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세 명의 청년들이 함께 하는데요. 먼저 지난 가을 취업에 성공했지만, 아직 남한 직장 문화에 서툰 클레이튼 윌리그 군, 미국 켄터키 주 출신으로 남한에서는 벌써 5년이나 살았습니다. 다른 두 명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는 동갑내기 청년들이에요. 남한에서 나고 자란 강예은 양과 8년 전 함경북도 청진에서 온 김향 양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새해 소망과 함께 이런저런 한 해 계획들을 세웠겠죠? 남한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세대별로 어떤 소망들을 품었을까요?
insert. 세대별 새해 소망 관련 리포트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을 담은 버킷리스트, 한국어로 하면 소망록이죠. 올해 세대별 소망은 어떤 걸까요? 인터넷에서 주목받은 올해 버킷리스트를 세대별로 살펴보면 20대의 경우 과거에는 세계 여행하기, 열정적으로 사랑하기 같은 낭만적인 내용이 담겼지만 올해는 수습사원 되기, 자격증 따기, 영어점수 높이기처럼 취업 스펙 쌓기가 많았습니다. 젊은이들의 씁쓸한 현실을 엿볼 수 있죠? 이미 취업의 관문을 넘어선 30~40대의 버킷리스트는 연봉 올려 빚 갚기, 전셋집 옮기기처럼 생계형이 많았고요. 50~60대는 등산하기, 마라톤 도전하기처럼 건강에 관한 소망이 많았다는군요.
남한의 세대별 소망, 북한과 비슷한가요? 남한의 경우 특히 청년들의 소망이 많이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청춘만세>와 함께 하는 세 명의 청년들도 취업 등으로 자신의 길을 열어가느라, 또 이것저것 경험하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우리 청춘들은 2016년, 어떤 소망과 계획들을 생각하고 있는지 지난 시간에 이어서 계속 들어보시죠.
진행자 : 지금 1월 초잖아요. '새해가 시작됐으니 올해는 이렇게 살아야겠다!' 특히 여러분 모두 작년에 졸업하고 결의를 다지는 해가 아닐까 싶은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향 씨는?
향 : 저는 일단 취업을 해야죠.
진행자 : 그렇죠, 여러분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거죠. 향 씨는 어느 쪽 분야로 취업하고 싶어요?
향 : 저는 은행 쪽이요.
진행자 : 금융권. 연봉이 세죠(웃음)?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남한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직종 가운데 하나거든요.
향 : 돈 굴러가는 걸 알아야(웃음). 은행원 업무보다는 금융 돌아가는 일들을 배워보고 싶어요. 왜냐면 북한에서는 국가 은행이 거의 망했어요. 국민들이 돈을 안 맡겨요, 맡기면 안 주니까. 그래서 개인이 돈을 빌려주고 이자 받고. 저희 할머니도 그런 대부업을 하셨어요. 그리고 북한에서의 환율은 개인이 정해요. 돈 장사 하는 분들이 환율을 정해요. 그날 달러 보유량이 많으면 환율이 떨어지고, 달러 보유량이 없으면 환율이 올라가요.
통일이 됐을 때 국가를 재건하는 데는 금융이 가장 먼저 필요하잖아요. 제가 미국 월드뱅크 가서 울었거든요. 거기 정의가 '세상의 가난을 없애기 위해서 세계은행이 존재한다!' 그거 보고 은행원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통일 됐을 때 제가 속한 기업이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북한을 재건하는 데 기본이 되는 곳의 일원이 되고 싶어서 은행에 취업하고 싶어요.
진행자 : 예은 씨도 작년에 취업했다 여러 가지로 맞지 않아서 그만뒀잖아요. 올해 아마 가장 큰 목표 중에 하나가 취업이 아닐까 싶어요.
예은 : 네, 취업입니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진로를 선택해야 하고, 다양한 분야에 적합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각종 자격증이나 공부를 미리 해놔야 해서 일단 러시아어와 영어를 공부하려고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진행자 : 언어를 전공하면 여러 길이 있을 텐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봐도 될까요?
