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1) 추석에 어떻게 보내나요?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6.09.15
Korean_Thanksgiving_620.jpg 추석 연휴를 앞둔 이번달 13일 서울역에서 귀성객 등이 기차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추석 잘 보내셨나요? 남한에서는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추석 연휴인데요. 토요일, 일요일까지 이어져서 총 5일간의 연휴를 보내고 있습니다. 휴일이 길다 보니까 추석을 보내는 모습도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특히 <청춘 만세>를 꾸며가는 우리 친구들은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그 모습이 더 다채롭습니다. 자, 클레이튼, 광성, 그리고 예은 씨는 이번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함께 들어보시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추석입니다! 쉬니까 좋죠(웃음)? 남한은 지금 추석 연휴인데요. 저희가 추석 연휴에 모이지는 못했고, 추석 연휴 바로 전에 모여 녹음을 하고 있는데요. 여러분 ‘추석에 이렇게 보내고 있을 것 같다’ 예상이 될 거예요.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예은 : 가족끼리 만나서 밥을 먹기도 하고, 저 같은 경우는 시골에 가지 않으니까 연휴 기간 푹 쉴 것 같아요.

광성 : 저는 부모님이 대구에 계시니까 지방에 가야 하는데 더 끔찍한 건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기차표를 아직 예매하지 못했어요. 너무 사람이 많아서. 걱정이긴 한데 어떻게든 내려가야죠.

클레이튼 : 저는 지방에 가서 한국인 친구들과 같이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똑같은 고민이에요. 버스 예매했는데, 퇴근하고 가야 해서 한 6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진행자 : 어디로 가는데요?

클레이튼 : 전주요. 원래는 한 2시간 40분 정도 걸리는데 추석에는 내려가는 사람이 많으니까.

진행자 : 방송 들으시는 분들은 서울에서 지방 가는데 뭐 이렇게 오래 걸리나 생각하실 텐데 지난 설, 아니면 지난해 추석에 몇 시간 정도 걸렸나요?

광성 : 저는 매번 기차를 타서 큰 차이는 없어요. 기차를 타느냐 못 타느냐의 문제예요. 차표가 없어서. 기차는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까 2~3시간 걸려요.

진행자 : 좋은 기차를 타면 2시간, 좀 느린 기차를 타면 3시간이죠(웃음).

광성 : 그런데 제가 딱 한 번 버스를 탄 적이 있어요. 보통 부모님 계시는 곳까지 버스를 타면 3시간 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때는 6시간에서 7시간 정도 걸리더라고요. 다시는 버스를 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진행자 : 저도 지방이 고향인데 저는 버스 탈 생각은 아예 하지 않습니다(웃음). 너무 오래 걸리니까. 보통은 버스 타고도 4시간 30분 정도면 가는데 추석 연휴에는 8시간 정도 걸리니까 그렇게는 버스를 못 타겠더라고요. 그래서 기차를 타야 하는데, 기차도 이제 느린 건 못 타겠고 2시간 30분 걸리는 기차를 꼭 타야 해요. 추석이나 설이 되면 인터넷이나 기차역에서 예매를 하잖아요. 보통 인터넷으로는 오전 6시에 예매를 시작하거든요. 4시부터 사람들이 일어나서 대기하는 거예요. 6시에 바로 인터넷에 접속하는데도 예매를 못해요. 몇 초 차이로 표가 다 팔린다는 게...

예은 : 얼마나 빠른 인터넷으로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느냐(웃음). 예매 전쟁이네요, 정말.

진행자 : 지난 설 연휴 때만 해도 3천100만 명이 이동을 했대요. 자, 남한 인구 몇 명이죠? 5천만 명인데 3천100만 명이 이동했으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지...

클레이튼 : 비율로는 미국보다 더 많네요. 미국 인구는 3억3천만 명인데 연휴 때 대략 9천만 명 정도 이동합니다.

진행자 : 지난 설 연휴 때 설날 당일, 하루 고속도로 교통량이 500만 대였다고 해요. 이렇게 길도 막히고, 기차나 비행기, 버스 등은 다 매진이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 북한에서 온 광성 씨, 남한에서 자란 예은 씨 모두 추석을 지내는 모습이 다 다를 것 같아요.

