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2) 겨울이 가장 좋다?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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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스케이트장 여의아이스파크에서 스케이트를 착용한 어린이들이 계주 경기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스케이트장 여의아이스파크에서 스케이트를 착용한 어린이들이 계주 경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오늘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김필주 : 안녕하세요. 저는 함경북도 새별에서 태어나서 17년을 살고,

대한민국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탈북청년 김필주입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고향 분들에게 남한 소식을 전해드리기 위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남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강예은입니다.

대학원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고요.

남북통일에 관심이 많고 북한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예브게니 소코브 : 안녕하세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예브게니 소코브라고 합니다.

남한에 온 지 2년 정도 됐고, 전문 통역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께 러시아와 남한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재밌게 들어주세요.

 

 

북한도 요즘 많이 춥죠?

남한은 이번 주 서울의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겨울하면 북한이나 러시아도 할 얘기가 많을 겁니다.

그래서 <청춘 만세>에서도 지난 시간부터 겨울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난방부터 방한복, 겨울 스포츠까지 청년들의 겨울나기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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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그럼 입고 다니는 건 어떻게 해요?

남한은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패딩이라고 해서 그 안에 오리털, 거위털 들어가고,

모직코트, 밍크코트 등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옷감이 많아서, 추워서 동상 걸리는 사람은 없어요.

 

예은 : 그리고 여자들은 아무리 추워도 멋을 내고 싶어 하거든요.

러시아를 봐도 일반 코트는 못 입어요, 너무 추워서.

하지만 모피코트 등 동물 털로 된 옷을 입거나 패딩도 허리선을 살리는 등 멋을 내는데

북한은 어떤가요?

 

필주 : 북한에도 그런 옷이 있어요. 가장 인기 있는 건 오리털 동복.

그게 많이 비싸니까 그 사람의 경제력을 보여줘요.

여성들은 하얗고 털 있는 옷을 좋아하고요.

하지만 머리를 드러내놓고 다니지는 못해요, 추워서.

옷 자체가 예쁜 것을 좋아하죠.

딱 봐서 다우다지다, 오리털이다 싶으면 저 여자는 잘 사나보다 생각해요.

 

진행자 : 따뜻하긴 해요?

 

필주 : 따뜻하니까 비싼 거죠.

일반 동복은 ‘똥솜’이라고 해서 무거운 솜으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눈을 많이 맞으면 솜이 젖어서 무게가 엄청나요.

북한에서도 특히 남한 제품을 많이 좋아한다고 해요.

밀수꾼들이 상표를 다 뜯어서 어디 제품인지 모르게 하는데

상표가 없으면 남조선, 아랫동네 제품이에요.

아랫동네 옷이 가장 인기가 많아요.

 

예브게니 : 러시아에서는 소련 시대 때 남녀 모두

털외투, 털모자, 밍크코트 등을 많이 입었어요.

 

진행자 : 영화에 러시아 사람 등장할 때면 항상 모피코트 입고 나오죠(웃음).

 

예브게니 : 그런데 요즘은 러시아도 자본주의라서 외국 물품이 많이 들어와서

패딩을 많이 입어요.

그럼에도 여성들은 밍크코트나 털모자가 있으면 고급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멋을 내려고 필수품으로 생각해요.

예전에 북한 사람들과 일한 적이 있는데,

러시아에 북한 간부들이 오면 털모자를 항상 사가요.

아마 아내한테 선물하려는 것 같아요.

 

필주 : 북한에서도 털, 모피로 된 건 인기가 많고 귀해요.

 

진행자 : 남한에도 과거에는 흔히 말하는 부잣집 사모님들이

밍크코트나 여우털, 토끼털 등의 옷을 많이 입었는데

지금도 많이 입습니다만, 동물 보호 차원에서 그런 옷은 입지 말자는 인식이 생겼죠.

 

그런가하면 겨울 스포츠를 빼놓을 수 없죠.

추워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가 아니라 추운 데도 불구하고 즐길 거리는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 부분도 얘기를 해볼까요?

 

예브게니 : 러시아는 동계 스포츠의 강대국이죠.

하키나 스키를 굉장히 잘하는데,

러시아를 제대로 즐기려면 겨울에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러시아 사람들이 겨울이면 항상 눈이 있으니까 눈싸움을 비롯해서

남한의 찜질방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우나도 무척 좋아해요.

재밌는 건 사우나를 하고 옷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밖으로 나가서 눈에서 뒹굴어요(웃음).

얼음 수영도 있고요.

 

예은 : 심장마비 걸리겠어요.

 

예브게니 : 아니요,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해요.

 

진행자 : 일반 사람들이 이런 걸 즐긴다는 거죠?

 

예브게니 : 네.

 

예은 : 남한은 눈이 많이 오지는 않아서 인공 눈을 이용하지만

그래도 겨울에는 스키장이나 스케이트장, 썰매장에 많이 가요.

오늘도 보니까 시청 앞에서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놨더라고요.

