받았기에 1년이 지나야 받을 수 있어서 그냥 제가 시간이 될 때 받고 싶어서 수강료를 지불하고 교육을 받았던 것입니다. 실제로 김치 명인, 그러니까 전문 기술자에게서 한 주일에 하루 강의를 듣는데 월 40만원, 400달러의 수강료를 지불하면서 김치에 대해 배웠는데 자신이 김치 사업을 하면서 그에 비할 수 없는 부와 명예를 다 가지게 된 선희식품의 사장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사례들 중의 한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무료로만 교육받아야지 하기보다 투자라고 생각하고 돈을 좀 들여도 나중에 더 큰 값어치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말이네요. 자격증을 딴다는 게 탈북자들에게 이제는 빠른 남한 정착의 또 하나의 새로운 숙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탈북자들이 자격증 따는 일을 앞으로 좀 어떻게 생각하고 공부해 나가는 게 좋을까요?

마순희: 한국에 정착하면서 취업훈련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취업훈련 장려금, 자격증취득 장려금과 연결되어 있어서 누구나 다 거쳐 가는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자신의 적성이나 앞으로의 취업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하여 필요한 취업훈련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대신 실제로는 자격증 취득하기가 가장 쉬운 자격증부터 따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물론 어떤 공부를 하더라도 필요 없는 공부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왕 시간을 내서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야 한다면 힘들더라도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격증을 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 정착하는 우리 탈북자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것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입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처럼 우리가 이 땅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이 대한민국 정착에 밑거름이 되고 받침대가 되어 반드시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이 나라의 당당한 국민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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