예은 : 저는 아직 못 정했어요. 일단 공부를 하면서 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언어를 전문적으로 한다면 통역사 등의 길이 있겠지만 보통은 무역회사에서 일하고, 공직생활을 하고 싶다면 외무, 영사 쪽으로도 취업해요.
진행자 : 언어 전공한 사람들은 외국 경험도 하고 싶고 하니까 특히 남한은 여러 나라와 수교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으로도 많이 취업해서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죠.
진행자 : 클레이튼은 작년에 직장을 그만 둘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했잖아요. 올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어요?
클레이튼 : 직장 상사에게 그렇게 말했더니 그만두지 말고 다른 업무를 해보라고 해서, 그냥 열심히 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 능력 있는 사원이군요. 보통 능력 있으면 회사에서 붙잡습니다(웃음). 직장을 그만두는 대신 업무를 바꾸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거죠?
클레이튼 : 그렇습니다. 여행도 많이 하고 싶지만 일하느라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저도 사회생활 시작하면서부터 '올해는 어떤 걸 하겠다!'는 걸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세웠던 것 같은데, 그 중에 하나가 해마다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계획도 있었어요. 여러분 새해니까 여행계획도 있을 텐데요?
향 : 저는 다음 주말에 상해로 갑니다. 기대돼요. 중국 여러 곳에 갔지만 상해는 처음이거든요. 제가 남한에 왔을 때 매해 했던 다짐이 '해마다 해외에 3회 이상 가겠다!'였어요. 전 다 실천했어요. 이번에도 상해 갔다 홍콩 들러서 한국에 돌아올 텐데, 북한 사람들이 저를 욕할지도 몰라요. 그 사람들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데, 그래서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중국에 가면 북한 식당에 갈 거예요. 정권이 싫어서 온 것이지 그 땅이 싫어서, 사람들이 싫어서 온 건 아니에요. 고향 음식들을 먹어줘야죠.
예은 : 궁금한 게 안전할까요? 북한 식당에 가도?
향 : 그 사람들은 모르죠(웃음).
예은 : 저도 여행을 좋아해서 어딘가에 가고 싶은데, 여행을 하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계획한 대로는 다 되지 않지만, 친구가 태국에서 일하고 있어서 올해는 꼭 한 번 가보려고요.
진행자 : 이렇게 말하면 젊은 친구들이 돈이 어디 있어서 저렇게들 여행하나 싶을 텐데, 개인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제 친구 같은 경우는 얼마 전에 지진이 있었던 네팔에 자원봉사 하러 가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해외에 나가는 친구들도 많고, 장학금을 받기도 하고.
클레이튼은? 물론 방금 미국에 다녀왔지만.
클레이튼 : 올해는 해외에 갈 계획은 없지만 한국에서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어요. 자전거 타거나 등산하면서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다 가보고 싶습니다.
예은 : 여기가 해외잖아요(웃음).
향 : 제주도에서 자전거 하이킹하는 거 추천해요.
클레이튼 : 문제는 제주도 가려면 비행기 타야 하니까 비싼 편이에요.
진행자 : 평일에 가면 싼데.
클레이튼 : 저 일하고 있잖아요!
진행자 : 맞아요, '취업을 해서 안정적으로 돈 벌면서 여행을 다녀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직장에 들어가면 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못해요, 클레이튼처럼.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죠.
예은 : 궁금한 게 있는데, 북한에서는 어떤 새해 계획들을 세우나요?
향 : 북한 친구들도 다양하게 세워요. 북한에서도 간호사 등 여러 직업이 있어서 저 때는 인기 직종이 여자라면 경리. 단기 학교가 있는데 경쟁이 치열했어요. 그래서 그 학교에 입학하게 해달라고 소망하거나 좋은 데 결혼하게 해달라, 돈 많은 남자를 희망하죠(웃음).