예은 : 저희는 친척들끼리 모여서 하루 정도는 같이 보내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가끔은 외식도 하고요. 그러고 나서는 각자의 집으로 흩어져서 나머지 연휴는 저희 가족끼리 보내요.

진행자 : 제사를 지내거나 송편을 만들거나 윷놀이를 하거나 강강술래를 하지는 않나요(웃음)?

예은 : 저희 가족은 그런 전통적인 것들은 하지 않아요. 다들 바쁘기도 하고, 사실 연휴에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어요.

진행자 : 클레이튼이 찾아간다는 친구 댁에서는 명절에 어떻게 보내나요?

클레이튼 :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친척들과 얘기 나누고, 그냥 쉬엄쉬엄 보냅니다.

진행자 : 그 친구 집에서도 차례를 지내거나 한복을 입지는 않나요(웃음)?

클레이튼 : 차례까지는 못했습니다. 그 친구 집은 편하게 보내더라고요.

광성 : 요즘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추석에 무조건 성묘를 가야 해요. 남한은 제사를 안 지내는 집도 있고 성묘 가는 집도 있지만, 가서 벌초만 하고 오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은 신기했어요.

진행자 : 클레이튼은 아예 다른 문화라서 ‘한국의 명절은 이렇구나!’ 놀랐을 테고, 광성 씨는 ‘같은 문화인데 왜 북한과 다르지?’라고 놀랐겠네요.

광성 : 그렇죠, 가장 큰 게 길 막히는 거요. 일단 북한에는 차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남한은 추석이나 설이 되면 무조건 길이 막힌다. 처음에는 ‘차가 왜 이렇게 많지? 생각했어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이동이 많은 게 대학부터 시작해서 지방에 있는 사람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오잖아요. 직장도 이 지역에서 잡다 보니까 명절이면 고향에 찾아가는 거죠.

예은 : 그럼 명절 때 교통체증을 남한에서 처음 겪어보셨겠네요?

광성 : 어휴, 텔레비전을 보면서 저게 어떻게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제가 서울에서 고향 갈 때 버스를 타보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북한에서는 모두 같은 지역에 사니까. 이동을 한다면 결혼해서 멀리 시집을 가거나 다른 지역에서 군사복무를 끝내고 그 지역에 남는 경우 그 외에는 이동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추석이면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모여서 전날부터 음식을 만들거든요. 송편도 빚고. 다음날 점심에 맞춰 성묘를 가는 거죠. 성묘 하고, 거기서 가족들과 같이 점심 먹고 내려와서 윷놀이를 하거나.

진행자 : 북한에서는 윷놀이 해요? 강강술래는(웃음)?

광성 : 윷놀이는 하는 집도 있고 안 하는 집도 있고. 강강술래는 안 하는 것 같아요(웃음).

진행자 : 한복은 입나요?

광성 : 한복은 안 입어요. 한복 자체를 잘 안 입죠.

진행자 : 아니, 투표하러 갈 때는 입는다면서요(웃음)?

광성 : 설이나 추석에는 한복을 잘 안 입어요. 그런데 김일성 생일이나 선거일은 추석보다 더 큰 명절이에요. 4월 15일과 2월 16일,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에는 앞뒤로 하루씩 쉬어요. 총 3일을 쉬는 거죠. 그런데 설이나 추석에는 당일 하루만 쉬어요.

예은 : 네?

광성 : 남한은 이번 추석에 주말 껴서 5일을 쉬잖아요. 북한은 그렇지 않아요.

예은 : 그럼 남한에서 3일 쉰다고 했을 때 엄청 좋았겠네요(웃음).

진행자 : 그런데 예은 씨 집에서는 송편 안 만들어요?

예은 : 예전에는 만들었어요. 만두도 빚고 했는데 지금은 송편을 빚는 게 힘들어서 떡집에 미리 주문해서 사먹기도 하고, 또 굳이 송편을 먹어야 하나 싶어서 안 먹을 때도 있어요. 그리고 저희 집은 기독교라서 제사를 안 지내니까 음식도 저희 먹을 것만 합니다.

광성 : 또 하나 신기했던 게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기독교는 제사를 아예 안 하잖아요. 북한에는 일단 종교가 없기도 하지만 추석이라는 명절 자체가 가을 추수를 하고 나서 조상께 한 해 감사하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아는데 제사를 안 지낸다고 하니까 놀랐어요.