겨울에도 집에만 있기보다는 밖에 즐길 거리가 많으니까요.

지방마다 축제도 많거든요. 빙어잡기, 숭어잡기, 얼음낚시 등.

 

진행자 : 남한에서도 겨울에는 스키 많이 타는 것 같아요.

 

필주 : 저도 사흘 전에 다녀왔어요.

저는 겨울이 되면 고향이 가장 그리워요.

남한이나 러시아는 제도적으로 체계가 잘 갖춰져서 스케이트도 타고, 놀러도 가지만

북한은 그런 게 전혀 없어서 본인이 만들어서 놀아야 해요.

북한에서 지금쯤이면 어린 친구들은 외발기라는 걸 만들어서 썰매를 타요.

눈이 많이 오면 눈사람도 만들고,

어느 해에는 폭설로 온 동네가 묻힌 적이 있어요.

눈에 파묻혀서 자도 자도 밤인 거예요.

애들끼리는 모여서 눈 동굴을 파고 두더지처럼 놀았어요.

저희 동네는 야산이 많아서 마대를 놓고 썰매를 타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많이 그리워요.

 

예브게니 : 러시아도 비슷해요.

저도 시골에서 태어나서 썰매도 많이 타고, 강이 얼면 그 위에서도 놀았어요.

 

진행자 : 남한에서도 시골에 있는 친구들은 그렇게 많이 놀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도시에서 많이 생활하니까.

눈이 오면 일단 치웁니다(웃음). 길이 얼면 차량 통행이 힘드니까.

 

한국 사람들이 일본 눈 축제 많이 가거든요.

북한에 눈이 그 정도로 많이 온다면,

남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 경우 눈 축제 굉장히 잘 되겠는데요.

 

예은 : 러시아는 눈이나 얼음으로 조각도 해놓거든요.

북한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필주 : 가능하죠.

 

예은 : 하고 있어요?

 

필주 : 아니요, 그런 기술력이나 여유가 없죠. 먹고살기 힘든데.

 

예은 : 그리고 겨울에 노천탕이라고 실외에서 온천을 즐길 수도 있거든요.

눈이 오는 경치 속에서 따뜻하게 온천을 즐기니까 좋더라고요.

 

진행자 : 일본에 이런 관광 상품이 많죠.

러시아에서는 따뜻한 곳에 있다 차가운 물로 들어가는 거지만

이건 따뜻한 물속에서 차가운 공기를 접하는 겁니다.

아무튼 북한에 갈 수 있다면 관광 상품으로 좋겠어요.

 

필주 : 네, 겨울 관광 상품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어요.

 

진행자 : 아직도 2개월 정도는 겨울을 겪을 텐데, 각자 생각하는 겨울이 꽤 다른 것 같아요.

‘나에게 겨울이란’ 얘기해 볼까요?

 

필주 : 저는 그리움이요. 겨울만 오면 고향이 많이 그리워요.

추위에 고생할 고향 사람들도 격정 되고, 한편으로는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봄, 여름의 경우 먹을 게 부족해서 배고픔에 허덕였고,

일도 너무 많아서 힘들었어요.

하지만 겨울은 추우니까 일이 거의 없고, 가을을 금방 지나와서 먹을 게 좀 있었고.

시간이 많으니까 친구들과 많이 놀다 보니까 추억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나에게 겨울은 그리움이다.

 

예은 : 저는 겨울이 날씨는 춥지만 따스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남한에서도 겨울에 봉사활동을 많이 하거든요.

예를 들어 연탄을 나르거나 구세군이라고 불우이웃을 돕는 모금운동도 하고.

구세군의 모금활동 중에 북한 사람들을 돕는 부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겨울은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생각돼요.

 

예브게니 : 저는 4계절 중에 겨울이 가장 좋아요.

무조건 창밖에 눈이 내려야 해요.

왜 그런지 생각해봤는데 집에만 있는 ‘집돌이’라서

추위 때문에라도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겨울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북한에서도 겨울을 좋아하는 분들이 계실까요?

 

필주 : 애들이 좋아하겠죠.

어른들은 먹을 걱정, 땔 걱정에 아마 불편하고.

여름에도 먹을 걱정을 달고 살겠지만 그래도 땔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어른들한테는 겨울이 더 부담스러울 거예요.

 

진행자 : 예은 씨도 말했지만 남한에서는 1년 내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봉사활동이나 후원활동이 이뤄지지만 특히 겨울에 많은 이유가

일단 추우니까 옷이나 난방비나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겨울에 불우한 이웃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한데.

남한에서는 예브게니처럼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란 말이에요.

스키도 탈 수 있고, 눈도 볼 수 있고.

북한에서도 힘들지만 겨울을 좋아할 수 있는,

겨울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여유가 있다면 겨울 또한 멋진 계절이잖아요.

 

필주 : 맞아요, 겨울은 정말 아름다워요.

 

진행자 : 4계절 모두 각각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데

탈북민들에게 들어보면 겨울이 가장 힘든 계절이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북한에서도 겨울을 좋아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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