예은 : 사는 게 다 비슷하네요.
향 : 비슷해요. 그런데 북한 친구들은 취업을 해서 돈을 벌기보다는 사업을 하기 때문에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의 새해 소망은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는 거예요.
진행자 : 그럼 향 씨가 봤을 때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미국이나 또래 친구들이 생각하는 희망은 비슷한가요?
향 : 희망은 비슷한데 남한 친구들이 구체적이에요. 왜냐면 그만큼 장벽이 높으니까. 한국은 너무 경쟁이 세니까 세부적으로 나눠서 계획을 세운다면 북한 친구들은 크게 세우죠.
예은 : 여행도 우리는 어디든 돈만 있으면 갈 수 있지만, 북한은 자유롭지 못해서 제한적이지 않을까요?
향 : 소망에 여행을 가고 싶다는 건 없어요. 여기 있는 우리가 복 받은 거예요. 여행은 이동의 자유가 포함된 거잖아요. 이동의 자유라는 건 북한 친구들도 방송을 들으면서 굉장히 부러워할 얘기예요. 내가 새해에 해외여행을 간다는 거, 얼마나 가슴 뛰어요. 그런데 북한 친구들은 그런 소망을 갖지 못한다는 게 가슴 아프죠.
진행자 : 여러분 얘기 들으면서 느낀 게 참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구나... 클레이튼은 방금 미국에서 오기도 했지만 모레면 예은 씨는 러시아에 가고, 그 다음 주에는 향 씨가 중국에 간다고 하고. 일도 예은 씨는 언어와 관련해 취업하고 싶어 하고, 클레이튼은 이미 한국에서 다른 나라와 관련되는 일을 하고 있고, 금융도 남한에 국한되지 않잖아요. 환율이나 이런 모든 것들이 세계 금융시장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세계를 읽어야만 할 수 있죠. 그러니까 이 작은 공간에 앉아 있는데도 여러분이 세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북한 청취자들이 이 방송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하네요.
향 : 탈북하고 싶다(웃음)?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구나, 언제까지 이 라디오를 붙들고 있어야 하나...
예은 : 많이 궁금하고, 어떤 삶인지 체험하고 싶을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만큼 개인이 노력해야 하는 게 많기는 하죠.
예은 : 스트레스죠, 아무래도 땅이 좁고 그 안에서 서로 경쟁해야 하니까 자기계발, 영어 이런 것도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고요.
진행자 : 요즘에는 손전화, 핸드폰 하나를 만들어도 남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노래 하나를 만들어도 남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유럽, 미국에서는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고려해야 하니까 이제 남한이라는 작은 나라지만 세계와 정말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여러분도 지금 얘기하는 게 세계적인 생각들을 하는구나 싶습니다.
예전에 읽은 책에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지금 서른이다, 한 해에 한 가지 소망만 이뤄도 40년 뒤면 40가지 소망을 이룬다. 엄청난 거죠. 여러분 올해 가장 원하는 것 한 가지씩 얘기하면서 이 시간 마무리할까요?
예은 :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저는 일단 운전면허를 따고 싶고, 하나 더 말하자면 러시아어 자격증을 따는 게 새해 소망입니다.
클레이튼 : 저는 이제 학교 졸업했고, 취업했으니까 다시 연애를 시작해야겠다. 너무 늦기 전에(웃음). 연애 안 한 지 거의 3년 됐으니까 연애세포 죽기 전에 여자 친구 만들고 싶습니다.
향 : 저는 빠른 시일 내에 취업해서 봄에 부모님이 호주에서 오시는데 좋은 호텔 잡아드릴 겁니다.
진행자 : 여러분 소망, 올해 제가 점검해 보겠습니다. 꼭 이뤄지길 바라고요. 방송 함께 하시는 분들도 뭔가 하나씩 소망, 계획을 세워서 저희와 같이 이뤄가는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네요. 청취자 여러분께 인사드릴까요?
(다함께 인사)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0:00 / 0:00