진행자 : 천주교의 경우 로마 교황청에서 ‘이건 한국의 전통이니까 인정하겠다’고 해서 제사를 지내는 사람도 있고 안 지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희도 제가 어렸을 때는 송편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떡집에서 사먹고요. 그래서 명절을 앞두고 가장 바쁜 사람들 중에 떡집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식구들이 먹을 건 떡집에 맡기는데 어린 조카들이 있으니까 송편 한 번 만들어보라고 작게 마련해주기는 하죠.

광성 : 방송을 듣고 계시는 분들은 놀라실 것 같아요. 떡을 떡집에 맡긴다고? 일단 북한에는 떡집이 없거든요.

예은 : 떡집이 없어요?

광성 : 지금은 있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탈북했던 2006년까지는 떡을 만들어서 시장에서 파는 건 있었지만 추석 명절을 맞아 주문받는 건 없었거든요.

진행자 : 예전에 탈북자 한 분이 저한테 떡 만드는 방법을 아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걸 제가 왜 알아야 하나요? 어떻게 알 수 있죠(웃음)?’라고 말했어요. 클레이튼은 케이크 만드는 방법 아나요?

클레이튼 : 음...

진행자 : 같은 상황인 거죠(웃음).

클레이튼 : 송편 만드는 방법은 알아요. 그런데 케이크는 만들어본 적 없습니다(웃음).

진행자 : 송편을 빚어야 봤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과정은 모르잖아요.

클레이튼 : 네(웃음).

예은 : 인터넷으로 찾아봅시다.

진행자 : 클레이튼은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의 명절을 어떻게 바라봤나요?

클레이튼 : 6년 전에 처음으로 한국인과 같이 명절을 보냈는데 윷놀이 같은 전통놀이가 있어서 놀랐어요. 미국에는 전통놀이가 아예 없어서 명절에는 그냥 밥 먹고 텔레비전만 보거든요.

진행자 : 체스나 카드놀이는 미국의 전통놀이 아니에요(웃음)?

클레이튼 : 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런데 그때 정말 놀란 건 여자만 요리하는 모습이에요. 미국은 명절에 칠면조 요리 먹는데 그건 꼭 남자가 만들어야 합니다. 남자가 칠면조 요리를 잘 못하면 남자도 아니라고 해요. 그래서 남자들은 칠면조에 집중합니다. 만약에 요리 잘못하면 명절 식사 망할 수밖에 없어요(웃음).

진행자 : 그럼 클레이튼은 그때 친구 집에서 음식 만드는 거 도와드렸나요?

클레이튼 : 아니, 제가 요리 못하니까 도와드리지 못했죠. 그런데 정말 놀랐어요. 여자 분들은 정신없이 바쁜데 남자 분들은 편히 앉아 있으면서 얘기하고 술 마시고.

진행자 : 북한은 어때요?

광성 : 북한에도 남자들이 하는 게 하나 있어요. 송편을 만들려면 떡메를 쳐야 하는데 그것만 남자들이 하고 다른 건 여자들이 하죠.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때 부엌에 잘 못 들어갔어요. ‘어디 남자가’라는 가부장적인 게 심해서 부엌에 가면 할머니가 나가라고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그런 인식이 있으니까 커서도 집안일은 당연히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예은 : 남한에서는 주부들이 명절 때 스트레스(부담감)을 엄청 많이 받는대요. 특히 제사상을 차려야 하니까 갖가지 음식을 해야 하잖아요. 쉬고 즐겨야 할 때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주부들이 명절을 꺼려요.

진행자 : 예은 씨는 지금 집에서는 명절에도 음식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결혼을 했더니 그 집은 가부장적으로 여자들만 많은 제사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면 어떨 것 같아요?

예은 : 명절에 시댁 안 가고 해외로 도피할까(웃음)...

진행자 : 예은 씨 답변에 청취자 여러분 많이 놀라셨나요? 같은 조상에게서 생겨난 추석이지만 추석을 지내는 모습은 이제 남북이 꽤 달라졌습니다. 명절에 남한에서 사라진 전통은 무엇이고, 새롭게 생겨난 모습은 어떤 것이지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얘기 나눠볼게요. 조금 늦었지만 다 함께 추석 인사드리면서 <청춘 만세> 마무리할게요.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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